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 매장 곳곳에서 '고별 세일전'이 진행되고 있다. 폐점이 보류된 점포인 경기 시흥점이나 서울 가양점, 경기 일산점이 대표적이다. 소비자들은 폐점과 폐점 보류 사이에서 혼란을 빚고 있다. 자본시장 업계에서는 폐점 보류가 오히려 홈플러스의 계속기업가치 산정치를 낮출 것을 우려하고 있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시흥점은 전날부터 고별 세일전에 돌입했다. 가양점은 지난달 30일부터 고별 세일전을 시작했다. 일산점과 울산남구점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모두 연내 폐점 계획이 보류됐던 곳이다. 고별 세일전은 앞서 폐점 소식에 영업을 중단한 점포 내 공간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폐점 보류 결정이 나기 전에 전문업체와 계약을 진행한 사안이라 그대로 공간 대여가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폐점이 조건부로 미뤄졌기 때문에 새 점포를 꾸리긴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폐점을 앞두고 일시적으로 운영하려면 제대로 된 임차인이 들어올 수 없다. 어느 누가 영업 기간이 불확실한 곳에 점포를 내겠느냐"라며 "브랜드 고별 세일전 등으로 공간이 운영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의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폐점이라고 했다가, 폐점 보류라고 했다가, 이번엔 또 고별 세일전이 이어지니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전날 홈플러스 가양점을 찾은 한 소비자는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 올라오는 광고 쇼츠(짧은 길이의 영상)에 '홈플러스 폐점에 따른 굿바이 세일' 등으로 안내되고 있어 당연히 점포 문을 닫는 줄 알았는데,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폐점 대상이었던 점포가 폐점 보류로 방향을 바꾼 것은 지난 9월 19일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홈플러스 대주주 MBK파트너스의 김병주 회장과 비공개 간담회를 가진 이후부터다. 당시 김 원내대표는 "매수자가 결정되기 전까지 15개 홈플러스 점포와 나머지 또 다른 점포에 대해 폐점하지 않겠다는 확답을 받았다"고 말했다. 폐점에 따른 실업 문제 등 파생되는 사회적 문제를 고려한 조치였다.
다만 이에 대해 자본시장 업계에서는 홈플러스가 폐점을 못 하게 되면서 현금흐름 개선에 나설 기회를 잃었다고 평가했다. 자본시장 업계 관계자는 "매각 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은 홈플러스의 계속기업가치를 2조5000억원 수준으로 산정했는데, 여기엔 홈플러스가 제시한 폐점 계획이 반영돼 있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폐점이 보류됐다는 사실은 계속기업가치 추산치에 변동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이는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기업 회생 절차 신청 이후 매출이 전년 대비 20% 이상 감소했다. 납품사의 제품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데다, 대금 정산 주기가 단축되며 유동성 악화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홈플러스는 종합부동산세, 부가가치세, 지방세, 재산세 등을 제때 납부하지 못하고 있다. 미납 세금 규모는 700억원 수준이다. 앞서 홈플러스는 자금난 악화로 7~8월 전기 요금도 체납한 바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전기 요금을 3개월 이상 납부하지 않은 사용자에 대해 전기 공급을 중단한다. 홈플러스는 7월 전기 요금을 뒤늦게 납부했지만, 8월과 9월 전기 요금은 아직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적인 영업이 어렵다는 뜻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주요 거래처와 거래조건 정상화를 전제로 15개 점포의 폐점을 연말까지 보류하자는 것이었는데 거래조건이 정상화되지 못한 상황이라 폐점 분위기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고별 세일전이라도 진행하는 것이 홈플러스 입장에선 손실을 그나마 줄이는 것"이라고 했다.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은 12월 29일로 연장된 상태다. 기업 회생 인가 전 인수·합병(M&A) 작업도 난항을 겪고 있다. 이날 기준 중소기업 하렉스인포텍(AI)과 스노마드(부동산) 등 두 곳이 인수의향서(LOI)를 낸 상황이지만, 실제 최종 입찰 제안서는 제출하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두 곳 모두 자금력이 없고 유통 경험도 없는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