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과 즐거움을 동시에 챙기는 '헬시플레저' 열풍으로 주스·탄산음료 등 음료 시장이 정체기를 맞았습니다. '몸에 좋지 않다'는 인식이 퍼진 에너지 드링크(음료)도 건강을 표방한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저당·저칼로리 설계와 더불어 비타민·단백질 등 기능성 성분을 강화하는 추세입니다.

롯데칠성음료는 이종격투기 선수 추성훈을 광고 모델로 발탁하고 '핫식스 더 프로' 광고를 선보였다./롯데칠성음료 제공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005300)음료는 에너지 음료 '핫식스'의 제품군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선보인 '핫식스 더킹 아이스피치 제로'는 복숭아 농축액과 홍차 분말을 활용해 풍미를 살리면서도 한 캔(355mL) 기준 8㎉에 불과합니다. 제로 칼로리 시장을 조준한 것입니다. 롯데칠성음료 측은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 트렌드와 에너지드링크를 좋아하는 팬들에게 다양하고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하고자 이번 신제품을 기획했다"라고 밝혔습니다.

롯데칠성음료가 지난 4월 출시한 또 다른 신제품 '핫식스 더 프로'는 카페인과 타우린에 분리유청단백질(WPI)을 결합한 것이 특징입니다. WPI는 우유에서 유청을 분리해 지방과 유당을 거의 제거하고 단백질 순도를 높인 보충제 성분입니다. 운동 시 기능성을 강화한 것입니다. 이러한 제품 다각화 효과로 롯데칠성의 올 상반기 에너지 음료 매출은 534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7.5% 증가했습니다.

스타벅스 에너지 피지오 2종./스타벅스 제공

카페 브랜드도 에너지 음료 시장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스타벅스는 여름 시즌 메뉴로 '에너지 피지오'를 다시 선보였습니다. 봄 시즌에만 100만잔 이상 판매된 '체리&자두 에너지 피지오'는 톨 사이즈 기준 타우린 1000㎎, 비타민C 50㎎, 비오틴 30㎍ 등을 포함해 기능성과 맛을 동시에 공략했습니다.

현대약품의 '에너린'은 설탕, 보존료, 색소를 넣지 않고 벌꿀·사탕수수에서 추출한 팔라티노스와 과라나 추출물 등 천연 원료를 사용한 점이 차별화되는 부분입니다. 팔라티노스는 소화·흡수가 느려 혈당 급등을 막아주는 저혈당 지수 감미료로 알려져 있습니다. 과라나는 천연 카페인을 제공합니다. 여기에 타우린 2000mg과 비타민B군을 더해 '건강한 에너지 음료'라는 콘셉트를 내세웠습니다.

편의점에서도 에너지음료는 높은 판매고를 올리는 분위기입니다. GS리테일과 동아제약이 공동 개발한 '얼박사'는 출시 두 달 만에 누적 판매량 250만개를 기록하며 GS편의점 음료 부문 매출 1위에 올랐습니다. 자양강장제와 사이다를 얼음컵에 함께 섞어 마시는 소위 '편의점 꿀조합'을 정식 상품화한 제품으로 소비자들의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GS25에서 모델이 얼박사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GS리테일 제공

에너지 음료를 포함한 기능성 음료 시장은 세계적으로 성장하는 추세입니다. 시장조사기관 모더 인텔리전스는 "에너지 음료는 북미와 유럽 지역의 선진국에서 주로 소비된다"라며 "소비자의 건강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면서 더 건강하고 자연스러운 제형으로의 주목할 만한 변화가 생기고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2023년 영국 소비자의 72%는 천연 성분과 관련 건강상의 이점이 있는 에너지 음료를 선호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제조업체가 과라나, 마테차, 녹차 추출물과 같은 천연 성분을 활용하는 동시에 인공 첨가물을 줄이거나 없애면서 대응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얼라이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기능성 음료 시장은 2020년 1101억달러(154조원)에서 2030년 2001억달러(281조원)로 성장할 전망입니다. 단순한 갈증 해소 음료가 아닌, 건강과 기능성을 겸비한 음료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뜻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카페인 과다나 높은 당 함량 때문에 에너지 음료를 기피하는 소비자도 많았지만, 최근에는 제로 칼로리·저당 설계, 비타민·단백질 강화 등으로 건강성을 보완한 제품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단순한 '각성용 음료'가 아니라 생활 속 맞춤형 기능성 음료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