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롯데가 신사업의 일환으로 김치 상품군을 적극적으로 확장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김치 파우더 상품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2023년 롯데호텔 김치를 내놓고 지난 9월엔 가정간편식 형태로 김치찌개를 선보인 데 뒤이은 행보다. 호텔롯데 관계자는 "김치 상품을 다양하게 개발하자는 논의가 있었다"고 했다.
상품 가짓수를 늘리는 만큼 유통 판로 확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 호텔롯데는 호텔 온라인샵에서만 판매했던 김치를 롯데백화점에서도 팔기 시작했다. 호텔롯데 관계자는 "판매 성과가 검증되어서 롯데백화점에서도 판매할 수 있게 됐다"면서 "9월 출시한 김치찌개나 향후 출시할 김치 파우더도 같은 수순을 밟게 할 계획"이라고 했다.
호텔이 김치를 판매한 것은 꽤 오래된 일이다. 5성급 호텔 중 가장 먼저 김치 판매 시장을 개척한 곳은 워커힐호텔이다. 워커힐호텔은 1997년부터 호텔 김치 판매를 시작했다. 워커힐은 계절별 최상의 재료를 사용하고, 전용 창고를 운영해 사계절 내내 일정한 품질의 김치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뒤이어 조선호텔앤리조트가 김치 사업에 뛰어들었다. 호텔 뷔페와 식당에서 김치를 맛본 소비자들의 구매 요청이 많아지자 2004년부터 신세계백화점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이 시장에 호텔롯데가 후발주자로 뛰어들었고 여기에 파라다이스 호텔앤리조트, 서울드래곤시티 등도 합류했다.
호텔이 김치 사업에 나서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호텔 산업은 경기와 외부 변수에 지나치게 민감한 업종이라는 점 때문이다. 코로나19 기간 한국 방문 외국인 관광객 수 추이를 살펴봤을 때 그렇다. 2019년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1750만명이었는데 2021년엔 97만명으로 급감했다. 이 시기 주요 특급 호텔 매출도 40~60% 줄어들며 충격을 받았다. 최근엔 또 상황이 다르다. 최근 서울 호텔의 객실 가동률은 평균 80~90%에 이르고 만실인 날도 적지 않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사업이 잘될 때는 다 같이 잘 되고, 안 될 때는 다 같이 안 되니까 새로운 사업을 발굴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호텔이 김치 사업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김치는 반복 구매를 하는 식품이라서 경기의 영향을 타지 않고 지속적인 매출을 낼 수 있는 상품군이다.
많고 많은 음식 중에 김치에 집중한 것은 호텔이 가진 자산과 관계가 있다. 호텔은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브랜드를 가지고 있고, 그 일환으로 고급 레스토랑과 유명 쉐프를 보유하고 있다. 호텔롯데가 한식 레스토랑 '무궁화'의 대한민국 요리 명장 김송기 총괄 쉐프의 노하우를 담아 김치를 선보인 이유다.
김치 시장이 꾸준히 커지는 점도 호텔이 김치 사업 진출에 나선 이유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에 따르면 국내 포장김치 시장 규모는 2023년 기준 6560억원으로 2년 전 대비 22% 성장했다. 이 중 호텔 김치의 매출 규모는 약 15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호텔업계에서는 시판 김치 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호텔이 만드는 고급 김치 시장은 성장 여력이 더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좋은 재료로 만든 김치를 먹으려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데다가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호텔에 묵었다가 김치를 사서 나가기도 한다. 시장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호텔 김치는 단순히 김치 판매를 넘어 호텔이 가진 프리미엄 자산을 식품 사업에 확장한 사례다. 경기 사이클에 따른 호텔업의 불확실성을 보완하면서 동시에 케이(K)푸드 세계화의 기회도 잡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