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와인들이 모두 그랬던 것처럼 이 와인은 '조화로운 모순'으로 가득 차 있다."

미국의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가 운영하는 매체인 와인 애드보킷(Wine Advocate)은 2019년산 할란 이스테이트(Harlan Estate)에 만점인 100점을 주며 이렇게 밝혔다. 강렬한 농도와 동시에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는 우아함, 힘 있으면서도 정제된 질감이 공존한다는 것이다. 할란 이스테이트는 나파 밸리에서 가장 뛰어난 컬트 와인 중 하나로 손꼽힌다. 컬트 와인이란 뛰어난 맛과 구하기 힘들 만큼 적은 생산량으로 열광적인 추종자를 거느린 와인이다.

할란 이스테이트 와인. /나라셀라 제공

할란 이스테이트는 1984년 부동산 개발자였던 윌리엄 할란이 오크빌 서쪽 경사면의 토지를 매입하며 시작됐다. 그는 1970년대부터 나파 밸리의 땅을 탐색했고, 보르도·부르고뉴의 1등급 포도밭을 방문하며 캘리포니아에서도 세계 정상급 와인을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1987년 첫 와인을 양조했지만 품질이 목표에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해 3년 치 빈티지를 모두 출시하지 않았다. 1996년에 이르러서야 1990년산을 정식으로 시장에 내놓으며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현재 할란은 240에이커 부지 가운데 단 6분의 1만 포도밭으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숲으로 보존한다. 포도는 건조 농법과 철저한 낱알 선별을 거쳐 극소량의 와인만 생산한다. 이 같은 철저한 기준은 매 빈티지에서 우아함, 복합미를 동시에 구현하는 비결로 꼽힌다.

할란 와이너리를 방문한 배우 엄지원. / 인스타그램 캡처

할란 와이너리는 그 자체가 자연과 어우러진 하나의 조각품처럼 느껴진다. 최근 할란을 방문한 배우 엄지원은 조선비즈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할란 이스테이트의 와인 테이스팅 하우스는 흙, 나무 등 자연의 소재로 지어져 있었다"라며 "설립자 윌리엄 할란이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했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와인 테이스팅 하우스의 건축물 외벽은 나무색 벽돌, 내부는 흙빛으로 마감돼 포도밭과 숲의 질감을 그대로 담았다.

할란 이스테이트는 카베르네 소비뇽(약 70%)을 중심으로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 쁘띠 베르도를 블렌딩한다. 플래그십 '할란 이스테이트(Harlan Estate)'와 세컨드 와인 '더 메이든(The Maiden)' 두 가지 라인업을 생산하며, 해마다 다르지만 연간 2000케이스 가량의 극소량만 전 세계로 출하된다.

할란 와이너리 전경. /나라셀라 제공

2019 빈티지는 로버트 파커의 외에 제임스 서클링(James Suckling)도 만점을 부여했다. 검은 과실, 월계수, 야생 민트, 신선한 흙 향이 어우러져 숲속을 거니는 듯한 아로마가 특징이며, 30~50년간 숙성할 잠재력을 지녔다고 평가됐다. 2020 빈티지는 산불로 어려운 해였지만 할란은 정밀한 선별을 통해 자신들의 기준에 맞는 와인만 출시했다.

배우 엄지원은 테이스팅에서 2020 빈티지를 가장 인상 깊게 꼽았다. 그는 "2020년은 나파 밸리에 산불이 있었던 해라 스모키 향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지만, 2019빈티지에는 없는 맛과 향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와인에서 때로는 흙 맛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이렇게 자연이 녹아 있는 것들이 아름답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할란이 강조하는 '자연과 인간, 와인의 조화'라는 철학이 깊이 와닿은 셈이다. 할란 이스테이트는 국내에선 나라셀라를 통해 공식 수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