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상징인 흰머리수리는 북미 대륙에만 서식하는 맹금류다. 날개폭이 2m를 넘고, 예리한 시력과 뛰어난 사냥 능력으로 천적이 거의 없는 최상위 포식자다. 수명은 20~30년에 이른다. 야생에서 38년까지 생존한 기록도 있다. 한 번 영역을 정하면 수십 년 동안 굳건히 지키며, 침입자가 나타나면 집요하게 몰아내는 습성도 갖고 있다.

미국은 이러한 흰머리수리를 1782년 국조(國鳥)로 채택했다. 강인한 날개와 예리한 시선, 하늘 높이 비상하는 모습은 자유와 독립의 상징이었다. 논란도 있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가운데 한 명인 벤저민 프랭클린은 사적인 편지에서 "흰머리수리는 게으르고 도덕적이지 않다"고 평가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흰머리수리는 신생 국가의 기개와 자부심을 드러내는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지금도 대통령 문장, 국회의사당 돔 장식, 국방부와 연방기관 문양 등에서 핵심적인 상징으로 쓰인다.

이 상징을 와인 브랜드로 옮겨온 사례도 있다. '더 페더럴리스트(The Federalist)'가 그것이다. 미국 '텔라토 와인 그룹(Terlato Wine Group)'이 생산하는 이 브랜드는 원래 벤저민 프랭클린을 비롯해 조지 워싱턴, 에이브러햄 링컨 등의 초상을 라벨에 담아왔다. 미국의 근간을 이룬 개척 정신에 경의를 표한다는 취지였다. 특히 벤저민 프랭클린은 와인 애호가였다고 한다. 그는 "와인은 신이 우리를 사랑하고 우리 스스로 행복하기를 원함을 보여주는 증거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래픽=정서희

더 페더럴리스트의 대표작 중 하나는 '더 페더럴리스트 샤르도네'다. 이 와인은 캘리포니아 로다이(Lodi) 지역에서 수확한 샤르도네로 만들어진다. 더 페더럴리스트는 그간 소노마, 메도시노 등 여러 지역의 포도를 사용했다. 이제는 로다이 단일 지역에 집중하고 있다. 로다이는 지중해성 기후의 영향을 받아 여름은 덥고 건조하지만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크다. 새크라멘토 강에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 덕분에 포도가 과하게 익지 않고 산도와 균형을 유지한다. 이러한 기후 조건은 과일 향이 풍부하고 구조감이 있는 샤르도네 생산에 최적화돼 있다.

와인 양조 과정도 섬세하다. 1차 발효를 마친 뒤 젖산 발효를 진행하면서 효모 찌꺼기를 휘저어 와인에 질감을 더한다. 숙성에 사용한 오크통 중 35%가량은 미국산, 프랑스산 또는 헝가리산 오크를 혼합한다. 이를 통해 바닐라·코코넛 같은 달콤한 뉘앙스와 은은한 향신료 향미, 구조감을 부여한다. 나머지는 사용 이력이 있는 오크통을 활용해 과일 본연의 향을 살린다.

녹색 사과와 레몬 타르트 같은 산뜻한 풍미가 먼저 다가오고, 바닐라 크림과 은은한 향신료 향이 이어진다. 입안에서는 열대 과일의 풍미와 크리미한 질감이 어우러지고, 바닐라와 코코넛의 부드러운 여운이 남는다. 산뜻함과 풍부함이 균형을 이루며 미국 샤르도네 특유의 관능미를 드러낸다. 크림 파스타, 구운 연어요리, 구운 닭요리, 크림치즈와 잘 어울린다.

더 페더럴리스트는 한국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진이 이연복 셰프에게 선물한 와인으로도 이름을 알렸다. 더 페더럴리스트 샤르도네는 와인 엔수지애스트 90점을 받았으며 2025 대한민국 주류대상에서 신대륙 화이트 와인 부문 대상을 받았다. 국내 수입사는 아영FBC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