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12월 16일 오후 4시 41분 조선비즈RM리포트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치킨 메뉴의 중량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한 '치킨 중량표시제'가 시행됐지만, 제도 시행 첫날 배달앱에서는 중량 정보를 제대로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졌다. 배달 플랫폼과 치킨 프랜차이즈별로 표시 방식이 제각각이어서 소비자 혼선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소비자의 알권리를 강화하고 이른바 '중량 꼼수'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전날부터 10대 치킨 프랜차이즈의 중량표시가 의무화됐다. 대상은 BBQ, BHC, 교촌치킨, 처갓집양념치킨, 굽네치킨, 페리카나, 네네치킨, 멕시카나, 지코바양념치킨, 호식이두마리치킨 등이다.
이들 치킨 브랜드의 가맹점은 전국에 약 1만2560여개로, 전체 치킨 전문점(약 5만개)의 약 32% 수준으로 식약처는 파악하고 있다. 식약처가 대상 가맹사업본부 홈페이지를 조사한 결과 약 297개의 치킨 메뉴가 판매되고 있다. 치킨 브랜드들은 매장 메뉴판은 물론 본사 홈페이지와 배달앱 내 가게·메뉴 정보에 조리 전 닭고기 중량을 표시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치킨 판매의 약 80%가 배달을 통해 이뤄지는 만큼 사실상 배달앱 내 표시 여부가 제도의 실효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보고 있다. 그러나 시행 첫날 주요 배달앱을 살펴본 결과, 중량 표시가 전면적으로 반영된 곳은 드물었다.
배달의민족에서는 교촌치킨만 중량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이 역시 메뉴를 선택한 뒤 '영양성분 및 알레르기성분 표시 보기'를 추가로 눌러야 확인이 가능해, 주문 단계에서 직관적으로 인식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BHC, BBQ, 굽네치킨은 중량 표기 없이 영양성분 정보만 제공했다. 나머지 브랜드들은 중량과 영양성분 모두 표시하지 않았다.
쿠팡이츠의 경우 교촌치킨, BHC, BBQ, 굽네치킨 등 일부 브랜드에서 중량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앱 화면에서 바로 노출되지는 않았다. 여러 차례 클릭을 거쳐 각 사 홈페이지로 이동해야 중량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제도는 최근 불거진 치킨 중량 축소(슈링크플레이션) 논란을 계기로 도입됐다. 교촌치킨이 순살치킨 중량을 줄이면서도 별도 고지 없이 판매해 사실상 가격 인상 논란이 일었고, 국정감사 과정에서 문제가 제기되자 중량을 원상 복구한 바 있다. 이를 계기로 지난 2일 식약처와 공정거래위원회, 농림축산식품부, 기획재정부, 중소벤처기업부는 치킨 업계 전반에 중량 표시를 의무화하는 '식품분야 용량꼼수 대응방안'을 합동으로 발표했다.
중량 표시 대상은 닭고기로 만든 모든 치킨 메뉴다. 기준은 '조리 후'가 아닌 '조리 전' 원료육 중량이다. 외식업 특성상 조리 과정에서 수분과 기름이 빠지며 완제품 중량 편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닭고기 호수를 사용할 경우에도 호수만 단독으로 표시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으며, 반드시 그램(g) 기준 중량 범위를 함께 제시해야 한다.
다만 제도가 현장에 안착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발표 이후 불과 2주 만에 제도가 시행되면서, 매장 메뉴판과 배달앱 정보 업데이트를 위한 정비 기간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업계 준비 상황을 고려해 2026년 6월 30일까지 계도기간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계도기간 동안에는 중량을 표시하지 않더라도 행정처분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계도기간이 종료되는 2026년 7월부터는 중량 미표시 업소에 대해 1차 시정명령, 2차부터는 영업정지 7일, 3차 위반 시 영업정지 15일 등 단계별 행정처분이 내려진다. 표시된 중량과 실제 중량이 다른 경우에도 처벌을 받는다. 실제 중량이 표시 대비 20% 이상 30% 미만 부족한 경우에는 시정명령 또는 최대 15일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진다. 30% 이상 부족할 경우에는 중량 허위 표시로 간주해 최대 1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는다.
식약처는 이와 별개로 업계의 자율규제 체계 또한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치킨 업종을 포함해 외식업종의 주요 가맹본부들을 대상으로, 상품의 가격을 올리거나 중량을 줄이려면 소비자들에게 그 사실을 공지하도록 권장할 방침이다.
식약처 측은 "모든 식육의 생고기와 그 식육으로 조리한 조리식품 모두 법령상 대상이 될 수 있으나 최근의 중량 감축 사례 등을 통한 소비자 요구사항을 반영해 치킨 분야를 우선 시행하는 것"이라며 "치킨 중량표시제 운영 이후 제도 정착 상황을 지켜보고 소비자 요구 등을 고려해 다른 조리식품의 추가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