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캐릭터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협업 방식이 주를 이루는 식품업계 분위기 속에서 일부 기업들은 '근본'을 강조한 마케팅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포장을 차별화하고 신메뉴에 IP를 입히는 방식에서 벗어나 각 회사가 가진 제품 경쟁력을 앞세워 소비자 신뢰를 높이고 친근함을 강조한 마케팅이 통하는 것입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003230)은 지난 10월 동물성 기름인 우지(쇠기름) 유탕 처리 방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삼양1963'을 출시했습니다. 한동안 불닭볶음면에 집중해 왔던 마케팅 기조에서 삼양의 과거 대표 브랜드인 삼양라면을 옛날 제조 방식을 활용한 근본 제품으로 선보여 흥행하고 있습니다. 삼양식품이 지난달부터 이달 초까지 서울 성수동 일대에서 운영한 '삼양1963 팝업스토어(임시 매장)'는 일주일간 방문객 1만명을 돌파했습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라면의 본질인 면과 국물, 그리고 우지 본연의 풍미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행사를 기획해 호응을 얻었다"고 했습니다.
동서(026960)식품은 지난해 카카오프렌즈, 유니버설스튜디오 등 각종 유명 캐릭터와 협업해 스틱커피를 잘 소비하지 않는 MZ세대(198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 소비자와의 접점 만들기를 시도했습니다. 반면 올해는 믹스커피를 MZ세대에게 알리기 위해 맥심 브랜드를 강조한 자체 굿즈를 출시하고, 팝업스토어를 운영했습니다. 최근에는 '행복에도 컬러가 있다면'이라는 콘셉트로 '컬러 오브 맥심' 스페셜 패키지도 선보였습니다. 맥심의 대표 제품인 모카골드, 화이트골드, 슈프림골드를 각각의 시그니처 컬러로 표현했고, 타월, 슬리퍼, 의자 커버, 컵 등 일상에서 활용 가능한 굿즈와 함께 구성했습니다.
지난달에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29CM와 함께 'MCTI 도자기 컵'을 선보였습니다. 믹스커피 하면 떠오르는 종이컵을 본뜬 도자기 컵입니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캐릭터와 협업하지 않고, 맥심 커피믹스를 마실 때의 행복한 순간들을 떠올릴 수 있는 맥심만의 가치에 집중했다"고 했습니다.
CJ제일제당(097950)은 BGF리테일(282330)이 운영하는 편의점 CU와 협업해 간편식 시리즈 7종을 지난 3일 선보였습니다. 왕교자, 물만두 등 CJ제일제당의 대표 상품인 '비비고' 제품 위주의 협업이었습니다.
유명 캐릭터 IP와 컬래버레이션(협업) 대신 자체 캐릭터 개발에 나서는 곳도 있습니다. 커피 프랜차이즈 할리스는 지난 9월 브랜드 마스코트 '할리베어'를 공개하고 캐릭터 마케팅을 벌이고 있습니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 캐릭터 '호치'를 중심으로 자체 캐릭터 IP 사업에 나섰습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기업 대표 제품을 강조한 마케팅으로 안정성을 높여 성공한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며 "뉴트로(새로운 복고풍) 트렌드도 오리지널 제품을 강조한 마케팅 흐름에 영향을 미쳤다"고 했습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유명 IP와 협업은 제품에 차별성을 부여하기 좋은 방법"이라며 "스테디셀러를 보유한 기업은 제품 자체를 활용한 마케팅을 통해서도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