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80주년 한정판 제주삼다수. /제주개발공사 제공

제주와 중국 칭다오를 오가는 화물선이 오는 29일부터 정기 취항합니다. 제주개발공사가 생산하는 먹는샘물 브랜드 '제주 삼다수'가 기다리고 기다렸던 정기 취항 소식입니다. 제주개발공사는 제주 삼다수의 수출길이 이 화물선 취항을 계기로 더 넓어질 것으로 기대해 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화물선 취항에 대한 긍정적인 이야기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취항과 동시에 삼다수 몇 톤이 중국 시장에 수출됐다는 기사가 흘러나와야 하는데 왜 이렇게 조용한 것일까요. 그 이유는 삼다수의 수출 성과가 아직 기대만큼 나지 않은 상태인 탓입니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달 29일부터 제주와 중국 칭다오를 오가는 7500톤급 화물선이 정기 취항합니다. 화물선 정기 취항 전 대략적인 물동량을 파악한 데 따르면 연간 컨테이너 3435개가 물건을 싣고 제주와 칭다오를 오갈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이는 기대에 못 미치는 물동량입니다. 제주와 중국 직항로를 추진할 때 손익 분기점을 넘을 수출입 물동량을 추산했을 땐 연간 1만5000개는 오가야 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제주도의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점입니다. 제주도는 중국 산둥원양해운그룹과 정기선 취항 운항 계약을 하면서 수출입 화물 물량이 부족하면 연간 최대 72억원의 손실 비용을 보전해 주기로 했습니다. 이를 피하려면 제주 삼다수의 수출 물량이 늘어야 하고 다른 물동량도 더 늘어야 합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오리온의 제주 용암수가 그나마 컨테이너를 채워줬다"고 말합니다. 이날 현재 까지의 물동량 추산에 따르면 오리온 용암수가 중국으로 수출하면서 컨테이너 3124개를 사용할 계획입니다. 추산 물동량의 91%가 오리온 몫이라는 뜻입니다.

김황국 제주도의회 의원(국민의힘)은 "교역이 확대되면 칭다오 항로 개설은 긍정적이지만 손실이 나면 도민들에게는 어떤 이익이 돌아올지 의문"이라며 "열정은 앞섰지만 성급하게 추진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중국 산둥성 칭다오의 항구에 수출용 컨테이너선들을 실은 화물선이 떠 있다. /AP 연합뉴스

제주개발공사의 마음도 바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동안 제주개발공사의 최대 역점 사업이 수출 물량 증대였기 때문입니다. 백경훈 제주개발공사 대표는 지난 3월 "중화권 시장 진출 확대를 위해 현지 유통업체들과 협의를 진행 중이며, 특히 산둥성 지역 2~3개 유통업체와 판매 협의를 구체화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유통업계에서는 오리온처럼 선제적으로 성과를 냈어야 한다는 주장도 합니다. 오리온은 2023년 중국 본토의 맥주 유통판매사와 중국 내 판매·유통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고 2024년에 중국 시장 진출을 발표했습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국 시장에서 맥을 못 추던 용암수가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리면서 살길을 모색했다면 삼다수는 국내 생수시장 성장세 둔화에 맞서 뒤늦게 해외 시장에서 기회를 찾고 있다"면서 "성과보다 구호가 더 빨랐다는 점이 아쉽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제주도는 아직 긍정적인 청사진을 그리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과 중국이 관세 전쟁을 벌이고 있는 데다가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물동량이 떨어졌지만 장차 물동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부산항과 군산항을 통해 대부분의 중국 수출입 물량이 드나들고 있지만 결국은 물량이 분산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예상대로 상황이 흘러가고 제주 삼다수의 수출길도 넓어질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