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가 유통 업계의 새로운 마케팅 전장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e스포츠를 후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품·공간 등을 e스포츠와 연계해 팬덤과 직접적인 접점을 만드는 식입니다. e스포츠에 충성도가 높은 MZ세대를 겨냥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입니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 '카스'는 2023년부터 3년 연속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와 파트너십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LCK는 전 세계 1억명 이상의 시청자들이 즐기는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의 한국 프로 리그로, 2030 세대에서 압도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국내 주류 업계에서 e스포츠 리그 후원에 나선 곳은 카스가 처음입니다.
카스는 매 시즌 현장에서 부스를 운영하며 e스포츠 팬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LCK 연간 공식 후원사로 참여해 모든 시즌에 브랜드 부스를 운영했고, 지난 7월에는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열린 '2025 LCK 로드쇼 T1 홈그라운드'에서 대형 부스를 설치해 팬덤 마케팅을 이어갔습니다. 한정판 제품도 내놓고 있는데요, 지난해 출시한 '카스 X LCK 레전드팩'은 1·2차 물량 모두 매진됐다고 합니다. 올해도 '카스 X T1 킹덤팩'을 내놔 팬덤 수요를 자극했습니다.
카스 브랜드 매니저는 "국내 최대 e스포츠 리그 LCK와의 협업을 통해 Z세대 소비자와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라며 "앞으로도 젊은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마케팅을 계속 펼치며 카스 브랜드의 즐거운 에너지를 선사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팔도는 지난달부터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게이머 '페이커'(이상혁)와 손잡고 '킹스브레이브'(KING's BRAVE)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왕뚜껑의 콘셉트와 페이커의 도전 정신을 결합해 소비자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목표입니다. 페이커가 직접 자신의 이야기와 도전 메시지를 팬들과 공유하는 '킹스브레이브 토크콘서트'도 개최할 예정입니다. 추첨을 통해 참석자 100명을 모집하는데 당첨자는 11월 발표 예정이라고 합니다. 단순 광고 모델이 아니라 선수의 도전 정신을 브랜드 가치와 연결한 셈입니다.
식음료 업계뿐 아니라 패션 업계도 e스포츠와 협업하고 있습니다. 무신사는 지난해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진출팀인 젠지와 손잡고 데상트와 협업한 유니폼을 출시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글로벌 캐주얼 신발 브랜드 크록스는 지난해 e스포츠 팀 디플러스 기아(Dplus KIA)와 파트너십을 맺고 팝업스토어를 잇달아 열고 있습니다. 지난달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행사에서는 협업 신발과 굿즈를 선보이고, 선수단 깜짝 방문과 팬 참여형 이벤트를 통해 현장의 열기를 끌어올렸습니다. 선수들이 국제대회에서 직접 크록스를 착용하며 브랜드 노출 효과도 극대화했습니다.
유통업계가 e스포츠 팬덤을 중심으로 마케팅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MZ세대의 소비 확장을 공략하기 위해서입니다. 브랜드 경험을 게임 문화와 완전히 융합시키려는 전략입니다. 예컨대 농심은 2020년 e스포츠 구단 '레드포스'를 창단한 데 이어, 최근 강남권에 프리미엄 PC방 '레드포스PC 아레나'를 열었습니다. 매장에서 농심 제품과 e스포츠 굿즈를 동시에 즐길 수 있어, 단순히 소비를 넘어 체험형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축구 같은 전통 스포츠보다 낮은 비용으로도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e스포츠는 젊은 소비자와의 연결 고리를 확장하는 데 가장 효과적이다"라며 "경기 결과나 시즌 이벤트와 연계된 굿즈·콜라보 상품은 즉각적인 매출로 이어지고, 현장 트래픽 데이터가 명확해 후원 성과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기업들에겐 매력적"이라고 했습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딜로이트에 따르면 올해 e스포츠 시장 규모는 81억달러(11조3000억원)로 2034년에는 480억달러(66조8000억원)까지 확대될 전망입니다. 한국 시장 역시 같은 기간 3억달러(4200억원)에서 5억2000만달러(720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유통 업계와 e스포츠의 협업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