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패션 브랜드 '레이지블루'는 오는 31일 농심 신라면과 협업한 의류를 출시한다. /레이지블루 제공

인스턴트 라면 종주국 일본에서 한국 매운 라면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일본 패션 브랜드 '레이지블루'는 오는 31일 농심(004370)의 대표 매운 라면 브랜드 신라면과 협업한 의류를 출시한다. 레이지블루는 유럽풍 캐주얼 의류를 선보이는 브랜드다. 이번 협업에서는 신라면을 상징하는 '辛(매울 신)'을 노르딕 문양처럼 짜 넣은 니트와 신라면 봉지 디자인과 신라면의 글로벌 슬로건인 'Spicy Happiness In Noodles(면발 속 매운 행복)'를 넣은 스웨트셔츠와 머플러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신라면 패션'의 등장은 일본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4년생) 사이에서 넓어진 신라면의 입지를 방증한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신라면은 2023년 일본 매출 100억엔(약 937억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매출은 135억엔(약 1269억원)이었다. 농심은 올해 6월부터 일본 도쿄 중심지 하라주쿠에서 브랜드 체험 팝업스토어(임시 매장) '신라면 분식'을 운영하고 있다. 개장 직후 3일간 3000명이 방문했다.

농심 일본 지사의 매출도 증가세다. 지난해 농심 일본지사 매출은 1064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1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8% 증가한 52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65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 늘었다. 증권가에 따르면 3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30% 수준의 매출 증가가 예상된다. 지난 4월 일본에 출시한 신라면 툼바 판매 호조 및 현지 유통채널 신제품 입점 증가에 따른 것이다.

농심이 지난 6월부터 일본 도쿄 하라주쿠에서 운영하고 있는 '신라면 분식'. 개장 직후 3일간 3000명이 방문했다. /농심 제공

농심은 1986년 국내 첫 출시한 신라면을 1987년부터 일본에 수출했다. 2022년에는 현지 법인을 세워 일본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이후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한국 매운 음식에 대한 현지 호기심이 커지면서 신라면 수요가 늘었다.

돈코츠(돼지 뼈를 우려낸 국물), 미소(일본식 된장), 소유(일본식 간장) 등을 기본으로 한 일본 라멘(라면) 사이에서 신라면은 '매운 라면'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인식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심에 따르면 일본 매운 라면 시장 규모는 420억엔(약 3900억원)으로 전체 시장의 6% 수준이다. 이 중 신라면은 30%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신라면이 전부는 아니다. 이베이재팬이 운영하는 이커머스 플랫폼 큐텐재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일본 내 한국 면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했다. 큐텐재팬이 분기별로 진행하는 최대 할인 행사인 메가와리(5월 31일~6월 12일)에서는 직전 행사보다 한국 면류 매출이 40% 늘었다. 인기 제품은 신라면 툼바와 오뚜기(007310) 진라면, 삼양식품(003230) 불닭볶음면 등이었다. 이베이재팬 관계자는 "K(케이)푸드가 K뷰티, K패션과 함께 일본 내 K라이프스타일 열풍을 이끌고 있다"고 했다.

삼양식품은 기존 인기 제품인 불닭볶음면을 비롯해 맵, 탱글 등 새로운 브랜드를 일본 시장에 출시했다. 오뚜기는 참깨라면, 마열라면을 출시했다. 농심에 따르면 일본 라면 시장 규모는 작년 기준 약 6조5000억원으로 국내 시장의 2배 수준이다.

농심 관계자는 "일본 내 해외 라면 브랜드 중 가장 잘 알려진 브랜드로 성장했으나, 현지 시장 점유율로 따지면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라며 "해외 브랜드와 경쟁하기 위해 현지 소비자 기호에 맞는 다양한 마케팅을 시도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