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 정부가 캄보디아 기업 프린스그룹(Prince Group)과 천즈(Chen Zhi) 회장을 온라인 사기·강제노동 혐의로 제재하면서 캄보디아에 진출한 국내 유통·식품업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직접적인 거래는 없지만, 현지 파트너사(社)가 이용하는 은행·건물 등이 제재망에 포함될 경우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 탓이다.

사진은 캄보디아 온라인 스캠 범죄 단지인 '태자단지' 운영 등 조직적 범죄의 배후로 알려진 프린스그룹에서 운영하는 프린스은행. /뉴스1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캄보디아에 진출한 국내 유통·식품기업들은 마스터프랜차이즈(MF) 형태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MF는 본사가 직접 매장을 운영하는 대신 현지 기업에 일정 지역의 가맹 운영권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본사의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시장 확대가 가능해 동남아시아에 진출하는 기업들이 주로 택하는 형태다.

현재 캄보디아에 진출한 주요 국내 브랜드는 신세계그룹의 이마트24, SPC그룹의 파리바게뜨, CJ푸드빌의 뚜레쥬르 등이 있다. 이마트24는 현지 파트너사 사이한파트너스(Saihan Partners)와 협력해 수도 프놈펜 주요 상권에서 7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파리바게뜨도 현지 합작법인 HSC F&B을 통해 3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CJ푸드빌도 현지 MF사를 통해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세 기업 모두 현지 인력이 점포 운영을 전담하고 있어 국내 인력이 상주하거나 직접 운영에 참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지난 14일(현지 시각) 프린스그룹과 146개 연계 법인, 천 회장을 국제범죄조직(TCO)으로 지정하고 자산 동결·금융 거래 차단 조치를 발표했다. 영국 정부도 같은 날 천 회장 측이 소유한 런던 저택을 포함, 사무용 건물·아파트 여러 채 등 총 약 1억700만파운드(한화 약 2047억원) 거래를 동결했다.

양국의 제재 직후 프린스그룹 계열사인 프린스은행(Prince bank)에서는 대규모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 사태가 발생했다. 프린스은행은 현지 주요 상업은행 중 하나다. 모기업 리스크가 금융 거래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소비자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캄보디아 현지에 진출한 이마트24·SPC그룹의 파리바게뜨·CJ푸드빌의 뚜레쥬르. 각 사진은 해당 브랜드의 캄보디아 1호점 전경. /SPC그룹·이마트24·CJ푸드빌 제공

캄보디아와는 무관하지만, 지난 2022년 미국·유럽연합(EU)의 러시아 제재 이후 스타벅스는 현지 파트너사와의 결제망이 막히면서 약 130개 매장을 모두 철수했다. 제재 대상 은행이 늘어나면서 로열티 송금과 원재료 결제가 차단돼 사실상 영업이 불가능해진 탓이다.

미얀마에서도 2021년 쿠데타 후 군부 연계 기업이 미 재무부 OFAC 제재 대상 명단에 오르자, 해당 기업이 소유한 상가와 부동산을 임차하던 일본·싱가포르 등 일부 외국 유통사들이 '임대료 지급이 제재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이유로 계약을 해지·조정하기도 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미국과 영국의 이번 제재는 지정학적 분쟁·전쟁이 아닌 사회적 이슈에서 비롯됐지만, 현지 파트너사의 금융·부동산 연계 구조에 따라 간접적인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유통업계도 리스크가 전이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지 파트너사와 계속 소통하고 있다"며 "현지 매출이나 출점 계획 등엔 아직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현지 거래망이 제재 대상과 얽혀 송금·결제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현지 파트너사와 함께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