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브랜드들이 앞다투어 스타 셰프와 손잡고 있습니다. 최근 롯데칠성(005300)음료는 맥주 '클라우드 논알콜릭'의 광고 모델로 안성재 셰프를, 오비맥주가 수입하는 벨기에의 '스텔라 아르투아'는 한국 앰버서더(홍보모델)로 권성준 셰프를 발탁했습니다. 단순한 유명인 광고를 넘어 셰프의 신뢰성과 전문성을 앞세워 맥주의 맛과 품질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전략입니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의 '클라우드 논알콜릭'은 특수 효모를 사용해 발효 단계에서 알코올 생성을 제한하는 공법을 적용한 제품입니다. 인위적으로 알코올을 제거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았습니다. 일반적으로 논알코올 맥주가 맛이 없다고 평가되는 이유는 알코올을 제거하며 맥주의 풍미도 함께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특수 효모를 사용하면 이런 과정이 없기 때문에 논알코올 맥주여도 맛과 향을 잃지 않습니다.
이러한 특성을 강조하며 롯데칠성은 클라우드 논알콜릭을 '완성형 논알코올 맥주'라는 슬로건 아래 지난 1월 출시했습니다. 이 슬로건을 완성하는 데 요리 전문가, 특히 넷플릭스 프로그램 흑백요리사에서 완벽한 전문성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여준 안 셰프가 광고 모델로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완벽주의 안성재 셰프와 함께 완성형 논알코올 맥주 클라우드 논알콜릭의 가치를 알리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소비자 접점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스텔라 아르투아는 흑백요리사 우승자인 권 셰프를 앰버서더로 발탁했습니다. 이후 한정판 패키지 '고메 챌리스 나폴리 맛피아 에디션'을 선보였고, 지난 9일에는 뉴욕에서 열린 스텔라 아르투아의 글로벌 행사 '렛츠 두 디너(Let's Do Dinner)'에 권 셰프가 한국 앰버서더 자격으로 참석했습니다. 스텔라 아르투아는 "권 셰프는 최상의 가치를 추구하는 브랜드 철학과 부합하는 브랜드 앰버서더"라며 "요리에 대한 엄격한 기준과 원칙을 지향하는 권 셰프가 항상 최고 기준의 품질을 추구하는 브랜드 가치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라고 했습니다.
골든블루인터내셔널은 이연복 셰프와 손잡고 골든블루가 수입하는 대만 싱글몰트 위스키 '카발란'과 어울리는 메뉴를 소개하는 유튜브 콘텐츠를 지난 5월과 이달 두 차례 진행했습니다. 첫 협업 영상에서는 탕수육과 잘 어울리는 페어링 주류로 카발란 클래식과 카발란 하이볼 위스키 소다를 소개했고, 이달에는 춘권 레시피를 소개하며 카발란 트리플 쉐리 캐스크를 페어링했습니다.
◇ 술과 어울리는 음식 중시 경향 반영
이러한 협업은 주류를 미식 경험의 일부로 확장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음식과 술의 조합을 중시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습니다. 레스토랑에서 어떤 맥주나 와인을 곁들이는지가 식사의 격을 좌우하고, 음식과 함께 마시는 술이 소비의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된 것입니다. 주류 브랜드는 셰프를 모델로 내세움으로써 '이 제품은 맛이 검증됐다'라는 것을 소비자에게 전달하고, 셰프가 추천하는 페어링은 소비자들이 신뢰할 만한 가이드가 되는 셈입니다. 일반 연예인을 기용한 광고보다 설득력이 높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 이노바마켓인사이트가 지난해 한국 식품 트렌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 소비자들은 구매 결정에 있어 맛과 풍미를 모든 음식 카테고리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면서도 상당수가 고급스러운 경험을 추구했다고 합니다. 음료 선택 시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프리미엄이라는 표현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것입니다.
이노바마켓인사이트는 "한국 소비자들은 또한 주류 구매에 있어 세계 평균보다 높은 수준을 보였다"라며 "소비자들이 양보다는 질, 독특한 맛, 향 등을 경험하는 데 더 투자하려고 한다"라고 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주류 시장에선 브랜드 차별화가 쉽지 않아 포장, 제형, 맛, 브랜드 아이덴티티, 스토리텔링 등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라며 "미식·주류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경험' 중요해지는 가운데, 셰프의 스토리텔링과 결합된 콘텐츠는 소비자에게 '브랜드가 준비한 특별한 제품'이라는 인상을 남긴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