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 부족으로 쌀값이 오르자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달 말까지 3만톤(t)의 정부 양곡을 공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쌀 한 포대(20㎏ 기준) 소매가격은 5만~6만원대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다. 오는 10월까지 쌀값이 더 오를 것으로 전망돼 유통업계와 소비자의 부담이 당분간 커질 전망이다.

지난 26일 오후 12시 30분 서울 마포구의 한 마트에 마련된 쌀 매대. 저렴한 가격대의 쌀 제품은 품절된 상태다. /민영빈 기자

2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전날 기준 쌀 20㎏ 소매가격은 5만9818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5.36%, 평년 대비 13.18% 오른 수치다. 지난달 31일에는 쌀 20㎏ 소매가격이 6만573원까지 올랐다.

전날 오후 12시 30분 서울 마포구 한 마트 매대에 놓인 저렴한 쌀은 이미 품절된 상태였다. 20㎏ 기준 가장 많이 남아 있는 쌀은 철원오대쌀로 7만9000원이었다. 파주쌀은 6만9000원, 장수쌀은 5만7000원이었다. 마트 직원 박 모(53)씨는 "철원오대쌀을 최고로 치지만 가격이 비싸 상대적으로 값싼 쌀들이 먼저 동나고 있다"라고 했다.

주부 황영신(56)씨는 "철원오대쌀을 주로 사는데, 오늘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당진쌀 10㎏을 샀다. 원래 3만6000원인데 2000원 할인을 받았다"며 "추석 전후로 햅쌀을 수확하면 여느 때처럼 쌀값이 떨어질 테니, 그때까지 먹을 쌀은 저렴한 가격대로 사게 된다"고 했다.

지난 25일 서울 도심의 한 마트에서 시민들이 쌀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쌀 소매가 인상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2024년 전국 쌀 생산량은 358만5000t으로 전년 대비 3.2% 줄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남 지역에 집중된 폭우로 7791㏊의 논이 침수됐다. 이상고온 현상으로 폭염이 지속되면서 벼멸구 피해를 본 벼 재배면적은 3만4000㏊에 달했다.

이에 더해 정부가 2024년산 쌀 20만t을 시장 격리하면서 시장 공급량이 더 줄었다. 쌀 생산·유통 판매업체 대표 A씨는 "작년 이상기후로 쭉정이가 많아 실질적인 쌀 생산량이 부족한 상황이었다"라며 "그런데 당시 정부는 쌀이 남는 걸로 추산해서 20만t을 격리했다. 그래서 쌀값이 오른 것"이라고 했다.

쌀 가공식품·간편식 수요 확대, 케이(K)푸드 수출 호조로 쌀 수요가 증가한 영향도 있다. 지난해 기준 가공용 쌀 소비량은 약 64만4000t이다. 최근 5년 새 31% 증가했다. 지난해 관련 제품 수출도 3억달러(한화 약 4194억원)로 전년 대비 38.4%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올해 배정한 가공용 양곡 물량은 34만t으로 지난해보다 약 2만t 줄었다. 즉석밥·가공업체에 쌀을 납품하는 유통업체 대표 B씨는 "최근 들어 물량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연락이 많이 온다. 많을 땐 하루에 10곳 정도"라며 "직접 트럭을 끌고 와서 쌀을 실어 갈 테니 물량만 확보해 달라고 하는 곳도 많아졌다"라고 했다.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쌀 가공산업 발전과 식량안보 토론회'에서 조상현 쌀가공식품협회 본부장은 "이미 정부 배정 물량을 소진한 산업 현장은 민간 쌀값 폭등으로 납품 계약을 못 지키고 있다. 관련 업체의 70~80%가 쌀 확보난을 겪는 중"이라고 했다.

그래픽=손민균

업계에서는 본격적으로 햅쌀이 수확되는 10월까지 쌀값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정부의 양곡 방출량이 많지 않아 단기적으로 재고 부족 문제를 해소할 수 없다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이달 말까지 3만t의 양곡을 공급하고 있다. 2025년산 조생종을 수확하면 빌린 양곡만큼 되갚는 일종의 대여 방식이다.

김정룡 쌀생산자협회 사무총장은 "햅쌀을 수확하고 나면 쌀 가격이 지금처럼 막 오르지는 않겠지만 보합세는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햅쌀을 수확했는데도 쌀값이 안정화되지 않고 계속 오를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쌀 가격 왜곡이 시작됐다는 의미"라며 "농가에 일정한 수익을 보장하되, 쌀값이 더 오를 거라는 기대감에 쌀을 풀지 않는 일부 도매업자 등에게 전하는 정부의 정책 시그널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