싱글몰트 위스키 브랜드 '더 글렌리벳(The Glenlivet)'이 소금에 주목했다. 국내 최대 천일염 생산지에서 영감을 받은 위스키 마스터 클래스 '몰트 앤 솔트(Malt & Salt)' 프로젝트를 통해서다.

더 글렌리벳 몰트 앤 솔트 프로젝트./페르노리카코리아 제공

17일 더 글렌리벳을 수입하는 페르노리카코리아에 따르면 몰트 앤 솔트 프로젝트는 이달부터 내년 3월까지 10회에 걸쳐 진행된다. 더 글렌리벳 앰배서더와 소금 장인이 함께 개발한 콘텐츠다. 더 글렌리벳 12·15·18년 제품군을 로컬 미식과 천일염 페어링으로 테이스팅한다.

위스키와 소금의 조합은 일반적인 미식 문법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위스키 페어링은 그간 스테이크, 치즈, 초콜릿처럼 조리 과정을 거친 음식과의 조화를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소금 역시 풍미를 새롭게 창조하기보다는, 미세한 결정의 프리미엄 소금인 '플뢰르 드 셀(fleur de sel)'처럼 이미 형성된 맛을 정돈하고 균형을 맞추는 보조적 역할로 인식돼 왔다.

더 글렌리벳이 제안하는 위스키와 소금의 조합은 다르다. 이 프로젝트에서 소금은 풍미를 덜어내는 조미료가 아니라, 위스키의 향과 질감을 보다 선명하게 드러내는 미식적 장치다. 소금의 미네랄 구조가 위스키의 향을 어떻게 열어주고, 질감과 피니시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비교해 보는 방식이다. 단순한 페어링 실험이 아니라, 부드러움의 본질을 다른 방식으로 탐색하는 것에 가깝다고 한다.

지난해 설립 200주년을 맞은 더 글렌리벳은 창립자 조지 스미스의 도전 정신을 기반으로, 싱글몰트 위스키의 음용 문화를 확장해 왔다. 니트(Neat)나 온더록스(On the Rocks)에 머물던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칵테일 스타일을 제안했고, '더 글렌리벳 캡슐 컬렉션', RTD 칵테일 '트위스트 앤 믹스' 등을 통해 위스키 활용의 외연을 넓혔다.

국내에서는 파인 디저트 부티크 '파티세리 후르츠'와 협업해 '더 글렌리벳 위스키 후르츠'로 디저트 영역까지 확장했다. 과일을 형상화한 무스 케이크 속 퓨레에 위스키 원액을 담아, 라인업별 풍미를 디저트로 즐길 수 있도록 시도했다. 위스키에 익숙하지 않은 젊은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는 동시에, 애호가들에게는 새로운 조합을 탐색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더 글렌리벳 12년./페르노리카코리아 제공

이러한 맥락에서 몰트 앤 솔트 프로젝트가 기획됐다. 더 글렌리벳이 소금에 주목한 이유는 제조 과정에서 발견한 공통점 때문이다. 천일염은 바닷물이 햇빛과 바람을 만나 천천히 기화되며, 미네랄과 감칠맛이 농축되는 방식으로 완성된다. 갯벌 지형과 해풍, 일조량이 조화를 이뤄야 가능한 생산 방식으로, 서해의 자연환경이 이를 가능하게 한다.

싱글몰트 위스키의 숙성 과정도 유사하다. 오크통에서 알코올과 수분이 서서히 증발하는 '엔젤스 셰어(Angels' Share)'는 원액의 양을 줄이는 대신 향과 맛을 깊게 만든다. 더 글렌리벳은 주로 아메리칸 오크 버번 캐스크를 사용해 바닐라, 과일, 스파이스 계열의 풍미가 시간에 따라 부드럽게 스며들도록 한다. 더 글렌리벳은 이처럼 서로 다른 재료가 기화와 증발이라는 자연 현상을 거치며 오히려 풍미가 선명해진다는 점에 주목했다.

몰트 앤 솔트 프로젝트는 위스키와 소금의 제조 원리를 다시 들여다보고, 그 공통의 가치를 현대적 미식 경험으로 확장한 시도다. 기존의 음식 중심 페어링을 넘어, 재료 자체의 생성 과정과 풍미 구조를 중심에 둔 접근이다. 페르노리카코리아 측은 "자연의 변주 속에서 더 깊은 풍미를 얻는 천일염처럼, 더 글렌리벳은 현재에 안주하지 않는 끊임없는 도전으로 독창적인 발자취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