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4일(현지 시각)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조지아주 내 현대자동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직원 300여 명을 기습 단속·구금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ICE 홈페이지 캡처

지난 9월 4일(현지 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뜻밖의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단속 과정에서 합법 비자를 소지하고 출장을 간 한국인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된 것입니다. 수갑이 채워진 채 전신 수색을 당하는 사진까지 공개되자, 근로자 가족은 물론 전 국민이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이후 한국 정부가 즉각 대응에 나섰고, 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7명은 전세기를 통해 귀국했습니다. 그런데 이 귀국길에, 뜻밖의 활약으로 수많은 감사편지를 받은 기업이 있었습니다. 여행과 렌터카 사업을 하는 상장사 레드캡투어(038390)입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레드캡투어는 평소 LG에너지솔루션 등 범LG 계열사의 해외 출장 업무를 지원해 왔습니다. 이번 사태에서 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이 다수 포함되자, 레드캡투어는 즉시 '차량 총동원령'을 내렸다고 합니다.

구금까지 당했던 근로자들의 가족은 전국 방방곡곡에 흩어져 있었습니다. 서울은 물론 여수, 합천, 강릉, 해남까지 레드캡투어는 한 명도 빠짐없이 차량을 보냈습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가족을 만나게 해주자는 생각에서 시작된 결정이었다고 합니다.

공항에서 집까지의 이동도 레드캡투어가 책임졌습니다. 기사 인력이 부족할 땐 본사 직원이 운전대를 잡고 공항 픽업에 나섰습니다. 레드캡투어 관계자는 "기사 배정이 어려운 지역은 본사 직원들이 차량 운행을 맡았고, 모두가 제시간에 가족을 만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했습니다.

이후 레드캡투어에는 감사편지가 빗발쳤습니다. "너무 친절하고 배려도 잘 해줘서 전문 기사님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여행사 사무직 직원이라고 해서 놀랐습니다. 가족을 만나는 길이 이렇게 따뜻할 줄 몰랐습니다." 한 편지의 내용입니다.

레드캡투어 로고. /레드캡투어 제공

더 놀라운 사실은, 모든 지원이 무상으로 이뤄졌다는 점입니다. 레드캡투어 관계자는 "국가적으로 큰 사건이었고, 모든 국민이 놀란 일이었기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한 끝에 행동으로 옮겼다"고 말했습니다.

레드캡투어는 사실 여행 마니아보다 주식 투자자들에게 더 익숙한 이름이기도 합니다. 회사의 대주주인 구본호씨(지분 38% 보유)는 고(故) 구인회 LG그룹 창업회장의 동생인 고 구정회 창업고문의 손자이자 구본무 선대 LG그룹 회장의 6촌 동생입니다. '범LG가' 여행사이자, 고배당주로도 유명합니다.

레드캡투어는 이번 선행을 계기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실천하는 기업으로 주목받게 됐습니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귀환길의 동행'이란 이야기를 쌓은 셈입니다.

묵묵히 뒤에서 움직였던 레드캡투어의 조용한 선행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합니다. 사람을 먼저 생각한 이들의 '드라이브'는 단순한 이동 이상의 의미를 남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