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이 줄어 골칫덩이로 꼽혔던 영화관 시설이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다. 교회나 스튜디오, 스포츠 시설로 활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 새 주인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12일 상업용 부동산 전문 프롭테크(부동산과 기술의 합성어) 기업 부동산플래닛은 자사가 매각 주관을 맡은 '구 CGV 송파점' 거래가 성사됐다고 밝혔다. 구 CGV 송파점은 서울 송파구 문정동 복합쇼핑몰 가든파이브 10~11층에 있던 영화관이다. 전용면적은 8925㎡(약 2700평)다.
매수자는 교회 법인 '새로운교회'다. 이에 따라 영화관은 앞으로 예배 공간으로 바뀔 예정이다. 영화관을 교회 예배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매입한 것은, 영화관의 복층 구조가 대형 집회 시설로 활용하기 쉽다고 판단된 덕이다. 부동산플래닛 관계자는 "50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고 넉넉한 주차 공간을 갖췄다는 점에서 종교시설에 적합하다고 보고 매각 작업을 펼쳤다"고 했다.
게임사 크래프톤은 최근 서울 성수동 '메가박스 스퀘어' 건물을 매입했다. 취득가액은 2400억원 수준이다. 메가박스 스퀘어 건물은 온라인 게임 '배틀그라운드' 지식재산권(IP)과 어트랙션(특정 관광지에서 즐길 수 있는 놀이기구) 등을 결합한 문화 공간과 업무용 시설을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크래프톤은 성수동에 '크래프톤 타운'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자산을 매입하고 있다. 2021년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연면적 9만9000㎡(약 2만9900평) 규모의 성수동 이마트 본사를 약 1조2000억원에 샀다.
서울 종로구 'CGV 피카디리 1958′은 지난 2022년부터 일부 상영관을 스포츠 여가시설로 용도를 바꿔 활용하고 있다. 상영관의 강점인 높은 층고를 활용해 클라이밍 짐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영화관은 기업의 대관 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네슬레코리아는 최근 신제품 간담회를 서울 영등포 CGV에서 진행했다. 영상 상영이 가능하고 질의응답을 겸한 쌍방향 의사소통이 가능한 음향 시설을 갖췄다는 점,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
유통업계에서는 미운 오리 새끼 취급을 받았던 영화관 시설이 속속 매각되는 현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동안 영화관과 영화 시설이 골칫덩이 취급을 받았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규모 호텔 연회장의 경쟁자로 영화관 시설이 떠오를 수 있다"고 했다.
영화 관객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지점 확대의 길을 걷던 영화관 사업은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확산하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코로나19의 창궐은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이 과정에서 영화관 시설을 매입했던 부동산 펀드들이 매각으로 입장을 선회하면서 매물이 쌓였다. 설치된 영화관 시설을 들어내고 새로 설계하기 위해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가 공간 효율성이 나쁘다는 점이 주목받았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영화관 시설의 특성을 잘 살리려는 시도가 다각도로 이어지면서 어느 정도 해답을 찾아가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