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가 감성 마케팅에 한창입니다. 믹스커피를 따라 마시는 종이컵 굴곡과 찌그러짐을 살린 도자기 컵이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서 화제를 모으고, 캐릭터를 앞세운 스낵 브랜드가 소비자 취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감성·향수·소장 가치 등을 결합한 경험형 소비가 중요한 마케팅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왼쪽부터) 동서식품 믹스커피 '맥심'의 사은품 'MCTI 도자기 컵' 관련 인스타그램 게시물. MCTI 도자기 컵 4종류. /인스타그램·29CM 홈페이지 캡처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소비자 사이에서는 제품 자체보다 제품을 둘러싼 경험을 중시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같은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가 믹스커피 국내 1위 브랜드 '맥심'을 내세운 동서식품이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29CM와 함께 선보인 'MCTI 도자기 컵' 입니다.

MBTI가 사람들의 성격을 유형화한 것처럼 MCTI 도자기 컵은 '커피를 마실 때 종이컵에 남겨진 흔적이나 습관'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제품입니다. 직장 휴게실에서 쉬는 시간이나 도서관에서 공부하면서 마셨던 커피의 종이컵을 취향에 따라 찌그러뜨리거나 종이컵 입구 테두리를 씹은 듯한 형태를 보면서 그 시절의 향수나 감성을 떠올리게 합니다.

MCTI 도자기 컵은 박스에 담긴 맥심 믹스커피 제품을 사면 랜덤(무작위) 사은품 형태로 하나씩 증정됩니다. 4종류로 ▲단 한 번도 종이컵을 구기지 않은 '완벽형' ▲종이컵 입구를 살짝 당겨 마시는 취향의 '개방형' ▲종이컵 테두리를 씹는 '불안형' ▲커피를 다 마시자마자 종이컵을 구겨버리는 '파괴형' 등입니다. SNS엔 '평소 종이컵 쓸 때도 입구 쪽을 뾰족하게 접어서 커피나 음료를 마시는지라 개방형이 뽑히길 바랐다', '찌그러진 컵은 155㎖밖에 안 담기지만 나의 취향은 파괴형', '맥심 감다살(감이 다 살아났다는 의미)' 등 컵을 찍은 사진과 글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잘 아는 맛'에서 오는 단조로움과 익숙함 속에서 본인만의 취향을 담은 사은품은 매력적인 구매 요인이 됐을 것"이라며 "브랜드 경험을 넓히는 전략"이라고 했습니다.

(왼쪽부터) 오리온의 '참붕어빵 손난로'. 농심 '너구리' 컵라면 스토퍼. 삼양식품 캐릭터 '페포'로 선보인 온라인 콘텐츠. /각 사 제공

이는 맥심에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리온(271560)은 크라운드펀딩 플랫폼 와디즈를 통해 '참붕어빵 손난로'를 최근 판매했습니다. 판매를 시작한 지 4일 만에 8000개 전량이 완판됐습니다. 이 제품은 오리온의 '참붕어빵'을 본떠 만든 굿즈입니다. 겨울철 간식인 붕어빵을 사계절 내내 먹을 수 있도록 한 참붕어빵 제품을 추운 겨울 일상에서 쓸 수 있는 손난로로 재해석했습니다.

농심(004370)은 라면 브랜드 '너구리' 캐릭터를 컵라면 뚜껑 홀더 '스토퍼'로 제작해 전국 완구 판매점과 대형마트, 편의점, 온라인몰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또 서울 명동·동대문·한강버스·여의도·잠실 선착장 등에 '너구리의 라면 가게'를 운영해 즉석조리 체험과 포토·굿즈존을 마련했습니다. 캐릭터 기반의 브랜드 경험을 강화한 것입니다.

삼양식품(003230)도 대표 브랜드 '불닭볶음면'의 캐릭터 '호치'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호치 팝업스토어(임시 매장)를 통해 굿즈 전시·판매를 할 뿐만 아니라 콘텐츠커머스를 담당하는 계열사 '삼양애니'를 설립해 글로벌 콘텐츠와 커머스 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빨간 병아리 캐릭터 '페포'가 중심이 된 유튜브 채널은 개설 1년 만에 누적 조회 수 1억5000만회를 기록했습니다. 구독자의 99%가 해외 팬인 점이 특징입니다.

식품업계는 익숙한 맛의 제품일수록 그 속에 담긴 스토리·세계관 등이 소비자의 감성·취향·소장 욕구를 공략해야만 브랜드가 지속할 것으로 봅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맛은 디폴트(기본값)인 만큼, 식품사들이 맛 위에 감성·스토리·세계관 등을 덧입히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감성과 취향이 반영된 제품·캐릭터 마케팅은 브랜드 충성도를 강화한다"며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브랜드 감성은 새로운 수익 창출 요인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