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입 위스키 시장이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 여파로 위축된 가운데 '카발란(Kavaran)'을 앞세운 대만 프리미엄 위스키가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19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위스키 수입액은 1억26만달러(약 1838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4.9% 감소했다. 같은 기간 국가별 위스키 수입액 1위인 영국산 위스키 수입액은 8085만6000달러(약 1116억원)로 14.4% 줄었고, 2위인 미국도 972만9000달러(약 134억원)로 19.2% 감소했다.
같은 기간 3위인 일본은 453만6000달러(약 62억원)로 12.8% 줄었고, 5위인 아일랜드는 159만1000달러(약 21억원)로 35.8% 감소했다.
이 같은 감소세와 대조적으로 4위인 대만 위스키 수입액은 217만4000달러(약 29억원)로 59.1% 증가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과거 위스키 시장에서 4위 수입국은 아일랜드였다"며 "국내 위스키 시장에서 대만산 인지도가 높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대만 위스키의 약진은 대표 브랜드 카발란 덕으로 평가된다. 2008년 첫 제품이 나온 카발란의 역사는 길지 않다. 하지만 국제 위스키 품평회·어워드 등에서 여러 차례 수상했다. 올해는 제16회 국제위스키대회(IWC, International Whisky Competition)에서 ▲올해의 위스키 ▲올해의 증류소 ▲올해의 마스터 증류사 등 3관왕을 차지했다.
특히 '카발란 솔리스트 올로로소 셰리 캐스크'가 아이돌 그룹 BTS(방탄소년단) 멤버 RM이 선호하는 위스키로 알려지고,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에도 등장하면서 인지도를 높였다. 카발란 증류소에 따르면 지난해 카발란 출고량은 직전 해보다 115% 늘었다. 올해 상반기 출고량도 전년 동기 대비 80% 증가했다.
카발란의 경쟁력은 특유의 진한 풍미다. 여름철 평균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고온다습한 기후로 1년 숙성이 스코틀랜드의 위스키의 3~4년 숙성과 비슷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여기에 카발란은 이야기와 맛, 체험으로 확장해 브랜드 가치를 구축하고 있다.
카발란 증류소 관계자는 "카발란은 단순히 위스키를 만드는 게 아니라 맛과 이야기, 체험을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며 "양조장 투어·시음 체험·증류소 한정판 위스키 판매 등으로 '젊은 세대가 즐기는 위스키'라는 이미지를 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대만은 위스키 시장에서도 독자적인 색깔을 만들고 있다"며 "영국·미국 중심이던 한국 프리미엄 위스키 시장의 판도를 바꿀 잠재력이 엿보인다"고 했다.
명욱 세종사이버대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교수는 "스카치·버번 위스키 등을 경험해 본 소비자들 사이에서 새로운 맛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며 "대만 위스키를 포함한 비주류 국가 위스키에 대한 관심도는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이다. 소비자 경험을 어디까지 끌고 가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