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종합 식품 회사인 CJ제일제당(097950)이 삼양사·대한제당과 설탕값 담합에 나선 것으로 나타나 다시 한번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임직원들이 혐의를 인정하면서 사실관계가 굳어지는 분위기입니다. 검찰 수사도 윗선을 향해 확대되고 있습니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전날 설탕값 담합 혐의를 받는 CJ제일제당의 전 식품한국총괄과 삼양사 대표이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이는 지난달 30일 CJ제일제당과 삼양사 임직원 네 명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과는 대비되는 결과입니다. 당시 법원은 피의자들이 혐의를 인정하고 있고, 조직 차원에서 발생한 사안에 대해 개인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한 바 있습니다.
문제는 이번 담합이 CJ제일제당의 첫 사례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CJ제일제당은 이미 2007년 약 15년에 걸쳐 설탕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수백억 원대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전력이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당시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이 1991년부터 2005년까지 가격과 출고량을 담합했다며 총 51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CJ제일제당은 소송을 제기하며 과징금 산정 방식이 부당하다고 주장했지만, 2010년 대법원에서 패소했습니다.
CJ제일제당은 그간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성장했다는 점 때문에 이번 사안은 더 논란일 수밖에 없습니다. 1991년 매출이 1조원 수준이었던 CJ제일제당은 2025년 30조원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미국 냉동식품 기업 슈완즈 인수 후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SG(환경 ·사회·지배구조) 체계와 윤리 행동강령도 갖추고 있습니다.
CJ제일제당은 '경제적·환경적 건전성과 사회적 책임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한다'는 문구를 ESG 보고서에 명시하고 있으며, 의사결정을 내릴 때 합법성·평판·이해관계자 영향 등을 스스로 점검하도록 한 윤리강령도 마련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설탕값 담합 의혹에 따라 이러한 체계가 형식적인 수준에 그친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유통업계에서는 가격 담합이 개인의 일탈이라기보다 조직문화에서 비롯된 결과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성과 압박이 강한 구조에서 윤리보다 실적이 우선시되는 분위기가 형성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CJ제일제당과 CJ그룹은 강도 높은 인사·평가 문화를 가진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희망퇴직보다는 권고사직 형태의 구조조정이 반복돼 왔다는 이야기도 업계에 퍼져 있습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30여 년간 몸집을 키우는 데는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성장의 속도만큼 조직문화와 윤리경영의 성숙이 뒤따랐는지는 의문입니다. 최근 CJ그룹의 2026년도 인사를 보면, 이재현 회장의 아들인 이선호 CJ지주 미래기획실장은 미래기획그룹장을 맡아 그룹의 신사업을 챙길 계획입니다. 이 그룹장이 그리는 CJ그룹의 미래에는 설탕 가격 담합과 같은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