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소비 둔화와 고물가 부담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식품업계의 올해 실적 전망은 비교적 밝다. 글로벌 시장에서 케이(K)푸드 인기가 확산하면서 해외 사업 비중이 큰 기업들을 중심으로 매출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연 매출 4조원을 돌파한 기업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5곳에 달할 전망이다.
11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매출 3조원을 넘는 주요 식품 기업 10곳 가운데 올해 매출 전망치가 집계된 8개 기업이 모두 전년 대비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에 따르면 CJ제일제당(097950)의 올해 매출은 29조5413억원으로 전년 대비 0.6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에서는 식품 부문이 해외 시장을 중심으로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유럽 지역에서 신규 유통 채널을 중심으로 판매가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4분기부터는 미국 내 디저트 공장의 재가동 효과가 매출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4조 클럽'에 이름을 올린 롯데칠성(005300)음료도 올해 4조297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0.13%로 높지 않지만, 해외 자회사의 이익 기여가 본격화하면서 전반적인 실적 개선을 이끌 것이라는 평가다. 내수 시장 역시 소비 심리 회복과 원자재 부담 완화로 저점을 통과하며 점진적인 반등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류은애 KB증권 연구원은 "지난 3분기 롯데칠성의 해외 자회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44.8% 늘었다"며 "필리핀 태풍, 파키스탄 원재료 비용 부담, 미얀마 통관 이슈 등 불확실성 속에서도 견조한 이익 성장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롯데웰푸드는 올해 매출 전망치 4조22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3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과 부문 가격 인상 효과가 본격 반영되고, 카카오 원재료 가격이 점차 안정화되고 있는 점이 실적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롯데웰푸드는 현재 20% 수준인 해외 매출 비중을 2028년 35%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증권가에서는 롯데웰푸드(280360)의 실적 모멘텀(전환 계기)이 올해보다는 내년에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희지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카카오 가격 안정화 효과가 내년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데다, 인도 법인의 푸네 신공장과 빼빼로 공장 증설이 하반기 중 완료되면 빙과 제품의 유통 저변 확대와 빼빼로 신규 매출 창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동원F&B의 올해 실적 전망치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다. 지난해 매출은 연결 기준 4조4836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을 보면 올해도 매출 4조원은 무난히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3조7103억원으로 전년 대비 9.1% 증가했다. 동원F&B가 올해 매출 4조원을 넘으면 CJ제일제당, 대상, 롯데칠성음료, 롯데웰푸드까지 총 5곳이 매출 4조 클럽에 이름을 올린다.
라면 업체들의 해외 마케팅 강화로 인한 성과도 눈에 띈다. 농심(004370)은 올해 매출 3조5224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년 대비 2.43% 증가한 수치다. 이다연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10월 미국 신라면 브랜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하며 마케팅 효과가 드러나는 중"이라며 "중국은 온·오프라인에 걸친 신제품 중심 판매 강화로 3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31.8% 증가했다"고 했다.
'불닭볶음면'을 앞세운 삼양식품(003230)은 올해 연 매출 3조원은 넘지 못하지만, 매출 전망치가 2조3787억원으로 전년 대비 37.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CJ프레시웨이(051500)는 내수에 집중하는 기업이지만, 올해 매출 전망치가 3조5136억원으로 전년 대비 8.96%의 비교적 높은 증가율이 예상된다. 외식업 업황은 부진했지만, 식자재 영업 강화, 급식 신규 수주 확대, 프레시원 흡수 합병과 급식 사업부 개편을 통한 영업 효율화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K푸드 인지도 확산이 실제 매출로 이어지기 시작하면서 해외 법인 실적이 전체 실적을 방어하는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며 "최근에는 현지 생산과 유통망이 안정되면서 수익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