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큰 대회 3곳 중 2곳에서 정상을 찍었다. 내년에 3곳 모두에서 인정받는다면, 이젠 한국이 (세계 위스키 대회에서) 정상에 오를 것이다."

도정한 기원 위스키 대표는 16일 서울 마포구 홍대라이즈 호텔에서 열린 '기원 레드 페퍼 캐스크' 시음회에서 "전 세계 위스키 대회를 다니다 보면 다른 증류소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이건 꼭 마셔야 한다'며 찾아오기도 했고, 싱가포르 위스키 대회 출전 500명 중 제일 긴 기립 박수를 받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도정한 기원 위스키 대표가 16일 서울 마포구 홍대라이즈 호텔에서 열린 '기원 레드 페퍼 캐스크' 시음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민영빈 기자

기원 위스키(이하 기원)는 2020년 경기도 남양주에 증류소를 설립한 국내 최초 싱글몰트 위스키 브랜드다. 최근 세계 주요 위스키 대회에서 잇따라 수상하면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브랜드명은 시작점인 기원(起源)과 바람인 기원(祈願)을 모두 의미한다. 한국 싱글몰트 위스키 증류소의 시작이자 한국 대표 위스키가 되겠다는 도 대표의 바람이 담겼다.

'홍고추(레드 페퍼) 캐스크'는 앞으로 기원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한정판 신제품이다. 첫 향에서 홍고추와 바닐라·과실 향이 퍼지고 끝에 홍고추의 매운맛이 올라오는 게 특징이다. 이는 오크통 안에 국내산 홍고추를 반씩 갈라 넣고 뜨거운 물에 약 6주간 우린 뒤 고춧물을 모두 버린 오크통에 위스키를 숙성한 결과다. 인퓨징(위스키에 직접 재료를 넣는 방식) 대신 캐스크 자체에 풍미를 입힌 것이다.

기원은 이 같은 방식을 통해 '한국적인 재료와 감성·감각을 어떻게 위스키에 구현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있다. 단순히 이색적인 풍미를 더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제 위스키 대회 심사 기준과 세계 무대에서도 통하는 완성도를 유지하는 게 목표다. 한국적 요소를 전면에 내세우되 세계 위스키 문법 안에서 잘 풀어내겠다는 전략이다.

(왼쪽부터) 앤드류 샌드 기원 위스키 마스터 디스틸러, 에드워드 리 셰프, 도정한 기원 위스키 대표가 16일 기원 위스키 한정 신제품 '홍고추(레드 페퍼) 캐스크'를 잔에 따라 건배를 하고 있다. /기원 위스키 제공

이번 '홍고추(레드 페퍼) 캐스크' 프로젝트엔 스코틀랜드 출신 앤드류 샌드 마스터 디스틸러와 에드워드 리 셰프가 참여했다. 샌드 마스터는 "2020년 한국적인 재료로 진을 만들고자 시장을 다녔는데, 그때마다 항상 홍고추를 볼 수 있었다"며 "진이랑 어울리지 않는 홍고추를 위스키에 적용하니까 한국의 정서를 담은 작품이자 밸런스가 좋은 결과물이 나왔다. 그게 '레드 페퍼 캐스크'"라고 설명했다. 이어 "처음에는 여러 풍미가 올라오고 마지막에 매콤한 킥(Kick)이 오는 맛을 선보이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에드워드 리 셰프와의 협업은 기원이 지향하는 '한국적인 위스키'를 확장하는 발판이 됐다. 리 셰프는 "기원이 한국 최초이자 유일한 싱글몰트 위스키라는 점에서 호기심을 느꼈고 (한국 위스키에 대해) 알고 싶어졌다"며 "증류소를 직접 방문했을 때 한국적인 요소를 담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통할 위스키를 만들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리 셰프는 '레드 페퍼 캐스크'와 어울릴 만한 페어링 음식으로 ▲김치 소스 퓨레로 만든 떡볶이·치킨 팝콘 ▲모렐 포크 리버 파테 ▲해초 전복 밀푀유 ▲구운 케일과 뿌리 채소 ▲딸기 딜 다쿠아즈 등을 선보였다. 그는 "홍고추 캐스크는 매운 음식을 먹고 마셔도 위스키의 풍미가 무너지지 않는, 페어링을 전제로 한 위스키"라고 말했다.

기원 위스키가 선보인 한정 신제품 '홍고추(레드 페퍼) 캐스크.' 에드워드 리 셰프는 이번 신제품과 어울리는 페어링 음식을 선보였다. /민영빈 기자

'레드 페퍼 캐스크' 도수는 캐스크 원액 기준 약 55도 내외로 출시될 예정이다. 시음회에서 제공된 레드 페퍼 캐스크는 57.5도였다. 특히 레드 페퍼 캐스크는 1500병 한정 생산된다. 이 중 200병은 미국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국내엔 1300병이 한정 판매될 예정이다. 도 대표는 "희석해서 46도 정도로 맞추면 물량을 2500~3000병까지 늘릴 수 있지만 제대로 된 위스키 맛을 위해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다"며 "미국은 한국인이 많고 K(케이) 푸드 인기가 높은 시장인 만큼 첫 번째 전략 시장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기원은 에드워드 리 셰프와의 협업을 시작으로 내년에도 최소 1~2개의 프로젝트를 추가로 선보일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리 셰프는 "(추가 협업은) 도 대표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농담을 던졌다. 도 대표는 "재미난 협업은 벌써 생각하고 있는 게 있고 아이디어가 많다"면서도 "다 같이 이야기해 보고 구체화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