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시간을 새롭게 소비하려는 흐름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밤늦게까지 이어지던 음주 문화 대신 해가 뜨기 전이나 출근 직전 가벼운 모임과 음료를 마시면서 하루를 여는 '모닝 레이브(Morning rave)'가 MZ(198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세대를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맞춰 주류·음료업계도 알코올 부담은 줄이고 분위기만 살린 논알코올 제품과 아침 시간대 행사를 내세우는 등 새로운 수요를 잡기 위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래픽=손민균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주류·음료업계는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른 아침 시간대 공략에 나선 모습입니다. 체코 맥주 브랜드 코젤은 최근 논알코올 제품 '코젤 0.0%'를 모닝 레이브를 고려한 대표 제품으로 내놨습니다. 코젤 0.0%는 100% 보리 맥아를 사용해 코젤 특유의 풍미는 유지하되, '디알코올 공법'으로 알코올 함유량 0.04% 미만으로 낮췄습니다. 코젤 관계자는 "알코올 부담을 줄여 아침 운동 직후나 브런치 같은 가벼운 식사 자리, 짧은 휴식 시간 등에서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도록 했다"며 "기존 '퇴근 후 한 잔' 중심 시장에서 벗어나 아침 시장에서 입지를 넓힐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글로벌 맥주 브랜드 버드와이저는 아침 시간대를 새로운 소비 경험으로 전환했습니다. 지난 10월 26일 오전 7시부터 11시까지 버드와이저는 서울 이태원역 근처 루프탑에서 자사 논알코올 제품 '버드와이저 제로'를 내세운 이른 아침 파티 '얼리버드(Early Bud)'를 열었습니다. 파티엔 DJ 공연과 간단한 운동 프로그램, 체험 부스 등이 마련됐습니다. 음주 중심의 야간 파티 대신 논알코올 제품과 아침 시간에 할 수 있는 가벼운 프로그램을 결합해 출근 전 짧은 시간에도 파티를 즐길 수 있도록 한 게 차별점으로 꼽힙니다. 버드와이저도 아침 시간대에 할 만한 브랜드 경험 확장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는 주류업계에만 국한된 움직임은 아닙니다. SPC그룹의 도넛 브랜드 던킨은 최근 논알코올 겨울 음료 '윈터 뱅쇼 로우슈거'를 선보였습니다. 차(Tea) 브랜드 티젠도 논알코올 하이볼 콘셉트 제품으로 아침·낮 시간대 수요를 공략하고 있습니다. 두 제품 모두 논알코올 제품으로 출근 전이나 오전 시간대, 운전 전이나 가벼운 휴식이 필요한 시간대에도 부담 없이 마실 수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국내 주류시장의 침체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아침 시간대를 새로운 돌파구로 보고 있습니다. 국세청에 따르면 국내 주류 출고량은 2020년 321만㎘에서 지난해 315만㎘로 감소했습니다.

반면 논알코올 맥주 시장은 성장세입니다. 시장조사 기업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논알코올 맥주시장은 2021년 415억원에서 2023년 644억원으로 2년 만에 55.2% 커졌습니다. 오는 2027년엔 시장 규모가 946억원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젊은 소비자일수록 '얼마나 늦게까지 마셨는지'가 아니라 '하루를 어떻게 시작했는지'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강해지는 추세"라며 "하루의 '첫 음료'를 누가 잡느냐에 따라 시장에서의 주도권·브랜드 충성도가 달라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모닝 레이브를 포함한 아침 시간대 생활 변화를 잘 읽어내는 게 관건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아침 시간대 소비는 몸을 깨우고 건강을 챙기려는 니즈와 맞물려 있지만, 단발성 이벤트만으로는 지속적인 시너지 효과로 이어지기 어렵다"며 "스포츠센터나 언어 학습 프로그램 등과 협업해 아침 시간대의 생활 패턴 속에 스며들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브랜드가 결국 장기적인 매출을 확보할 것"이라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