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과로사 의혹 논란이 이어지는 런던베이글뮤지엄(법인명 엘비엠)이 근로환경 전면 개선을 약속하는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소비자 반응은 냉담하다. 핵심 논란이었던 고용 구조와 업무 강도 문제에 대한 근본 대책이 부족한 탓이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엘비엠은 지난 17일 강관구 대표 명의의 사과문과 함께 ▲고용 안정성 제고 ▲법정 근로시간 준수 ▲안전보건 시스템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근로환경 개선 계획'을 발표했다. 강 대표는 "근로환경을 근본부터 다시 점검해 안정적이고 안전한 환경을 만들고, 구성원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핵심 쟁점을 비껴갔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들도 소셜미디어(SNS)에서 "문제의 본질은 여전히 그대로다"라고 지적한다. 단기 계약 중심의 고용 구조, 직원들이 장시간 노동을 반복할 수밖에 없었던 운영 방식 등이 큰 틀에서 유지될 전망인 탓이다. 엘비엠의 개선안은 일정 부분 진전된 조치지만, 앞으로 제도 개선이 얼마나 촘촘하게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엘비엠이 사과문에서 언급한 내용 중 가장 큰 변화는 3개월 수습 이후 1년 단위 계약을 도입해 단기 계약을 줄이겠다는 대목이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엘비엠은 한 달 또는 석 달마다 '쪼개기 계약'을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근무 기간이 3개월 미만이면 당일 해고가 가능하고, 한 달 치 임금인 해고 예고 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엘비엠은 이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로 3개월 수습·1년 단위 계약을 언급했지만, 노동계에서는 근본적 문제는 그대로라는 평가가 나온다. 초단기 계약에서 1년 계약으로 바뀌었다고 해서 불안정 고용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정예지 BF노동법률사무소 노무사는 "수습 기간이 3개월이라는 점 자체는 근로기준법상 불법은 아니지만, 도의상 수습 기간 이후에는 바로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향후 수습 기간 후 1년 계약직이 기본 형태로 유지된다고 해도 재계약 압박, 고용 안정성 부재 등의 문제는 반복될 수 있다. 1년 3개월이 지난 후 고용주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결국은 미봉책"이라고 했다.
실제 엘비엠의 고용 불안정은 유사 기업들과 비교하면 두드러진다. 일하는시민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커피 프랜차이즈 메가커피는 정규직 비율이 71.6%, 이디야는 79.4%인 반면, 엘비엠은 런던베이글뮤지엄을 포함한 4개 브랜드 근로자 총 750명 중 정규직은 3.2%(14명)에 불과했다. 엘비엠 측은 "노무·인사 전문 컨설팅을 통해 비즈니스 특성에 최적화된 인력 구조를 설계해 정규직 비율을 점진적으로 높일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엘비엠은 근무 기록을 본사에서 직접 모니터링하고, 지문인식기·보안시스템 기록을 연동해 실근로시간을 교차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외형상 근로시간 준수를 위한 조치지만, 노동자 감시만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논란의 핵심은 과도한 업무량과 인력 부족인데, 근태 관리만 강화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 탓이다.
엘비엠은 또 바쁜 시기에 인력을 1.5배까지 늘려 업무 부담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력 확충만으로는 숙련도 부족, 품질·안전 편차, 잦은 교체로 인한 업무 비효율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베이커리에선 직원 숙련도가 품질·안전·작업 효율을 좌우한다. 기간제 중심의 고용 구조가 유지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선 엘비엠의 이번 발표가 큰 방향성은 제시했지만, 실제 변화를 위해서는 보다 구체적인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바쁜 시기에 인력을 1.5배 늘린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 생산량, 매장당 투입 인원, 피크타임 인력 배치 등 세부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휴게 시간 명확화, 체계적인 직무 교육 확대 등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