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 정의선 현대차(005380)그룹 회장이 지난 3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깐부치킨 매장에서 '치맥(치킨+맥주) 회동'을 했다. 이날 깐부치킨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올랐다. 배달앱(애플리케이션) 쿠팡이츠 인기 검색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의도치 않게 큰 홍보 효과를 거둔 셈이다.

외식업계에서는 통상 글로벌 CEO와 재계 거물들의 만남이 호텔이 아닌 치킨집, 그것도 탁 트인 깐부치킨 매장에서 이뤄진 건 '밈(Meme, 온라인에서 반복 공유되면서 확산하는 문화 코드)'의 언어로 의전이 재해석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래픽=정서희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황 CEO와 이 회장, 정 회장은 전날 저녁 회동했다. 회동 시간은 약 1시간 30분이었다. 시민들이 "치킨값을 쏘라"고 환호했고, 황 CEO는 '골든벨'을 울리는 제스처로 화답했다. 그는 "한국의 치맥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싶었다. 오늘은 내 인생 최고의 날"이라고 했다. 이날 180만원가량의 1차 비용은 이 회장이 결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동 테이블엔 순살치킨 1마리·일반 치킨 1마리·치즈볼·치즈스틱 등이 올랐다. 이를 두고 외식업계에서는 '인공지능(AI) 총수 세트', '깐부 CEO 세트'가 나오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깐부치킨 관계자는 "아직 본사 차원의 계획은 없지만 점주들이 원하면 그들의 의사를 반영해 세트 메뉴 출시를 고려할 수는 있다. 점주들과 논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깐부치킨의 '깐부'는 친한 친구, 동료 혹은 짝꿍이나 동반자를 뜻하는 은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오징어 게임'에 등장한 "우린 깐부잖아"라는 대사로 해외에도 알려졌다. 협력과 파트너십을 상징하는 단어인 만큼, 업계는 엔비디아와 삼성전자, 현대차 등 글로벌 산업을 주도하는 세 사람이 만난 자리가 깐부치킨이라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깐부치킨은 전국 170여 개 매장을 가진 중견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다. 전국 매장 수로 보면 BBQ 2200여 개, bhc 2200여 개 교촌치킨 1300여 개에 비해 적다. 하지만 세 거물의 회동 이후 브랜드 인지도가 확 높아졌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BBQ·bhc·교촌치킨 등 국내 3대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엔 없는 게 깐부치킨엔 있었다. 바로 브랜드명에 담긴 이야기"라고 말했다.

깐부치킨 관계자는 "깐부는 평소 대표가 좋아하는 말이다. '친구와의 추억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담아 지은 브랜드명"이라며 "본사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오징어 게임을 계기로 깐부라는 단어가 밈화(化)됐고 회동의 상징적 의미로 다시 주목받게 된 것"이라고 했다.

회동 장소는 황 CEO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그는 '밈의 언어'를 잘 다루는 인물로 꼽힌다. 황 CEO는 공식 석상에서 매번 검은 가죽 재킷을 입어 'IT계의 록스타'로도 불린다. 이는 엔비디아의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됐다. 올해 5월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COMPUTEX) 행사에 수천 명의 팬이 몰리자, 현지 언론은 그 열기를 'Jensanity(젠사니티)'라고 표현했다. 이는 그의 이름 중 'Jens-'와 'Insanity(열광·광기)'를 합친 말이다.

외식업계에서는 15년 만에 방한한 황 CEO의 이번 치맥 회동 장소 결정은 '밈의 전쟁'에서 깐부치킨이 BBQ·bhc·교촌치킨 등 3대 치킨 프랜차이즈를 이긴 결과로 본다. 업계 관계자는 "오징어 게임으로 형성된 글로벌 밈이 깐부치킨과 이어졌고, 세계적 거물 셋의 회동이 갖는 상징성까지 지니게 된 것"이라고 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깐부'자체가 이미 밈화된 단어라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깐부치킨의 확장성은 크다"며 "밈과 스토리가 브랜드 경쟁력을 키우는 시대"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