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CI. /뉴스1

롯데그룹이 젊어진다. 헤드쿼터(HQ) 제도를 없애면서 기존 부회장은 용퇴했고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20명이 교체됐다.

롯데그룹은 26일 '2026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를 아우를 수 있는 핵심 단어는 세대교체다. 이동우(65)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과 김상현(62) 롯데유통군HQ 부회장, 이영구(63) 롯데식품군HQ 부회장 등이 유임에 실패했다.

이동우 부회장은 2021년 11월 롯데그룹 정기 임원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고 2024년 재신임에 성공했다. 한때 신동빈 회장의 '복심'으로 불렸던 인물이다. 김상현 부회장은 대표적인 외부 수혈 인사다. 김 부회장은 P&G 동남아 총괄 사장과 홈플러스 부회장을 지낸 글로벌 유통 전문가로 2022년 롯데그룹에 합류했다.

2021년 말에 도입됐던 HQ제도는 사라진다. 이 제도는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제 기능을 못 했다는 판단에 따라 폐지됐다. 계열사 책임경영 강화가 전망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미 2023년 8월에 호텔군HQ를 없애면서 실험을 했고, 전혀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했다.

그래픽=손민균

롯데지주를 이끄는 새 인물들의 키워드는 재무와 경영혁신이다. 고정욱(59) 사장과 노준형(57) 사장이 롯데지주 공동대표로 내정됐다. 고정욱 사장은 롯데지주 재무혁신실장이었고 노준형 사장은 롯데지주 경영혁신실장이었다.

CEO의 변화도 많았다. 전체 CEO의 3분의 1에 달하는 20명이 교체됐다. 유통·식품 부문에서 특히 변화가 많았다.

롯데쇼핑 슈퍼사업부 대표이사 자리는 차우철(57) 롯데GRS 대표이사가 맡는다. 차 대표는 경희대 식품가공학과를 졸업하고, 1992년 롯데제과 구매팀에 입사했다. 2004년부터 2017년까지 롯데그룹 정책본부 개선실에서 근무했고, 이후 구원투수로서 활동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경영 상황이 좋지 않던 롯데GRS 대표 자리를 2020년에 맡은 후 롯데리아를 성장시키면서 GRS의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는 성과를 인정받았다"고 전했다.

외부 발탁 인사였던 정준호(60) 롯데백화점 대표 자리에는 정현석(50) 부사장이 내정됐다. 지난해 전무 승진 후 1년 만의 부사장 승진이다. 정 부사장은 지난 25년간 롯데에 몸담아 온 '롯데맨'이다. 강서고, 인하대 독어독문학과를 나와 2000년 롯데쇼핑에 입사했다. 롯데백화점 고객전략팀장, 영업전략팀장, 중동점장, 롯데몰 동부산점장 등을 거쳤다. 2020년에는 에프알엘코리아(유니클로 운영사) 대표에 올라 유니클로 한국 사업을 정상궤도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롯데웰푸드 대표이사에는 서정호(56) 롯데웰푸드 혁신추진단장 부사장이 내정됐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유열(39) 부사장은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신 부사장은 박제임스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와 함께 각자 대표를 맡아 그룹의 신사업 중 하나인 바이오 사업을 공동 지휘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부회장단 전원이 용퇴를 결심하면서 조직 전체가 젊어졌다. 지난해 화학 계열사를 중심으로 변화가 있었다면 올해는 유통 계열사에 변화가 큰 편"이라고 했다. 이어 "변화와 성장, 젊은 롯데에 대한 욕구가 반영됐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