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의 희망퇴직이 이어지고 있다. 편의점과 면세점부터 식음료 회사까지 업종을 가리지 않는다. 과거 유통업계는 내수 기반의 탄탄한 사업 안정성 덕분에 안정적인 직장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옛말이 되는 모양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005300)음료는 1950년 창사 후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한다고 지난 6일 밝혔다. 근속 10년 이상 1980년 이전 출생자를 대상으로 한다. 근속 10년 이상~15년 미만 임직원에게는 기준 급여 20개월분을 지급한다. 재취업 지원금 1000만원과 대학생 학자금 1명당 최대 1000만원도 추가로 지원한다.
롯데칠성음료는 주류와 음료 사업을 하고 있는데, 둘 다 사업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태다. 국내 술 소비 자체가 점차 줄어드는 추세인 탓이다. 코로나19 이후로 회식 문화 자체가 줄어들고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가 확산한 데 따른 것이다. 당류 음료 소비도 마찬가지 이유로 줄었다. 이에 설탕 대신 대체 감미료를 활용해 칼로리를 낮춘 '제로' 음료로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이전의 조직 규모를 그대로 이어가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LG생활건강(051900)도 지난 10월 면세점과 백화점 판촉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1990년 12월 31일 이전 출생자부터 희망퇴직 대상자로 잡았다. 기본금 20개월, 생활 안정 지원금, 학자금을 지원해 주는 조건이다. 케이(K)뷰티가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분위기에서도 LG생활건강의 성장이 둔해진 것이 희망퇴직의 배경이다. LG생활건강은 백화점과 면세점, 화장품 가두점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하지만 고가 화장품 대신 중저가 화장품을 온라인과 CJ올리브영에서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했던 코리아세븐은 지난달에도 희망퇴직을 공지했다. 코리아세븐은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한다. 만 40세 이상이거나 현 직급 8년 차 이상의 사원이거나 만 45세 이상 또는 현 직급 10년 차 이상의 간부 사원이 대상이다. 퇴직 위로금은 사원급은 기본급 20개월분, 간부 사원은 기본급 24개월분이 지급된다. 공통으로 취업 지원금 1000만원, 학자금 1000만원을 지원한다.
유통업계에서는 코리아세븐의 희망퇴직 배경에 편의점 미니스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코리아세븐은 2022년 3133억원을 투자해 일본 이온그룹이 보유한 한국 미니스톱 지분 100%를 인수했다. 이후 지난해 3월까지 전국에 운영 중이던 미니스톱 2600여 개 점포를 세븐일레븐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미니스톱과 세븐일레븐의 합병을 통해 CU와 GS25가 주도하는 편의점 양강 체제를 3강 체제로 바꾸겠다는 목표였다. 하지만 아직 목표와 현실의 괴리가 큰 상태다.
이커머스(전자 상거래) 업체 11번가도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2023년 11월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이어 작년 3월과 올해 6월에 걸쳐 3년째 희망퇴직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 8월엔 근로기준법 제24조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 조항을 정리해고 근거로 직원들에게 통지했다.
면세업계의 희망퇴직도 이어졌다. 신라면세점은 지난 4월 비공개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희망퇴직 대상자는 만 40세 이상이거나 근속 5년 이상이다. 연봉의 1.5배를 지급하고 18개월 휴직 후 퇴직할 때 기본급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현대면세점도 지난 4월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2021년 12월 31일 이전 입사한 부장 이하 전 직원이 대상이었다. 근속기간 3년 이상 직원에게 성과 연봉액 기준 12개월 치를, 5년 이상 직원에게 15개월 치를 특별위로금으로 지급했다.
지난해의 경우 롯데의 이커머스 플랫폼인 롯데온과 롯데면세점, 롯데호텔 등이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신세계그룹의 이마트와 이커머스 계열사 SSG닷컴은 법인 설립 이래 처음으로, 지마켓도 2021년 신세계그룹에 편입된 지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2~3년간 생존을 위해 조직 체질을 개선하고 인력을 감축해서 비용을 줄여왔다. 내년에도 희망퇴직 실시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인공지능(AI) 도입에 따른 일부 공정 축소에 따른 인력 감축 방침이 내년도 사업 계획안에 포함된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