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 프랜차이즈 깐부치킨이 연일 화제입니다. 지난달 30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정의선 현대차(005380)그룹 회장의 '깐부 치맥(치킨+맥주) 회동' 이후 깐부치킨 서울 삼성동 매장은 '성지순례' 명소가 됐습니다.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는 '젠슨 황 치킨집', '삼성동 깐부' 등의 해시태그가 달린 인증 사진·영상들이 매일 수백장씩 올라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밈(Meme·온라인에서 반복 공유되면서 확산하는 문화 코드)처럼 번진 '깐부치킨 열풍'은 수도권 밖에선 '그림의 떡'에 불과합니다. 비수도권 소비자들은 "우리 동네에는 깐부치킨이 없다", "재벌들이 먹은 치킨은 서울에 가야만 맛 본다"는 아쉬움을 표합니다.

그래픽=손민균

6일 깐부치킨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현재 전국 182개 매장 중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을 제외한 비수도권 매장은 10곳에 불과합니다. 강원 원주·춘천에 3곳, 충북 청주·충남 천안·대전에 6곳이 운영 중입니다. 제2의 수도 부산에 있는 부산 센텀시티점은 경상남도 전체를 통틀어 유일한 깐부치킨 매장입니다. 경쟁사인 BBQ와 BHC는 전국 매장이 각각 2000곳이 넘습니다.

광주광역시에 사는 직장인 강화정(35)씨는 "8~9년 전 상무지구에도 깐부치킨 매장이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졌다"며 "재벌들이 먹었다는 'AI(인공지능) 깐부 세트'를 맛보려면 서울로 여행 갔을 때나 시도해 봐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세트는 황 CEO와 이 회장, 정 회장이 먹은 메뉴를 묶어 깐부치킨이 최근 출시한 신제품입니다. SNS상에는 '학동역 깐부치킨을 자주 갔는데 호남·제주 지역엔 깐부치킨이 없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깐부치킨 모르는 사람들이 제법 있던데, 서울·경기권에 매장이 집중돼 있어서 그런 듯' 등의 반응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는 깐부치킨 본사의 정책에 따른 것입니다. 깐부치킨 본사는 전국 가맹 사업 확장을 지양하고 본사 물류망과 품질 관리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의 직영·선별형 가맹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때 매장 수가 300곳에 달할 정도였던 깐부치킨은 당시 지방 매장은 3PL(제3자 물류)·4PL(종합 물류 대행) 방식을 통해 배송을 맡겼으나, 본사 기준의 품질 유지가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수도권 중심 체계로 재편됐습니다.

현재는 본사 물류 기사들이 배송과 선입·선출을 관리하는 등 수도권 중심의 물류망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깐부치킨 관계자는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출점을 늘리면 점주도, 본사도 모두 망한다. 물류와 품질 체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선에서만 매장을 운영하는 게 원칙"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물류·품질 시스템을 재정비하면서 준비가 됐을 때 지역 매장 가맹 사업 확대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실제 지난 4일 깐부치킨은 자사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많은 분이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노 젓기는 무리한 확장이 아닌 본질에 충실하는 것"이라며 "지금은 속도를 높일 때가 아니라 품질·위생·서비스를 다질 때"라고 밝혔습니다. 세 거물의 치맥 회동으로 가맹 문의가 폭주했지만, 신규 가맹 상담을 잠정 중단하고 기존 물류망 안정화에 집중하겠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1층에서 열린 '노티드' 팝업 당시 방문객에게 제공된 제품. 해당 기사 내용과는 무관. /롯데백화점 제공

이 같은 서울 및 수도권 중심 트렌드는 깐부치킨에만 국한된 건 아닙니다. 서울 강남·청담·성수·연남·을지로·홍대 등 소수의 상권에서 '핫플레이스(명소)'가 된 신생 브랜드가 예쁜 인테리어·한정판 메뉴·사진 찍기 좋은 공간 등으로 SNS에서 인기가 확산한 후 전국적인 유행으로 퍼지고 있습니다. 매장이 수도권에 집중된 브랜드는 노티드(Knotted), 카페 어니언(Onion), 블루보틀 커피 등이 있습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고물가 시대에 내수시장은 침체하고 인력난까지 겹치면서 신규 브랜드가 지방까지 한 번에 확장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며 "소비자 접근성은 수도권 쏠림 현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지역마다 소비 여력 격차는 크다. 지방에 사는 소비자는 유행을 눈으로는 보지만 체험하기는 어려운 상황일 수 있다"며 "외식 트렌드가 수도권 집중 현상에서 벗어나려면 지역 경제 기반이 강화돼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