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10월 1일 오전 5시 21분 조선비즈RM리포트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혈당 조절에 효능이 있는 쌀이라며 시중에 판매됐던 '바나듐쌀'이 효능 논란에 휩싸였다. 기능성을 내세우는 농산물의 경우 정부 관리·감독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백화점·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바나듐쌀 판매가 전면 중단됐다. 바나듐은 인슐린 유사 작용으로 혈당 조절에 효과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성분이다. 하지만 바나듐쌀은 바나듐 함량이 낮아 혈당 강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혈당 강하', '혈당 케어', '식약처 인증' 등 당뇨병 치료 효능이 있고 식품의약품안전처 검증을 받은 것처럼 적힌 바나듐쌀 광고와 달리, 최근 공인기관 시험 결과 혈당 조절 효과가 기대치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약처 관계자는 "일부 제품에 홍보 문구로 적힌 식약처 인증(검증)은 사실이 아니다. 검증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소비자는 피해를 봤다. 소비자 A씨는 "일반쌀보다 2~3배 비싸도 당뇨병 환자인 아버지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1년 정도 바나듐쌀을 사 먹었다"며 "효과가 없다는 보도에 죄송한 마음만 들었다"고 했다. 소비자 B씨도 "효능이 없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반품했다"고 했다.
이는 기능성 쌀에 대한 광고가 정부 관리·감독 사각지대에 있는 탓이다. 바나듐쌀은 벼 재배 과정에서 바나듐 성분을 강화한 뒤 도정해 판매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원물 농산물'로 분류된다. 그러나 기능성을 내세우면서 가공식품 성격이 겹쳤다. 이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와 식약처 간 관리 체계가 모호해졌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바나듐쌀은 기능성 쌀이기 때문에 효능 표시·광고 관리 차원에서 식약처의 소관"이라고 말했다. 반면 식약처는 농산물 기능성 광고의 경우 현재 사전 심사 제도가 없다는 입장이다. 식품의 효능·효과 등 기능성에 대한 허위·과장 광고는 법으로 금지되고 있다. 하지만 농산물(원물) 효능 표기를 직접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규정은 없다. 바나듐쌀이 검증 없이 시장에 유통될 수 있었던 이유다.
식약처는 뒤늦게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식약처 관계자는 "농산물에 특정 성분을 내세워 질병 예방·치료 효능을 홍보하는 광고가 늘고 있다"며 "관계 부처·소비자 단체·생산자 단체와 논의해 제도적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바나듐쌀 처럼 사실과 다른 광고 또는 의약품으로 오인·혼동할 우려가 있는 광고 사례를 엄정하게 단속하겠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재발 방지를 위해 최소한의 법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본은 혈당·혈압·콜레스테롤 조절 등 기능성 식품 광고를 내세우려면 'FOSHU(특정 보건용 식품)'라는 정부의 사전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미국도 농산물이 '혈당 조절'처럼 효능을 홍보하려면 과학적 근거를 제출해 FDA(미국 식품의약국) 사전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먹을거리는 민감한 이슈이므로 철저한 검증·감독은 필수"라며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소비자가 오인할 만한 표현은 원천적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