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able·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한 걸 식품 트렌드로 보는 경향이 사라지고 있다. 하나의 브랜드를 오랫동안 운영하고 잘 버티는 지속가능성이 더 중요하다."
남민정(46) 인사이트플랫폼 대표는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집무실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최근 F&B(식·음료) 시장에서 주목하는 트렌드가 무엇인지 묻는 말에 "트렌디함으로 승부를 보는 건 고작 1~2년이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외식 브랜드가 불과 2년 후에 사라지는 사례가 흔하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남 대표는 2004년 미국 뉴욕대에서 외식경영학 석사, 2013년 한양대에서 관광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CJ프레시웨이와 타워홀딩스에서 근무했다.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2018년 인사이트플랫폼을 설립했다. 인사이트플랫폼은 외식·F&B·호스피탈리티 산업을 연구하고 교육·트렌드 분석 등을 제공하는 컨설팅 회사다.
남 대표가 말하는 지속가능성은 하나의 브랜드를 5년 이상 운영할 수 있는 경쟁력이다. 처음 브랜드를 선보였을 때부터 꾸준히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는지, 높은 소비자 만족도가 유지되는지 등을 아우른다. 남 대표는 "지속가능성이 곧 재무적으로 성공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맛·분위기·서비스·위생 등 모든 영역에서 육각형인 완성도 높은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의미"라고 했다.
남 대표는 경험이 지속가능성에 시너지를 준다고 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서울 용산구의 남부 이탈리안 식당 '쇼니노(Shawnino)'를 언급했다. 그는 "작지만 아늑하고 따사로운 햇살이 들어오는 매장 분위기에 맛있는 브런치, 직원들의 친절함 등을 겪어본 소비자들의 입소문이 쇼니노가 4~5년째 줄 서는 맛집이 되도록 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남 대표는 K(케이)콘텐츠 열풍으로 위상이 올라간 K푸드가 해외에서도 '계속 먹히는 브랜드'가 되려면 본질적인 고유성(정체성)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한국의 맛·식문화 등은 그대로 유지하되, 현지의 취향을 차용하는 형태가 그들에겐 '힙함'으로 다가온다"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ㅡ오래 살아남고 성공하는 외식 브랜드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맛있는 음식을 위한 좋은 재료, 고품질 서비스 제공을 위한 직원 교육, 콘셉트 유지를 위한 저렴한 원자재 지양 등 철학은 다를 순 있지만, 공통적으로 브랜드 대표의 철학에서 타협이 없다. 예를 들면 모던샤브하우스를 운영하는 '썬앤푸드'가 절대 타협하지 않는 게 고객 만족이 최우선이라는 점이었다. 이를 현장에서 바로 응대할 수 있도록 매장 매니저나 점장, 직원들에게도 권한을 위임하고, 샤브샤브 재료도 최고급으로만 준비해서 제공한다고 했다."
ㅡ해외에서도 오래 살아남는 K 외식 브랜드가 되려면 현지 소비자 취향과 문화를 어떻게 반영해야 하나.
"한국의 식(食)문화를 어떻게 잘 전달하느냐가 관건이다. 미국 뉴욕에 있는 한국식 스테이크 하우스인 '꽃(Cote)'이 잘하고 있는 지점이다. 꽃은 테이블에서 고기를 직접 구워 먹는 '한국식 바비큐' 문화에, 뉴욕인들이 즐기는 와인리스트를 제공하는 전략으로 승부했다. 한국 고유의 식문화를 즐기고 싶다는 욕구에 현지 취향까지 반영한 것이다.
꽃의 자매 브랜드 '꼬꼬닭(Coqodaq)'에서 선보인 한국식 치킨과 샴페인을 같이 먹는 '치샴'도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 음식을 현지 음식처럼 변형했던 '퓨전'이 아니라 K푸드에 현지 취향을 일부 차용하는 방식이 통하고 있다."
ㅡ오래 살아남는다는 건 전통과 현대를 잇는 작업 같다. 전통의 현대화라는 관점에서 중요하게 보는 가치가 있나.
"MZ세대들에게도 통하느냐가 중요한 과제다. 식당인 만큼 음식과 맛, 분위기 등은 옛것 그대로지만, 위생, 친절함, 재미 등 현시대가 원하는 방향을 접목하는 게 중요하다. 이걸 지혜롭게 푸는 곳이 태극당과 성심당, 광장시장이라고 생각한다. 광장시장 '박가네 빈대떡'의 추상미 대표는 '할머니 세대의 방법으로도 장사는 잘됐을 테지만 위생·친절 등은 개선해야 하는 부분이었다. 여기에 젊은 세대가 좋아할 만한 팝업 등도 유치해 그들이 찾아오도록 했다'고 한다."
ㅡ이용자 경험(UX)에 맞춘 푸드테크가 많아지는 추세다. 앞으로 푸드테크가 어떻게 활용될 거라고 보나.
"푸드테크를 받아들이는 소비자들의 관점이 달라졌다. 4~5년 전엔 '바리스타 로봇'을 구경하러 매장을 찾곤 했지만, 지금은 조리·서빙 로봇을 이용하는 게 정말로 효율적인지를 본다. 특히 최근 들어 셰프 출신이 푸드테크 기업을 창업하거나 푸드테크 기업이 식당을 여는 등 교집합이 생기고 있다. '현장에서 겪는 문제'를 현실적으로 해결하는 푸드테크가 발전할 거라고 본다.
또 QR 메뉴판·테이블 오더가 아니라 경험 데이터를 토대로 한 메뉴 주문·추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월마트엔 앞 유리가 스크린으로 덮인 냉장 시설이 있는데, 특정 제품을 보고 있는 소비자의 홍채와 움직임을 인식해 사고자 하는 제품의 정보를 스크린에 전부 제공한다. 아직은 유통 매장에서만 사용 중인 기술이지만, 외식 브랜드에도 적용될 가능성도 높다."
ㅡ향후 5년 F&B 시장·산업 전망은.
"효율과 경험을 극대화한 외식 브랜드·식품군으로 극명하게 나뉠 것으로 전망된다. 시성비(시간 대비 성능)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른 시간 안에 먹을 수 있는 밀키트·편의점 도시락을 포함해 2분 안에 완제품을 만들어주는 로봇·자판기 등 푸드테크도 더 발전할 것이다.
반대로 미디어아트를 접목한 메뉴나 브랜드도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경험을 중시하는 요즘 세대의 수요를 반영한 기술 개발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브랜드 운영자들은 효율에, 소비자들은 경험에 집중하면서 푸드테크도 점점 디테일하게 개발될 것으로 전망된다."
ㅡ끝으로 하고 싶은 얘기는.
"지속가능성은 소비자도, 운영자도 모두가 만족한 형태의 브랜드 이미지다. 그만큼 애매한 전략을 펼치는 F&B 브랜드들은 도태되고 사라질 수밖에 없다. 애매한 것으로는 승부할 수 없는 시대다. F&B 시장에서의 성공을 꿈꾼다면 이 부분을 재고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