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라면회사 세 곳(삼양식품·농심·오뚜기)의 해외 실적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올해 3분기 실적 전망치를 기준으로 봤을 때 삼양식품은 미국의 고관세 정책에도 불구하고 불닭볶음면의 수요가 꺾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질타를 받은 농심도 해외시장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반면 오뚜기의 해외 시장 성적표는 3개사 중 가장 부진하다. 식품업계는 오뚜기의 해외 시장 공략이 유독 쉽지 않은 이유가 있다고 본다.

그래픽=손민균

◇ 라면 3사 중 오뚜기 영업이익 전망치만 감소

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추정한 오뚜기(007310)의 3분기 매출액 평균치는 9419억원, 영업이익 추정치는 604억원이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 가량 늘어난 반면 영업이익은 5% 가량 줄었다. 이대로라면 오뚜기는 작년 2분기부터 꾸준히 영업이익이 줄게 된다.

반면 증권사가 추정한 삼양식품(003230)의 3분기 매출액 평균치는 600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 늘었다. 영업이익 평균치는 1362억원으로 56% 증가했다. 농심(004370)의 3분기 매출액 평균치는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한 8821억원, 영업이익 평균치는 18% 증가한 445억원이다.

세 회사의 실적 희비는 해외 시장이 갈랐다. 3분기 매출 기준으로 삼양식품의 전체 매출 대비 해외 매출 비중은 80%에 육박한다. 삼양식품은 미국의 고관세 정책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회사로 지목됐던 곳이다. 미국 현지 생산 시설을 갖추지 못해 해외로 나가는 불닭볶음면 모두가 수출되는 탓이다. 하지만 미국을 제외한 해외 시장에서 불닭볶음면의 수요가 늘어난 데 따라 실제로 타격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삼양식품은 최근 해외 시장에서 제품 가격을 높이고 있다.

농심은 전체 매출 중 해외 매출 비중이 40% 수준이다. 내년엔 비중이 더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지난해 10월부터 미국 월마트 매대에 제품이 진열됐고, 올해 3월 유럽에 판매법인을 설립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의 협업도 신라면 해외 진출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협업 제품은 내년 1분기까지 판매된다.

오뚜기도 해외시장 진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함영준 오뚜기 회장은 2023년 11월 장녀 함연지씨의 시아버지인 김경호 전 LG전자 부사장을 글로벌사업본부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또 함연지씨는 지난해 5월 미국 법인 '오뚜기 아메리카홀딩스'에 합류해 남편과 함께 현지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오너 가문이 해외 사업에 뛰어든 것은 수출 확대에 대한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신호"라고 했다.

하지만 아직 성과는 미미한 편이다. 오뚜기는 전체 매출 중 해외 매출 비중이 10% 수준에 머무른다. 한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는 "삼양식품처럼 확실하게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보여주거나 농심처럼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줘야 한다"며 "오뚜기는 아직 그런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불닭볶음면' 시리즈의 누적 판매량이 지난 9월 24일을 80억개를 넘었다. 지난 2012년 출시된 불닭볶음면은 해외 수요가 급증하면서 누적 판매량이 2023년 50억개, 지난해 70억개를 각각 넘어선 바 있다. 한 소비자가 불닭볶음면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 "간판 브랜드 부재 및 라면에만 집중하기 어려운 구조"

오뚜기가 해외 시장에서 성과가 더딘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우선 사업적으로 라면에만 집중하기 어려운 구조다. 최근 해외 케이(K)푸드 열풍의 중심은 라면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 말까지 K푸드 수출액은 84억8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9% 늘었다. 품목별로는 라면의 기여도가 가장 높다. 같은 기간 라면 수출 규모는 24.5% 증가한 11억3000만달러였다.

오뚜기는 라면 전문회사가 아닌 종합식품회사다. 삼양식품이나 농심과 달리 오뚜기는 라면이 전체 매출의 30% 수준에 머무른다. 나머지는 카레·소스·즉석식품 등이 차지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카레와 소스 등이 사업의 중심인 상황이기 때문에 라면에만 전력을 다하기는 어려운 구조"라고 했다.

간판 브랜드가 없다는 점도 이유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으로, 농심은 신라면으로 해외 시장에 나서고 있다. 오뚜기는 진라면을 중심으로 시장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지만 화제성을 앞세운 불닭볶음면이나 교민 사회를 중심으로 오랜 기간 미국에서 터를 닦아온 신라면 대비 해외 인지도가 떨어진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요즘 식음료(F&B) 시장은 오랜 브랜드 가치(헤리티지)가 아니라면 화제성으로 시장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며 "진라면과 커머스, 콘텐츠를 결합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신선한 움직임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오뚜기의 또 다른 주력이 케첩이나 마요네즈와 같은 해외 식문화를 기반으로 한 소스에 강점이 있다는 점도 해외 시장에서의 걸림돌 중 하나다. K소스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그 바탕은 고추장이나 간장인 경우가 많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외국에서 케첩은 당연히 '하인즈(Heinz)'인데 이 틈을 오뚜기가 비집고 들어가긴 어렵다"면서 "오뚜기의 해외 성과가 단기간에 나기 어려운 이유"라고 했다.

식품업계에서는 해외 시장 개척은 이제 피할 수 없는 과제라고 본다. 국내 경기 둔화와 소비심리 위축으로 가격 인상 여력이 줄어드는 상황이고, 정부의 물가 통제가 강화될수록 해외 수익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내수 부진을 상쇄할 유일한 답은 수출 확대"라며 "오뚜기에겐 지금이 글로벌 사업 재정비의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