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명품 주얼리·시계 브랜드 까르띠에(Cartier)가 올해 세 차례 가격을 인상한 가운데 구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제품에 하자가 발견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소비자 과실이 없어도 교환이 아닌 수리로 안내해 주는 경우도 있어 소비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까르띠에는 전날 시계를 제외한 주얼리 대부분 제품 가격을 2~5%가량 올렸다. 올해 2월, 5월에 이어 세 번째 가격 인상이다. 까르띠에는 보통 한 해에 가격 인상이 1~2차례 정도였기 때문에 올해는 이례적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까르띠에의 모회사인 스위스 리치몬트(Richemont) 그룹의 요한 루퍼트 회장은 지난 5월 실적 발표에서 "소비자와 브랜드 모두가 감내하기 어려운 급격한 가격 인상은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금값 상승, 환율 변동, 인건비 부담 등을 이유로 한국을 포함한 세계 시장에서 가격을 인상했다.
인상폭은 제품군별로 다르다. 대표 상품인 '러브(Love)' 팔찌 오리지널은 올해 초 1060만원에서 세 번의 가격 인상을 거쳐 1170만원으로 올랐다. 결혼 반지로 인기 높은 러브 반지 스몰 사이즈는 179만원에서 203만원이 됐다. '저스트 앵 끌루(Juste un Clou)' 팔찌 스몰 사이즈는 515만원에서 600만원으로 뛰었다. 입문용으로 꼽히는 제품은 가격대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어서 금액 자체만 놓고 보면 적게 오른 것 같지만, 올해 들어 20% 오른 품목도 있다. '트리니티' 반지 스몰 사이즈는 204만원에서 249만원, 트리니티 클래식은 280만원에서 342만원으로 올랐다.
가격은 계속 오르는 반면, 구입한 지 얼마 안 돼서 제품에 하자가 발견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최근 만든 제품들이 예전 제품들보다 내구성이 떨어지는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까르띠에의 다양한 제품군에서 여러 사례가 공유되고 있다. 러브 팔찌를 구입했는데 착용한 지 며칠 안 돼서 음각 부분이 변색됐다는 사례, 클래쉬 드 까르띠에 팔찌를 구매한 지 수개월 후에 부속품이 빠진 사례 등이 있다. 트리니티 반지나 저스트 앵끌루 팔찌가 끊어졌다는 사례도 공유된다. 시계의 경우 밴드가 끊어지거나 무브먼트에 하자가 있어 시간이 안 맞는 사례도 있다.
현행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구매 후 6개월 이내 하자는 제조사 결함으로 추정돼 교환·환불이 가능하다. 다만 이는 권고 규정에 불과해 강제성이 없다. 심지어 제작상 결함이 확인돼도 교환은 어렵다는 답변을 받은 사례도 있다. 한 소비자는 "시계 글래스 내부에 얼룩이 생겨 까르띠에 측에 문의하니 글래스 부착 시 생긴 자국이라고 하더라"라며 "구입 후 시간이 지나서 교환은 안 되고 부분 수리만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라고 했다. 제품을 프랑스로 보내야만 수리·교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경우도 많다. 수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는 가격에 걸맞은 품질 유지와 사후 서비스가 중요하다"며 "브랜드 가치와 고객 신뢰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선비즈는 까르띠에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답변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