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K)푸드가 인기를 끌면서 한국 믹스커피 수출도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믹스커피의 대명사인 동서식품의 '맥심'은 수출 품목에 없습니다. 동서식품은 동서(026960)와 글로벌 식품 기업 몬델리즈가 절반씩 지분을 보유한 합작회사입니다. 계약상 맥심은 국내에서만 판매해야 하는 탓입니다.

일러스트 = 챗gpt달리

5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9월 누계 기준 한국 식품 수출액은 84억8100만달러(약 12조원)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77억8700만달러) 대비 8.9% 증가한 액수로, 역대 최대치입니다. 이 중 믹스커피 등 커피조제품 수출액은 2억8300만달러(약 4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5.8% 늘었습니다.

수출액 증가를 견인한 건 '국내 최강자' 맥심은 아니었습니다. 동서식품의 스테디셀러인 맥심은 한국 믹스커피의 대명사로 꼽힙니다. 시장조사 업체 닐슨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동서식품의 국내 믹스커피 시장 점유율은 90.8%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맥심의 해외 공식 판매는 불가능합니다.

동서식품은 1968년 설립 당시부터 동서와 몬델리즈가 50 대 50의 지분으로 세운 합작법인입니다. 맥심을 포함한 맥스웰하우스·카누·T.O.P(티오피) 등 동서식품의 주요 브랜드 해외 판권은 몬델리즈가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동서식품은 믹스커피 제품을 해외에서 공식적으로 판매할 수 없습니다. 현재 수출 가능한 제품은 '프리마' 정도입니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해외에서 판매되는 맥심·카누 등 믹스커피 제품은 대부분 개인 보따리상이나 병행 유통을 통해 나가는 물량이라 공식 수출 물량으로 집계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이어 "일부 한인 마트에 납품하지만, 물량이 적어 공식 수출로 보기 어렵다"며 "K푸드·K커피가 열풍이라고는 하지만,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자체 브랜드 개발 계획은 없다. 국내 소비자 취향에 맞춘 제품에 더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지난달 30일 서울 시내 한 마트에 믹스커피 제품들이 진열돼 있는 모습.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뉴스1

이는 현재로선 동서식품의 유일한 선택지로 보입니다. 동서식품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1조7909억원으로 최대 실적을 달성했습니다. 주요 제품 가격을 인상한 덕이었습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18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 감소했습니다. 본업에서 버는 현금흐름이 악화한 것입니다. 고물가 시대 내수시장이 침체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국내에서만 신성장 동력을 찾겠다는 건 동서식품이 직면한 구조적 한계라는 게 커피 업계의 시각입니다.

K믹스커피 수출 시장은 후발주자들의 공략으로 커지고 있습니다. 국내 믹스커피 시장 2위(점유율 5.6%)인 남양유업(003920)은 믹스커피 브랜드 '프렌치카페'와 '루카스나인'을 앞세워 미국·중국·인도네시아 등에 수출하고 있습니다. 특히 K푸드 인기에 힘입어 미국 현지 믹스커피 수요가 늘면서 ODM(제조자개발생산) 방식으로도 제품을 생산·수출 중입니다.

프랜차이즈 카페 이디야커피도 현재 전 세계 27개국에 믹스커피·스틱형 커피·드립커피 등 제품 36종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주요 수출국은 미국·캐나다·일본·싱가포르·몽골 등입니다. 그 결과 올해 3분기 이디야커피의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81% 증가하기도 했습니다. 이 외에 한국맥널티·커피도슨트 등도 인스턴트 믹스커피 스틱형 제품·드립백 등 커피조제품을 수출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해외 K믹스커피 시장은 특정 기업이 시장을 주도하기보다 여러 브랜드가 다양한 방식으로 입지를 넓혀가는 과도기적 단계"라며 "동서식품이 글로벌 시장 진입 전략을 세우지 않는다면 '우물 안 개구리'에 머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몬델리즈와의 재협상이나 브랜드 해외 공동 운영 모델 도입 등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