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편의점 주류 시장에서 '지드래곤(G-Dragon, GD) 효과'가 다시 확산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편의점 CU가 GD의 패션 브랜드 '피스마이너스원(Peaceminusone)'과 협업한 GD하이볼로 흥행을 주도했다면, 이번엔 편의점 GS25가 같은 IP(지식재산권)을 활용한 GD맥주 '데이지에일(Daisy ale)'을 단독 출시하면서 GD 효과를 둘러싼 IP 경쟁이 재점화했다.

주류 품목(카테고리)에서 동일 IP가 제품군별로 서로 다른 유통사와 단독 협업을 진행하는 방식은 이례적이다. 유통·주류업계에선 이번 사례가 플랫폼과 제품군별로 분화하는 시그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러스트=정서희

30일 편의점 GS25 운영사 GS리테일(007070)에 따르면 자사 앱 '우리동네GS'에서 진행한 데이지에일 888세트 사전 예약 판매가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데이지에일은 피스마이너스원과 일본 맥주 브랜드 '히타치노네스트'와 협업한 맥주다.

GS리테일 관계자는 "GD의 글로벌 영향력과 프리미엄 양조장의 상품성이 결합했다. 단순 화제성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도 성과를 기대할 만한 상품"이라고 했다. 실제 공식 출시 전부터 데이지에일은 프리미엄 맥주 소비층·팬덤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됐다.

GS리테일보다 먼저 GD와 협업한 곳은 BGF리테일(282330)이 운영하는 편의점 CU였다. CU는 올해 상반기 '생과일 하이볼' 시리즈와 GD하이볼 시리즈를 연달아 흥행시키면서 하이볼 시장 주도권을 잡았다. 당시 GD하이볼 시리즈는 출시만 하면 완판 행렬을 기록했다. CU 하이볼 카테고리 매출은 전년 대비 세 자릿수 증가하면서 CU는 하이볼 시장에서 우위를 점했다.

편의점 GS25에 단독 출시한 '데이지에일(왼쪽)'과 CU에 첫 출시했던 피스마이너스원 하이볼 첫 번째 시리즈. /BGF리테일·GS리테일 제공

업계에서는 GD·피스마이너스원 측이 품목별 최적 파트너를 찾은 결과로 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해 CU가 하이볼 트렌드를 선점하면서 시장 영향력을 갖췄고, GS25는 프리미엄·수제맥주 협업과 스마트오더 기반 판매 경험 등을 축적해 왔다"며 "결국 같은 IP를 활용하지만 각 제품군에 맞는 최적의 파트너를 선택한 결과"라고 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편의점마다 강한 품목이 다른 상황에서 팬덤 소비가 강한 스타 IP는 '어떤 품목에서 최대 효과를 낼지'가 중요하다"며 "'반짝 성공'이 아닌 후속 모델·확장 전략을 통한 지속성까지 갖추려면 최적의 플랫폼과 조합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번 사례가 IP 기반 주류 협업 구조가 독점이 아닌 '프로젝트 단위'로 바뀌는 신호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특정 유통사에 몰아주던 독점 구조는 브랜드 확장력에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대신 품목별·타깃별로 각각의 최적 플랫폼을 찾는 게 하나의 중요한 전략이 된 것"이라고 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동일한 IP를 같은 해 편의점 두 곳에서 서로 다른 제품을 단독 출시한 건 흔치 않은 방식"이라면서도 "하이볼과 프리미엄 맥주는 소비층이 겹치지 않는 편이라, 오히려 하이볼·맥주 시장 모두를 아우를 최적의 선택을 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