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음식점 공깃밥 한 개 가격이 2000원으로 오른 곳이 늘고 있다. 일부 식당은 3000원까지 받으며, 불과 몇 달 전 1000원이던 밥 한 공기 값이 두세 배로 뛰었다. 쌀값 급등에 자영업자 인건비 부담 등이 겹치면서 외식 물가가 전방위로 오르는 모습이다.

지난 15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쌀이 진열돼 있다./연합뉴스

1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산지 쌀값은 20㎏당 5만5810원으로 직전 조사 시점인 지난달 25일보다 1180원(2.16%) 비싸졌다. 5일 기준 쌀 20kg 소매가격은 6만1000원을 웃돌아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올랐다. 일부 시장에서는 품종에 따라 20㎏당 7만~9만원대에도 거래가 이뤄진다. 올해는 조생종 수확이 잦은 비 탓에 늦어지고 구곡(지난해 쌀)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면서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식당에서도 가격 인상 움직임이 뚜렷하다. 최근 서울 종로의 한 고깃집은 공깃밥을 1000원에서 1500원으로 인상했다. 배달앱에서도 공깃밥 가격이 1500원이나 2000원인 곳을 찾을 수 있다. 마포구의 한 식당은 솥 밥을 내세워 3000원을 받고 있다. 일부 업소는 아예 메뉴에서 공깃밥을 없애고 주먹밥이나 볶음밥으로 대체해 더 높은 가격을 받는 쪽이 낫다고 판단하고 있다.

서울 시내 한 음식점 메뉴판 사진. /인터넷 캡처

자영업자들은 공깃밥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쌀값뿐 아니라 인건비, 임대료, 전기·가스 요금 등 공과금까지 줄줄이 오르며 비용 압박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24 외식업체 경영실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외식업 매출에서 식재료비(40.4%)와 인건비(29.4%)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2025 폐업 소상공인 실태 조사'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됐다. 폐업 사유로 응답자의 86.7%가 '수익성 악화'를 꼽았고, 그 가운데 절반 가까운 49.4%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인건비 상승'을 지목했다.

게다가 내년부터는 세금 부담도 늘어난다. 음식점은 쌀·채소처럼 면세 원재료를 사와 조리하지만 판매는 과세 품목이어서 정부가 '의제매입세액 공제'라는 제도를 운영한다. 올해 말까지는 원재료 비용의 70%를 세금을 낸 것으로 인정해 부가세 부담을 줄여줬지만, 내년부터 공제율이 50%로 낮아지면서 업주의 실질 세금 부담이 커진다.

다만 소비자들의 거부감도 무시하기는 어렵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한국 식당 문화에서 반찬 추가가 무료인 것처럼 공깃밥은 1000원이 당연하다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원가 인상 부담에도 여전히 1000원을 고수하는 식당도 많다. 서울 성동구에서 감자탕집을 운영하는 김영학(53)씨는 "쌀값이 오르는 건 알지만 공깃밥 1000원 선은 깨기 어렵다"며 "단골 눈치도 봐야 한다. 공깃밥 가격을 올리는 건 최후의 수단"이라고 했다.

정부도 쌀값 안정을 위해 대응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말 3만t 공급에 이어 이달 추가로 정부양곡 2만5000t을 산지 유통업체에 공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단기 공급 확대만으로는 인건비와 세제 부담을 상쇄하기 어려워 밥값 상승세를 막기 힘들다"는 얘기가 나온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쌀값이 오르면 곧장 밥값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며 "쌀뿐 아니라 인건비와 세금까지 동시에 오르는 상황이라, 공깃밥 2000원은 이미 보편화 단계에 들어섰고, 내년에는 3000원대도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