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11월 27일 오전 5시 21분 조선비즈 RM리포트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내년 1월부터 '식품 등의 기준 및 규격 재평가'를 진행한다. 최근 중국산 아이스크림 '메롱바'를 둘러싸고 색소 유해성 논란이 확산한 것이 발단이 됐다.
27일 식약처에 따르면 식품 기준·규격 재평가는 식품위생법에 따라 5년마다 이뤄지는 정기 점검이다. 마지막 평가는 2019년에 진행됐다. 내년 평가는 6년 만에 실시되는 것이다. 식약처는 "중국산 간식류의 소비가 늘면서 색소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진 점도 무관하지 않다"고 했다.
논란의 중심에는 중국산 '메롱바'가 있다. 편의점 GS25가 지난 9월 출시한 메롱바는 두 달 만에 판매량 500만 개를 돌파하며 편의점 아이스크림 시장을 흔들었다. 지난 10월 뒤이어 출시된 '딸기메롱바' 역시 출시 일주일 만에 전체 아이스크림 매출 순위 2위를 기록했다.
녹으면 젤리처럼 말랑해지고 혓바닥 모양으로 생겨 소비자들에게 소위 '혓바닥 아이스크림'으로 불리고 있다. 유튜브와 SNS에서는 "누가 더 빨리 녹이나"를 겨루는 챌린지 영상도 확산했다. 초등학생을 중심으로 폭발적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문제는 해당 제품에 합성 타르계 색소가 포함됐다는 점이다. 제품 포장지에는 청색 1호, 황색 4호, 적색 40호 등이 원료로 표기돼 있다. 국내 어린이식생활법상 과자·아이스크림 등 어린이 기호식품에서 사용이 금지된 타르 색소는 적색 2호와 적색 102호 두 가지뿐이다. 이에 메롱바는 식약처의 정식 허가를 받아 국내에 판매되고 있으며, 타르계 색소가 정해진 기준치 안에서 사용되면 문제없다는 게 식약처 측의 입장이다.
다만 이러한 색소들이 세계적으로 규제 움직임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이 식약처가 재평가를 진행하게 된 배경으로 해석된다.
미국 정부는 황색 4호에 대해 이미 식품·의약품용 사용 허가를 취소해 더 이상 식품에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또한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지난 4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타르계 합성 식용 색소 전반을 식품에서 단계적으로 퇴출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천연 대체 색소로 전환할 수 있도록 국가 표준 및 일정을 마련하고, 합성 색소에 대한 승인 취소 절차에도 착수했다. 여기에는 메롱바에 쓰인 청색 1호도 포함됐다.
특히 메롱바에 쓰인 적색 40호와 관련해서는 규제가 더욱 강화되는 추세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지난 10월 공립학교 급식에서 관련 인공색소가 포함된 제품을 2027년 말까지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유럽연합(EU) 역시 색소별 안전성 기준을 지속 강화하고 있다. 한국식품안전연구원에 따르면, 메롱바에 쓰인 황색 4호는 천식 유발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분류되고 있다. 청색 1호도 어린이의 과잉행동을 유발할 수 있어 섭취 제한이 권고된다. 적색 40호는 포장 식품에 '어린이의 활동성과 주의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음'이라는 문구를 의무적으로 표시해야 한다.
메롱바뿐 아니라 국내에서 판매되는 상당수의 젤리 제품에는 타르계 색소가 다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작년 10월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초등학교 앞과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젤리 103개의 식품 표시를 조사한 결과, 타르색소가 들어간 젤리는 73개로 전체의 70%에 달했다고 밝혔다. 타르 색소를 사용한 젤리는 평균 2.5개의 색소를 사용했으며, 103개 젤리 중 2개는 국내에서 사용이 허가되지 않은 색소가 포함된 수입 젤리였다.
식약처는 이번 재평가에서 식용 색소류의 안전성을 전면적으로 조사하고, 최신 평가 기법을 활용해 각 색소의 사용 적정성을 다시 판단한다는 계획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먹거리와 관련해 유해성 논란이 생길 경우 식약처가 들여다보고 있다"며 "현행 기준에서 논란이 된 색소들은 인체에 위해 우려가 크지는 않지만,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메롱바)을 중심으로 식용색소 사용 적정성 등을 살펴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