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미식으로 잘 알려진 나라다. 향신료와 양념이 풍부하고, 식감도 다양하다. 특히 매운맛은 너무 자극적이지만 않다면 샴페인과 좋은 조화를 이룬다."
지난 28일 서울 강남 메종 르써클에서 조선비즈와 만난 세브린 프레송(Severine Frerson) 페리에 주에 셀러 마스터는 "한식의 개성과 한국 셰프들이 이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더 알아가고 싶다. 한국은 샴페인 시장에서 부상하는 나라이고 잠재성이 크다"며 이같이 말했다.
셀러 마스터는 샴페인 하우스의 최고 양조 책임자다. 와인의 블렌딩, 숙성, 스타일을 총괄한다. 그는 프랑스 랭스 과학대학에서 양조학을 전공하고 샴페인 하우스 '파이퍼하이직(Piper heidsieck)'을 거쳐 2018년 프랑스 샴페인 하우스 페리에 주에에 합류했다. 2020년에는 페리에 주에의 제8대 셀러 마스터로 임명됐다. 1811년 페리에 주에 설립 이후 첫 여성 셀러 마스터다.
그는 지난 2월 한국에 도입한 글로벌 미식 프로그램 '페리에 주에 소사이어티'를 마무리하는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방한했다. 페리에 주에 소사이어티는 프랑스·일본·이탈리아·스페인·홍콩 등 전 세계 셰프들이 앰배서더로 참여하며 각자의 철학을 담은 다이닝과 페리에 주에와의 페어링을 선보인다. 글로벌 앰배서더로 세계적인 셰프 피에르 가니에르가 활동하고 있다. 한국 앰배서더로는 김도윤·송홍윤(윤서울), 엄태철(소설한남), 윤대현·김희은(소울), 윤예랑(물랑), 장명식(라미띠에) 셰프가 선정됐다.
지난 27일에는 셰프들과 함께하는 '10핸즈 다이닝' 행사가 진행됐다. 이는 '자연과 예술'을 주제로 앰배서더들이 페어링 메뉴를 선보인 자리다. 프레송 마스터도 이 자리에 참석했다. 그는 "한식은 개성이 분명하면서도 세련된 음식이어서 샴페인과 잘 어울린다"며 "한국 소비자들이 '한식과 샴페인이 과연 잘 어울릴까' 망설이지 않고 시도해보면 좋겠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ㅡ'10핸즈 다이닝'에서 인상 깊었던 메뉴는.
"한우는 연하고 부드러운 게 특징인데 페리에 주에 '벨에포크 로제'의 프루티한 느낌과 아주 잘 어울렸다. 샴페인이 한식과 훌륭하게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대게 리예트와 '벨에포크 블랑 드 블랑'의 조합도 인상적이었다. 대게의 말캉한 식감이 샴페인의 미네랄감과 어우러져 입 안에서 다채로운 텍스처를 느낄 수 있었다. 블랑 드 블랑은 매운 맛과도 잘 어울린다. 또 동치미 베이스의 해산물 냉채를 '벨 에포크 2015'와 페어링했을 때 마치 포근하게 감싸주는 듯한, 둥지 안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ㅡ페리에 주에 소사이어티 프로그램은 국가별로 다르게 진행되나.
"모든 나라에서 콘셉트는 동일하다. 프랑스 에페르네에 있는 본사에서 피에르 가니에르 셰프, 그리고 그의 제자 세바스티앙 모렐롱과 함께 시작한 글로벌 플랫폼이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각 나라의 문화에 맞게 진정성 있는 미식을 선보이는 것이 목표다. 소비자들이 페리에 주에를 다양한 음식과 함께 경험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한식이든 프렌치든, 어떤 음식과도 페리에 주에 샴페인이 잘 어울린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한국에서 진행된 소사이어티 프로그램을 위해 본사 팀과 한국 셰프들이 수개월 동안 한 팀처럼 움직였다. 한국적인 색채와 페리에 주에 샴페인의 조합을 고민하는 데 공들였다."
ㅡ요즘에는 샴페인을 가벼운 음식과 즐기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는데.
"젊은 세대에서 나타나는 변화로 보고 있다. 그들은 진정성 있는 경험을 하기를 원하고 자연을 존중하는 법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그런 맥락에서 덜 독한 음주 문화를 선호하는것 같다. 샴페인과 음식과의 페어링은 다양하고 자유롭게 할 수 있다."
ㅡ페리에 주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제품에서는 어떻게 구현되나.
"페리의 주에가 추구하는 3대 가치는 예술, 자연, 와인이다. 페리에 주에는 세계 여러 아티스트들과 다양한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언젠가는 한국 아티스트들과도 협업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또 설립자인 피에르 니콜라 페리에와 그의 아들인 샤를 페리에가 모두 식물학자였던 만큼, 자연을 존중하는 전통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이 정신을 이어받아 재생 농법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 포도나무 사이를 클로버, 호밀, 잔두콩 등으로 덮어 토양의 산소와 질소를 순환시키는 식이다. 포도밭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단계다."
ㅡ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샴페인은.
"한 가지만 선택하기는 어렵다. 나는 샴페인에 모든 미소를 담아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집에 손님을 불러서 요리해 주는 것을 좋아하는데, 친구가 피곤하고 지쳤다면 '블랑 드 블랑'을 꺼낸다. 봄을 연상시키는 샴페인이기 때문이다. 블랑 드 블랑에선 봄이 주는 에너지, 다이나믹함을 느낄 수 있다. 슬픔을 위로하고 싶다면 벨에포크 2012 또는 2015빈티지를 추천한다. 따뜻하고 포근하게 감싸주고 위로하는 느낌을 주고받을 수 있다."
ㅡ한국 소비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한식과 함께 페리에 주에의 샴페인을 망설임 없이 즐겨 봤으면 한다. 세계에서 한식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한식의 풍부한 양념, 식감과 셰프들이 이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더 알고 싶다. 언젠가 페리에 주에의 역사적인 저택이자 본사인 '벨 에포크 하우스'에서도 그 영감을 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