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미국에서 먹었던 인앤아웃 버거 맛이 아직도 기억나요. 그래서 이번 팝업스토어 소식을 듣고 새벽 3시부터 기다렸습니다."
15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스케줄 청담에서 열린 인앤아웃 버거(In-N-Out Burger) 팝업스토어(임시 매장)를 찾은 25세 휴학생 윤모씨는 "대표 메뉴인 더블더블(Double-Double) 버거를 시킬 예정이다. 한국에도 인앤아웃이 정식으로 들어와 매장을 냈으면 좋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인앤아웃은 전날 오전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통해 이날 서울에 팝업스토어를 연다는 공지를 기습적으로 발표했다. 그럼에도 이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새벽부터 찾아와 줄을 서기 시작했다.
행사는 오전 11시에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오전 10시쯤 이미 500명이 넘는 인파가 찾아와 골목 한쪽에 300m에 달하는 긴 줄이 만들어졌다. 현장 관계자는 줄의 앞쪽부터 버거를 구매할 수 있는 팔찌를 차례로 지급했다. 준비된 500개의 팔찌가 모두 소진되자, 뒤에 줄을 선 사람들은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발길을 돌렸다.
마지막 500번째 팔찌를 받은 아시아계 미국인 랜던 헝(Landon Hung)씨는 "평소 하와이에 사는데 오랜만에 한국에 와 있던 차였다. 어제 SNS를 통해 팝업스토어 소식을 접하고 찾아왔는데, 마지막 손님이 됐다. 운이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인앤아웃 버거는 1948년 캘리포니아주 볼드윈 파크(Baldwin Park)에서 드라이브 스루 햄버거 스탠드로 시작했다. 창업 초기부터 신선한 재료 사용, 매장에서 직접 조리하는 방식 등을 고수하고 있다. 인앤아웃은 프랜차이즈 방식보다는 직영 중심 확장을 고수하며, 품질 관리와 브랜드 통제권 유지를 중시하는 전략을 펼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인앤아웃은 파이브 가이즈(Five Guys), 쉐이크쉑(Shake Shack)과 더불어 '미국 3대 버거'로 꼽히기도 한다. 쉐이크쉑은 2016년 SPC그룹과 파트너십을 맺고 가장 빠르게 한국에 진출했다. 파이브가이즈도 2023년 한화갤러리아(452260)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한국에 진출했다.
그러나 인앤아웃은 아직 한국에 공식 매장이 없다. 그러다 보니 인앤아웃이 팝업스토어를 열 때마다 한국 진출 가능성이 제기되곤 한다. 인앤아웃은 2012년 3월 서울 강남구에서 첫 팝업스토어를 열었고 2015년, 2019년, 2023년에도 한 차례씩 팝업스토어를 연 바 있다.
다만 인앤아웃 측은 한국 진출에 대해 아직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현장에서 만난 루이스 에르난데스(Luis Hernandez) 인앤아웃 글로벌 행사 담당 매니저는 "이번 행사는 해외 고객들에게 인앤아웃 버거를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는 글로벌 마케팅 투어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모든 재료는 현지에서 공수했고, 직원들도 미국에서 데려와 캘리포니아에서 만드는 버거 맛과 동일한 경험을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다"며 "지난주 베이징에서 팝업스토어를 진행했고, 다음 주도 다른 국가로 이동해 팝업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인앤아웃이 한국 등 해외에서 글로벌 투어 형태로 몇 년에 한 번씩 팝업스토어를 여는 이유가 상표권 보호를 위해서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의 경우, 상표권을 출원한 이후 3년간 실체적 사업을 영위하지 않을 경우 불사용 취소 심판을 제기할 수 있다. 인앤아웃은 지난 2012년 한국에 상표권을 출원했다.
과거 인앤아웃은 호주에서 자사를 사칭한 햄버거 브랜드 '다운앤아웃(Down-N-Out)'을 상대로 한 상표권 침해 소송에서 승소하기도 했다. 당시 소송 과정에서 정기적으로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는 사실과 판매 실적 등을 입증에 활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