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러닝 인구가 빠르게 늘면서 식품업계가 '러닝족(族)'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러닝족을 공략하기 위한 건강식품과 음료 등을 내놓는 데 그치지 않고, 마라톤 대회를 직접 열거나 후원하면서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는 중입니다. 내수 경기 부진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수천 명이 동시에 참여하는 러닝 이벤트가 기업 입장에서 효율적인 체험형 마케팅 무대가 되기 때문입니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디즈니런 2025'에는 롯데칠성(005300)음료, 스타벅스, SPC삼립(005610) 등이 파트너사로 나섰습니다. 1만5000명이 참여한 이 행사는 식품·음료 브랜드의 러닝 마케팅이 얼마나 활발한지를 보여준 대표 사례입니다. 행사를 기념해 롯데칠성음료는 자사 공식 온라인몰인 '칠성몰'에서 식물성 음료·프로틴 쿠키 브랜드 '오트몬드'를 구매한 고객 중 40명을 추첨해 참가권을 증정했습니다. 롯데칠성 측은 "건강한 제품 이미지를 소비자 체험과 연결하기 위해 오트몬드와 디즈니런이 협업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CJ제일제당(097950)은 GPS 기반 앱에서 러닝 기록을 남기는 '드로잉런' 트렌드를 반영한 캠페인도 선보였습니다. 오는 11월 2일까지 참가자들이 한강 변 코스를 따라 달리며 비비고 만두 모양의 경로를 완성해 인증하면, 추첨을 통해 '비비고 스페셜 만두 세트'를 제공하는 이벤트입니다.
CJ제일제당은 직접 러닝 행사도 주최하며 브랜드 경험을 강화하고 있는데요, '햇반 라이스플랜' 캠페인의 일환으로 지난 9월 '햇반 저속라이프 슬로우 러닝' 이벤트를 열었습니다. 40명의 참가자가 여의도 한강 변을 달리며 '느림의 가치'를 체험하는 콘셉트였습니다.
롯데웰푸드(280360)도 지난 8월 아이스크림 브랜드 '설레임' 신제품 출시를 기념해 '2025 설레임런'을 개최했습니다. 3000여명이 참여한 이 이벤트에선 5㎞ 코스 중간에 미션 구간을 배치하고, 결승점 인근에선 얼음 속 '설레임'을 먹는 체험 공간을 마련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주류업체들도 러너들과의 접점 확대에 나섰습니다. 오비맥주는 지난 5월 나이키 10K 러닝 이벤트에 '카스 라이트'를 협찬했고, 하이트진로(000080)도 제로슈거 '테라 라이트'로 이달 열린 '시티포레스티벌 2025′ 러닝 대회를 후원했습니다.
이마트(139480)는 지난 4월 헬스케어 앱 '런데이(Runday)'와 협업해 프리미엄 자체브랜드(PB) 피코크의 고단백·저당 제품 7종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대표 상품은 피코크 초코 프로틴 그래놀라, 얇은두부면, 로우슈거 푸딩 등으로, 실제 러너 144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기반으로 기획됐다고 합니다.
러닝은 단순히 운동을 넘어 사회적 관계와 성취감을 함께 충족시키는 '웰니스(Wellness)' 활동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조깅·달리기 경험률은 2021년 23%에서 2022년 27%, 2023년 32%로 꾸준히 증가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간한 2024 국민생활체육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 내 러닝 경험이 있는 인구(응답자 총 9000명)는 6.8%로 집계됐습니다. 전년 동기(0.5%)와 비교해 6.3%포인트(p) 늘어난 수치입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조사를 바탕으로 국내 러닝 인구를 약 1000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식품기업들은 러닝을 '브랜드 경험의 장'으로 보고 있습니다. 웰빙과 활동성을 상징하는 이미지를 건강한 식습관과 연결해, 소비자에게 제품과 더불어 체험을 전달하는 것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마라톤은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브랜드 메시지를 전하기에 이상적인 플랫폼"이라며 "내수 부진 속에서 고객 접점을 넓히는 효율적인 수단이 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는 254회, 참가 인원은 100만8122명으로 집계됐습니다. 2020년 19건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3년 만에 10배 이상 늘어난 수치입니다. 대회 규모가 커지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단일 이벤트를 통해 다양한 연령층과 대규모 소비자 집단을 동시에 만날 수 있는 '체험 마케팅 채널'로 활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실제 참가자는 20~30대 젊은 층뿐 아니라 가족 단위, 40~50대 중장년층까지 다양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러닝은 웰니스 트렌드와 경험 소비가 교차하는 지점에 있다"며 "기업이 러닝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것은 단기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습니다. 제품 홍보를 넘어 경험을 공유하는 러닝 마케팅이 식품산업의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자리 잡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