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한국에 오면 꼭 먹어야 하는 음료 중 하나가 빙그레(005180)의 '바나나맛 우유'다. 하지만 국내 매출이나 인기에 비해 수출은 미미하다. 빙그레는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냉장 제품의 짧은 유통기한에 따른 제약을 멸균 포맷으로 극복해 수출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편의점 CU 공항 입점 매장과 GS25 공항 입점 매장에 있는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 진열대.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을 떠나기 전 바나나맛 우유를 담고 있다. /BGF리테일·GS리테일 제공

27일 편의점 CU에 따르면 올해 1~9월 외국인 결제(알리페이·위챗페이 등) 기준 바나나맛 우유(240㎖)는 가장 많이 팔린 상품 중 하나다. 같은 기간 공항 입점 매장에서 판매된 바나나맛 우유 매출은 전년 대비 72.9% 늘었다. GS25 공항점 역시 하루 평균 1200개 이상의 바나나맛 우유가 팔리고 있다. 미국·유럽권 유튜버들이 한국 여행 콘텐츠로 찍는 장면 중 하나가 공항 편의점에서 바나나맛 우유부터 사는 것일 뿐 아니라 유커(중국 관광객)들이 보냉백에 바나나맛 우유를 10~20개씩 담아가기도 한다.

이처럼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 사이에서는 인기가 높지만, 정작 해외 현지에서는 바나나맛 우유의 존재감은 미미한 편이다. 빙그레의 올해 상반기 연결 매출은 718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402억원으로 38.9% 줄었다. 빙그레 관계자는 "미국·캐나다·베트남 등 주요 수출국에서 성장세가 이어졌지만, 내수 경기 둔화와 기상 악화로 전체 실적이 정체됐다"고 설명했다. 그마저도 메로나로 대표되는 빙과류 중심의 수출 성장세에 따른 것이었다.

이는 바나나맛 우유의 유통 기한이 짧은 탓이다. 중국·일본과 같이 가까운 나라에 유통하는 데엔 큰 문제가 아니지만, 동남아·미국·유럽 등 거리가 먼 국가의 경우 걸림돌이 된다. 상온 보관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해외 물류비 부담도 크다. 특히 동남아·미국·유럽엔 바나나맛은 아니지만 유사한 유음료 브랜드가 많은 편이라 경쟁도 치열한 편이다.

일러스트 = 챗GPT 달리

이에 빙그레는 수출 전용 멸균(UHT) 포맷 제품(200㎖)을 생산하고 있다. 소비기한을 9개월 이상으로 늘렸고 상온 보관도 가능하다. 이 제품은 미국·중국·대만·필리핀·캐나다 등 30여 개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전체 바나나맛 우유 제품 수출 물량 중 멸균 바나나맛 우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90%에 달한다.

빙그레 관계자는 "바나나맛 우유의 인기 요인 중 하나가 항아리 모양인데, 멸균 제품은 이 용기에 담지 못하고 있다"면서 "대신 현지 소비자의 입맛을 고려해 취향에 맞는 신제품을 출시하고, 해외 주요 식품 박람회를 통해 바나나맛 우유를 홍보하는 등 신규 국가로의 수출과 유통 채널을 확대하고자 노력 중"이라고 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여행 중 한국에서 마셨던 그 맛'을 일상으로 돌아간 현지에서도 자연스럽게 찾도록 하는 게 빙그레가 해결해야 하는 과제라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관광객이 한국에서 마신 경험을 현지 구매로 연결해야 할 모멘텀이 필요하다"며 "브랜드 인지도에만 의존하지 말고 각국 유통 구조에 맞춘 현지화 전략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한국에 왔을 때 처음 마주했던 항아리 모양의 바나나맛 우유가 외국인 관광객에겐 신선한 충격이었을 것"이라며 "멸균 제품용 항아리 용기 디자인을 연구·개발(R&D)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