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명품 주얼리·시계 브랜드 까르띠에(Cartier)가 올해 세 차례 가격을 인상한 가운데 구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제품에 하자가 발견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소비자 과실이 없어도 교환이 아닌 수리로 안내해 주는 경우도 있어 소비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

2024년 4월 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한 전시회의 까르띠에 부스에서 방문객들이 시계 모델을 살펴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까르띠에는 전날 시계를 제외한 주얼리 대부분 제품 가격을 2~5%가량 올렸다. 올해 2월, 5월에 이어 세 번째 가격 인상이다. 까르띠에는 보통 한 해에 가격 인상이 1~2차례 정도였기 때문에 올해는 이례적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까르띠에의 모회사인 스위스 리치몬트(Richemont) 그룹의 요한 루퍼트 회장은 지난 5월 실적 발표에서 "소비자와 브랜드 모두가 감내하기 어려운 급격한 가격 인상은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금값 상승, 환율 변동, 인건비 부담 등을 이유로 한국을 포함한 세계 시장에서 가격을 인상했다.

인상폭은 제품군별로 다르다. 대표 상품인 '러브(Love)' 팔찌 오리지널은 올해 초 1060만원에서 세 번의 가격 인상을 거쳐 1170만원으로 올랐다. 결혼 반지로 인기 높은 러브 반지 스몰 사이즈는 179만원에서 203만원이 됐다. '저스트 앵 끌루(Juste un Clou)' 팔찌 스몰 사이즈는 515만원에서 600만원으로 뛰었다. 입문용으로 꼽히는 제품은 가격대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어서 금액 자체만 놓고 보면 적게 오른 것 같지만, 올해 들어 20% 오른 품목도 있다. '트리니티' 반지 스몰 사이즈는 204만원에서 249만원, 트리니티 클래식은 280만원에서 342만원으로 올랐다.

가격은 계속 오르는 반면, 구입한 지 얼마 안 돼서 제품에 하자가 발견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최근 만든 제품들이 예전 제품들보다 내구성이 떨어지는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까르띠에의 다양한 제품군에서 여러 사례가 공유되고 있다. 러브 팔찌를 구입했는데 착용한 지 며칠 안 돼서 음각 부분이 변색됐다는 사례, 클래쉬 드 까르띠에 팔찌를 구매한 지 수개월 후에 부속품이 빠진 사례 등이 있다. 트리니티 반지나 저스트 앵끌루 팔찌가 끊어졌다는 사례도 공유된다. 시계의 경우 밴드가 끊어지거나 무브먼트에 하자가 있어 시간이 안 맞는 사례도 있다.

현행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구매 후 6개월 이내 하자는 제조사 결함으로 추정돼 교환·환불이 가능하다. 다만 이는 권고 규정에 불과해 강제성이 없다. 심지어 제작상 결함이 확인돼도 교환은 어렵다는 답변을 받은 사례도 있다. 한 소비자는 "시계 글래스 내부에 얼룩이 생겨 까르띠에 측에 문의하니 글래스 부착 시 생긴 자국이라고 하더라"라며 "구입 후 시간이 지나서 교환은 안 되고 부분 수리만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라고 했다. 제품을 프랑스로 보내야만 수리·교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경우도 많다. 수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는 가격에 걸맞은 품질 유지와 사후 서비스가 중요하다"며 "브랜드 가치와 고객 신뢰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선비즈는 까르띠에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답변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