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8월 21일 오후 5시 21분 조선비즈RM리포트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유전자변형식품(GMO) 표시제의 칼자루를 쥐었다. GMO 완전표시제 도입에 대한 찬반 논란이 격화되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선별적 표시제'라는 절충안을 선택한 데 따른 것이다.
GMO 선별적 표시제란 GMO를 사용했더라도 가공 과정에서 GMO 단백질이 사라진 식품에는 표시 의무를 면제하되, 식약처장이 지정한 품목에만 표시를 붙이도록 한 것이다. DNA 잔존 여부와 상관없이 식약처에서 정한 특정 품목은 GMO 사용 여부에 따라 의무적으로 표기하게 됐다. 식약처는 앞으로 시행령과 고시를 통해 표시 대상 품목을 확정할 계획이다.
22일 정치권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최근 법안소위에서 GMO 선별 표시제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에 대해 식품업계는 식약처 최종 결정이 남았기 때문에 불확실한 상황은 이어지고 있지만, 완전표시제가 도입됐을 때의 혼란보다는 논란이 덜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GMO 완전표시제가 시행됐다면 원료 수입 정책부터 새판을 짜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소비자 가격 정책도 재검토해야 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식자재 회사 관계자는 "GMO 원재료를 사용하는 이유는 국내 원재료를 활용해선 단가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GMO에 대한 소비자 반감이 있는 상태에서 갑자기 이를 시행하면 비싼 원자재로 상품을 만들어야 해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다만 간장이나 식용유와 같은 기초 가공식품 업계의 고민은 여전하다. 식약처가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과정에서 식품 자급률을 기준으로 만들면 GMO 표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수입 GMO 대두가 없으면 식용유를 만드는 것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 국내 곡물 자급률 기준으로 대두의 자급률은 7.5% 수준이다.
식품 자급률이 화두로 떠오르는 배경에는 GMO 완전표시제의 도입 이면에 있는 자국 농산물 보호 취지가 있다. GMO 완전표시제는 원류는 유럽연합(EU)이다.
대외적 명분은 소비자 알 권리를 강화한다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미국의 GMO 기술로부터 유럽 전통농업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 더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 GMO 완전표시제를 환영하는 단체가 소비자 단체와 일부 농민단체인 이유다. 소비자 단체는 국회가 절충안을 제시한 것을 두고도 "소비자 선택권 확보가 여전히 미진해 아쉽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식품산업협회 관계자는 "유전자 변형 원료와 아닌 원료의 가격 격차는 적게는 20%, 많게는 70%까지 벌어진다"며 "식약처가 지정한 가공식품 위주로 희비가 엇갈릴 것이고 GMO DNA나 단백질이 남아있지 않지만 이를 표시한 제품 위주의 가격 상승 요인이 분명히 있다"고 했다.
GMO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최근 논의에서 유전자 변형의 정의를 '생명공학기술을 활용해 농·축·수산물 등의 유전자를 변형하는 것'으로 법에 명시했다.
전문가들은 무조건 유전자 변형을 생태계 교란 등의 의미로 부정적으로 볼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어차피 GMO 완전표시제로 가는 길목이라고 한다면 'GMO 원료를 식품에 활용하면 정말 위험한가'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라고 했다.
이영은 하나로의료재단 영양연구센터장은 "한국 사회는 GMO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완전표시제가 도입되면 유기농 제품 등으로 소비자 선택이 몰릴 가능성도 있지만, 여기서 간과하지 않았으면 하는 점은 GMO에 대한 과학적인 안전 검증"이라고 했다. 이어 "안전 검증을 강화하면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지점도 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