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SNS)마켓을 통한 제품 거래가 증가하면서 소비자 피해도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전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5일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에 따르면 인스타그램 및 유튜브 광고를 중심으로 운영하는 과일 판매 업체 '서브마켓'의 피해 상담 신청은 올해 7월 말 기준 15건이다. SNS와 블로그 등에는 수십 건의 피해 후기가 올라왔고, 피해 댓글까지 합하면 수백 건에 달한다.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자 지난달 21일 서브마켓에서 판매하는 백도 4㎏(16과)을 주문했다.

지난달 21일 SNS마켓 '서브마켓'에서 구매한 복숭아 4㎏(16과). 16개 복숭아 중 12개는 곰팡이가 나 있거나 과육이 검게 변해 있었다. /민영빈 기자

주문한 복숭아는 열흘 후인 지난달 30일에 도착했다. 복숭아 16개 중 4개는 꼭지 부분에 곰팡이가 피었고, 8개는 과육 곳곳이 검게 변해 있었다. 겉으로 멀쩡해 보였던 4개도 광고처럼 과즙이 흐르거나 달지 않았다.

서브마켓에 환불을 요청하자 이 업체 관계자는 "곰팡이처럼 보이는 부분은 썩은 게 아닌 '핵할현상'으로 자연 발생적인 것"이라며 "전체 환불은 어렵고, 먹기 불편해 보였던 12개만 환불해주겠다"고 했다. 결제액 3만4800원 중 2만6100원만 환불됐다.

판매 사이트에 남긴 구매 후기도 사라졌다. 일반 소비자들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숨김 처리'를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서브마켓 관계자는 "광고·홍보성 후기나 욕설·비방 등 부적절한 표현, 상품과 무관한 내용, 허위 또는 반복성 의심 후기 등 자체 기준에 따라 자동 숨김 처리된다"고 설명했다.

서브마켓에서 피해를 본 소비자들이 환불을 요청했던 하자 상품 사진들. /독자 제공

이 같은 사례는 적지 않다. 지난 2월 서브마켓에서 애플망고 7개를 산 소비자 B씨는 썩은 과육 단면을 자른 사진을 CS센터에 보냈음에도 3주간 환불받지 못하다가 해운대구청에 민원을 접수하고 나서야 환불을 받았다. 서브마켓은 부산 해운대구에 있다. B씨는 "구매 후기도 없어졌다"며 "만약 민원 접수를 하지 않았다면 환불해 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브마켓 관계자는 "24시간 이내에 접수했더라도 애로사항이 많다 보니까 절차가 늦어졌을 수 있다. 규정에 따라 문제가 있으면 환불해 주고 있다"고 했다. 이어 "구매 후기는 점수별로 모니터링 결과에 따라 자동 숨김 처리된다. 숨김 처리된 후기는 원상 복구하겠다"며 "고객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개선할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손민균

◇SNS마켓, 환불 거부·후기 숨김 등 소비자 권리 사각지대

이는 이 업체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국소비자원 등에 따르면, SNS마켓 '유앤아이폰'에서 34만4000원에 스마트폰을 공동 구매(공구)한 김 모씨는 2달 넘게 제품을 받지 못했다. 그는 이런 상황을 블로그에 후기글로 올렸는데 판매자 신고로 삭제됐다. 또 육아용품 전문 한 SNS마켓에서 옷 3벌을 구매한 박 모씨는 먼저 배송받은 옷 1벌의 품질이 좋지 않자, 나머지 옷 2벌에 대해 환불을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

이는 모두 전자상거래법상 금지된 행위다. 전자상거래법 제17조에 따르면 표시·광고 내용과 다르거나 하자가 있는 상품이 배송된 경우 소비자가 상품을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청약을 철회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환급은 제품 반환일로부터 3영업일 이내다. 같은 법 제21조엔 청약 철회 환급을 거부·지연하는 사업자에 대한 과태료 및 시정 조치도 규정돼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하자가 있는 물건을 받았다면 청약을 철회하고 환불을 요구할 수 있다. 이때 원상 복구하는 게 원칙"이라며 "조사 결과에 따라 시정명령·영업정지 또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했다.

구매 후기를 숨기거나 삭제하는 행위도 불법이다. 표시광고법 제3조는 '기만적인 표시·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 공정위는 지난 2024년 쿠팡이 자사에 불리한 리뷰를 소비자에게 노출하지 않거나 검색·정렬에서 불리하게 배치한 혐의로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SNS마켓 소비자 피해 매년 증가... 사전 관리·감독 강화해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SNS마켓 관련 피해 신청 건수는 2021년 110건에서 ▲2022년 181건 ▲2023년 190건 ▲2024년 191건으로 매년 증가세다. 올해는 8월 말 기준 156건이 접수됐다. 전문가들은 SNS마켓 피해가 커지는 만큼 소비자 보호를 위한 사전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SNS마켓 혹은 대표(중개자)에 대해 반품·교환·환불 처리 관련 인증제도를 도입해 소비자가 이 업체를 믿고 구매해도 될지 사전에 알게 해야 한다"며 "피해 구제 접수처나 구제 관련 제도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제 있는 업체와의 거래를 사전에 차단하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신뢰성과 안전성이 낮은 SNS마켓에서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판단 근거 중 하나는 리뷰(구매 후기)"라며 "소비자 보호·정보 제공 차원에서 리뷰를 사측에서 맘대로 지우지 못하도록 운영 규정을 소비자에게 공개하는 등 관련 정책·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