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대상 범죄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여행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당장은 "캄보디아 여행 패키지 판매율이 그리 높진 않아서 괜찮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 문제가 동남아 여행 시장 분위기를 위축시킬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맘카페(육아카페)를 중심으로 "동남아 여행을 떠나는 것이 불안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서 더 그렇습니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여행사들은 올해 4분기와 내년 1분기에 비정기 직항 항공권을 활용해 판매하려고 했던 캄보디아 씨엠립에 있는 앙코르와트 유적 여행 패키지 출시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습니다.
당초 티웨이항공은 '인천·부산~씨엠립' 노선을 12월 19일부터 2026년 3월 2일까지 운항할 계획이었고, 에어부산은 12월 31일부터 2026년 2월 26일까지, 스카이앙코르항공은 2026년 1월 1일부터 3월 3일까지 씨엠립 노선을 운항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지만, 모객 활동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최근 캄보디아에서 벌어진 한국인 대상 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이재명 대통령까지 사안을 챙기자 나온 변화입니다. 외교부는 지난 16일을 기점으로 캄보디아 일부 지역에 여행경보 4단계에 해당하는 '여행금지'를 발령을 내렸습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캄보디아행 항공권을 수수료 없이 취소해 주고 있습니다.
여행업계의 깊은 걱정은 캄보디아 여행 패키지 때문은 아닙니다. 계획하고 있던 여행 패키지가 무위로 돌아간 만큼, 분기별·연도별 실적 목표치를 달성하는 데 차질을 빚을 순 있지만, 다른 여행 패키지를 더 팔면 되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진짜 문제는 동남아 여행 시장 전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에 있습니다. 태국이나 베트남에 가려고 출국했다가 무슨 일에선지 캄보디아까지 넘어가 범죄 대상이 됐다는 취지의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사회적 관심이 쏠리자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서는 진위를 알 수 없는 범죄 쇼츠도 범람하고 있습니다. 부모의 관심을 잠시 다른 곳으로 돌려서 아이들을 납치하는 부류의 영상이 대표적입니다.
실제 최근 맘카페를 중심으로 캄보디아를 비롯한 동남아 여행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추억울 만들려다가 사람 잡을 수도 있겠다", "애 데리고 갈 곳은 못 되는 것 같다"는 반응이 대표적입니다. 캄보디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는 한국과 거리가 멀지 않고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해 가족 여행지로 인기를 누려왔습니다.
그러나 과거엔 이야기하지 않았던 부정적인 이야기들도 함께 나오고 있습니다. "필리핀에 갔다가 온몸에 문신을 새긴 한국인들이 너무 많아서 불편했다"거나 "베트남 병원에서 진료받을 때 공포감을 느꼈다"는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등 여행사들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들이 판매하는 패키지 상품의 절반 정도가 동남아 여행 프로그램이기 때문입니다. 작년 4분기 기준 하나투어의 동남아 여행 패키지는 전체 여행지의 45%, 모두투어는 50% 수준입니다.
여행업계는 코로나19 창궐 후 어려웠던 경영환경에서 벗어나 조금씩 정상궤도를 향해 올라가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종식되고 반사효과로 여행 수요가 늘기 시작하고 항공 운항도 늘어났습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이제 활황 초입에 들어간 상황인데 혹여 문제가 생길까 우려된다"며 "캄보디아 문제가 베트남이나 태국, 필리핀 등으로 확산·전이 된다면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