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K)푸드가 올해 1월부터 9월 말까지 누적 수출액 100억달러(약 14조3000억원)를 돌파했다. K푸드는 오는 31일 경주에서 공식 개막하는 2025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전후해 대거 무대에 오른다.
2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식품수출정보(KATI)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 말까지 농림수산식품 수출액은 101억1000만달러(약 14조5000억원)를 기록했다. 2023년 1~9월 수출액은 88억7000만달러, 2024년 1~9월 수출액은 94억3000만달러였다.
수출액 증가세는 라면과 김이 주도했다. 라면 수출액은 11억1600만달러(약 1조6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4.7% 증가했다. 같은 기간 김(해조류)은 8억8200만달러(약 1조2662억원)로 14.1% 늘었다. 가공식품 비중이 전체 수출 농림수산식품의 64.6%로 원물 수출을 앞질렀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불닭·신라면·비비고 같은 브랜드는 한국의 정체성을 담은 아이콘이 됐다"며 "단순 한국산(産)보다 'K브랜드'에 열광하는 시대가 된 것"이라고 했다.
넷플릭스·틱톡·인스타그램 등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SNS(사회관계망 서비스)에서 이어진 K콘텐츠 열풍도 K푸드에 대한 글로벌 소비를 끌어올리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다. 'K매운맛', 'K건강식'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라면과 김은 단순한 간편식이 아니라 K문화·경험을 누릴 수 있는 상품으로 소비되는 추세다. 실제로 유럽·중동 지역에선 라면이 한국의 매운맛을 맛볼 수 있는 상품으로 자리잡았고, 김은 북미·동남아시아 지역에서 '헬시 스낵(Healthy snack)'으로 통하는 분위기다.
이 같은 흐름은 이번 2025 APEC 무대에서도 펼쳐지고 있다. APEC 공식 협찬사·협력업체 66곳 중 K푸드 관련 기업은 29곳(43.9%)에 달한다. CJ제일제당(097950)은 참가자 숙소와 미디어센터에 비비고 김스낵·컵밥·떡볶이를 공급하고 농심(004370)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협업한 신라면 1만 개를 협찬해 부스를 운영한다.
SPC그룹 베이커리 브랜드 파리바게뜨는 최종고위관리회의(CSOM)·외교통상장관회의(AMM)에 한국 전통 재료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디저트를 회의용 다과로 선보인다. 대표 메뉴는 ▲곶감 파운드 ▲서리태 카스텔라 ▲약과 티그레 등이다.
교촌치킨 운영사 교촌에프앤비(339770)는 푸드트럭에서 치킨을 제공하고 교촌치킨의 프리미엄 막걸리 '은하수 별헤는 밤'을 APEC 외교통상합동각료회의 공식 만찬주로 내놓을 예정이다. 공식 음료사로 선정된 동아오츠카는 '더(THE) 마신다' 3만5000개 및 포카리스웨트·나랑드사이다·라인바싸를 각 5000개씩 후원한다.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도 무라벨 제품 '제주삼다수 그린'을 제공한다.
롯데GRS는 행사장 푸드트럭에서 엔제리너스 커피와 크리스피크림 도넛 각 3000개를 제공한다. 롯데웰푸드(280360)와 롯데칠성(005300)음료는 각각 대표 제품인 빼빼로와 칠성사이다 제로·아이시스 등을 공급한다.
이 외에 KGC인삼공사는 국가별 정상들이 숙박하는 경주 주요 호텔에 정관장 제품을 비치하고, hy(한국야쿠르트)는 2025 APEC 재무장관회의 및 구조개혁장관회의에서 발효유 '윌'을 제공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세계 정상과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 등이 모이는 현장에 K푸드 브랜드를 선보이는 건 홍보 효과가 크다"며 "김치·불고기·비빔밥으로 문을 열었던 1세대 K푸드 시대를 지나 라면·김 등을 브랜드로 알리는 2세대 K푸드 시대가 시작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