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촌에프앤비(339770)가 운영하는 교촌치킨이 순살치킨의 메뉴 중량을 약 30% 줄였다. 가격은 유지한 채 중량을 줄이면서 사실상 가격 인상 효과를 누리게 됐다.
12일 식품·외식 업계에 따르면 교촌치킨은 전날 순살치킨 메뉴의 조리 전 중량을 기존 700g에서 500g으로 줄였다. 원재료도 닭 다리 살 100%에서 닭가슴살 혼합으로 바꿨다. 이는 마라레드순살과 반반순살 등 신메뉴 10개 종류와 기존 메뉴 후라이드(프라이드) 순살, 양념치킨 순살 등 4개 종류에 일괄 적용된다.
이는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식품업계에 가격 안정 협조를 요청한 뒤 하루 뒤에 벌어진 일이다. 송 장관은 지난 10일 박진선 식품산업협회장을 만나 "가공식품도 국민 생활과 밀접한 만큼 원가 절감 등 가격 안정화 노력에 동참해달라"고 말한 바 있다.
식품업계에서는 교촌에프앤비가 최근 실적을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나온 조치로 보고 있다. 가맹점주의 이익 보전 등도 정책 변경의 이유지만 상장사인 만큼 본사의 실적도 개선해야 한다는 판단이 섰다는 분석이다.
교촌치킨은 지난 7월에도 국내산 닭을 사용하던 윙 시리즈를 단종하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태국산 닭을 사용한 윙박스를 출시한 바 있다.
교촌에프앤비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93억원으로 작년 2분기에 기록한 99억원 적자에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은 200억원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800% 증가했다.
농협 목우촌의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 또래오래도 지난달 말부터 치킨용 닭고기 호수를 11호에서 10호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또래오래 치킨 중량도 100g 줄었다. 또래오래 측은 닭고기 시세와 원부자재 가격이 올라 부득이하게 닭고기를 변경하게 됐다고 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이 같은 행보를 다른 업체가 따라 할 경우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제품 가격은 그대로 두고 용량이나 크기를 줄여 사실상 가격을 인상하는 것)이 도미노처럼 번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식품업계에서는 흔하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1~4분기 백화점·대형마트·온라인몰 등 주요 유통업체에서 판매된 상품 중 용량이 감소해 단위가격이 인상된 제품은 57개였다. 이 가운데 식품이 52개로 91.2%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