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페인 커피 이미지./조선DB

이 기사는 2025년 9월 4일 오후 3시 38분 조선비즈 RM리포트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국내에서 디카페인으로 판매되는 커피·차 제품 중 상당수가 여전히 카페인을 함유한 것으로 나타나 제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행 제도는 원재료에서 카페인을 90% 이상 제거하면 '디카페인' 표시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열린 이재명 정부 소비자정책위원회 참석자들은 이러한 소비자 인식과 제도 간의 괴리를 이유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디카페인 표시 기준 개편을 권고했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행 식약처 고시는 편의점·마트 등에서 유통되는 제품 외에 커피전문점 및 제과점 등에서 직접 만들어 파는 커피에도 총 카페인 함량을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카페인이 1mL당 0.15mg 이상 들어 있으면 '어린이, 임산부, 카페인 민감자는 섭취에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등의 문구를 적어야 한다. 또 고카페인을 함유했다는 문구 또는 총 카페인 함량이 정확히 얼마 포함됐는지를 함께 표시해야 한다.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은 원재료에서 카페인을 90% 이상 제거하면 디카페인으로 표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유럽연합(EU)은 99% 이상 제거해야 디카페인 표시가 가능하다. 그런데 이는 가이드라인 수준이고, 실제로는 더 촘촘하게 관리를 하고 있다. EU에선 카페인 함량이 얼마나 남았는가를 기준으로 볶은 커피는 0.1% 이하, 인스턴트커피는 0.3% 이하여야 한다. 통상 1잔(약 120~150mL)당 2~5mg 이하를 권장 범위로 본다. 국내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들의 디카페인 커피 한잔당 카페인이 적게는 5mg 많게는 26mg 포함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미국의 경우 디카페인 처리 공정에서 사용되는 용매의 잔류 허용치를 규제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메틸렌클로라이드가 10ppm 이하여야 한다는 기준을 두고 있다. 10ppm은 10갤런에 물 10방울 정도인 수준이다. 이에 비해 국내 기준은 카페인을 얼마나 제거했는가에만 치우쳐 있어, 실제 소비자가 마시는 제품 속 카페인 잔존량을 꼼꼼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소비자정책위원회 관계자는 "카페인이 거의 없다고 생각하는 소비자 인식과 차이가 있어, 해외 사례를 참고해 잔존 카페인 함량 등을 기준으로 디카페인 여부를 표시하도록 표시 기준을 재설정할 것을 식약처에 권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소비자정책위원회의 권고는 강제력은 없으나 식약처는 관련 현황을 점검하고 제도개선을 검토해야 한다.

실제로 이 같은 소비자 인식 관련 조사 결과도 잇달아 나오고 있다. 지난 4월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식약처가 디카페인 표시 기준을 90%에서 97%로 조정해야 한다고 성명을 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에 따르면 부산소비자단체협의회가 소비자 인식도를 조사한 결과, 디카페인 커피를 마시는 사람의 79%가 '카페인 제거율이 97% 이상인 커피를 디카페인 커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구체적으로는 카페인 제거율 97%~99%가 디카페인 커피라고 인식한 비율은 55%(55명), 99% 이상은 24%(24명)로 집계됐다.

디카페인 커피를 마시지 않는 사람의 경우 74.2%가 카페인 제거율 97% 이상으로 인식한다고 응답했다. 97%~99% 미만이 40%(48명), 99% 이상이 34.2%(41명)였다. 대다수 소비자가 현행 제도보다 훨씬 엄격한 잔류 허용치를 디카페인 기준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디카페인 커피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박희승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디카페인 커피 생산량은 2019년 1637톤에서 2023년 1만2359톤으로 약 7.5배 증가했다. 디카페인 커피 수입 규모도 2019년 671톤에서 2023년 1410톤으로 약 2.1배 늘었다. 스타벅스코리아의 지난해 디카페인 음료 판매량은 약 3270만 잔으로 전년 대비 55% 증가했다. 식약처는 "소비자정책위원회의 권고와 관련, 제도 개선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