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와인 시장에서 칠레 와인은 오랫동안 가성비의 대명사로 불렸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국제 평론가들의 평가를 보면 더 이상 가격 대비 품질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위치에 올라섰다. 저명한 와인 평론가인 제임스 서클링은 지난 2019년 "칠레의 대담한 포도 재배자들은 혁신을 한계까지 밀어붙이고 있다. 역사상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칠레 와인들이 시장에 출시되고 있고 세계 최고 수준의 와인 대열에 합류했다"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칠레 와이너리 '몬테스(Montes)'는 상징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조선비즈는 지난달 17일 서울 강남구 나라셀라 도운에서 방한한 몬테스의 수석 와인메이커 가브리엘라 네그레테를 만나 몬테스 와인을 포함한 칠레산 와인이 최근 연이어 좋은 평가를 받은 비결을 물었다.

네그레테 수석 와인메이커는 "1980년대에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선 현대적인 와인메이킹 기술을 도입하는 '품질 혁명'이 진행되고 있었다"라며 "칠레 와이너리도 이 시기에 해외 와이너리를 벤치마킹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그들이 수백 년의 시간 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칠레도 짧은 시간에 응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나라셀라 도운에서 가브리엘라 네그레테 몬테스 와인메이커가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고운호 기자

네그레테 수석 와인메이커는 해외 와이너리에서 오랜 기간 경력을 쌓은 뒤 칠레에 온 인물이다. 그는 1991년 칠레 가톨릭대에 입학해 와인양조학을 전공했다. 이후 미국 나파밸리, 스페인 리베라 델 두에로, 프랑스 보르도의 꼬뜨 뒤 블라이 등 세계 주요 산지의 와이너리에서 경력을 쌓고 2004년 몬테스에 합류했다. 2018년부터 몬테스의 본거지인 아팔타에서 수석 와인메이커로서 생산 전 과정을 총괄하고 있다.

그는 "몬테스도 좋은 와인을 만들기 위해 1987년 설립 이후 투자를 아끼지 않았고, 그 노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ㅡ몬테스는 칠레 와인 역사에서 어떤 의미를 갖나.

"칠레 와인을 세계 와인 역사에 올려놓은 곳이 몬테스다. 창업자인 아우렐리오 몬테스는 비전있는 혁신가였다. 그는 세계 최고의 와인과 경쟁할 수 있는 고품질 와인을 만들기 위해 와이너리를 세웠다. 35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여전히 이러한 열정을 갖고 헌신을 다하고 있다. 우리가 우수한 와인을 만들 수 있었던 이유는 아주 작은 부분에도 매우 심혈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ㅡ아이콘 와인을 만드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아이콘 와인은 와이너리가 가장 공들여 만든 상징적인 최고 등급의 와인이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우선 포도밭이다. 최고의 포도밭, 최고의 포도를 얻어야만 훌륭한 와인을 만들 수 있다. 이 외에 어떤 마법 같은 조미료는 없다. 창업주는 아팔타라라는 특별한 장소를 선택했는데, 토양이 다양하고 평지에서 언덕까지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수확 시점이다. 적절한 타이밍에 수확하는 것이 핵심이고, 양조 과정에서는 포도밭에서 얻은 장점을 최대한 유지하도록 부드럽고 세심하게 접근한다. 직원들에게 '정신을 딴 데 팔지 마(be careful)'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한다. 포도 수확기에는 체력적으로 힘들다. 양조장에 있는 탱크 수만 해도 153개에 달한다. 단계별로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하기 때문에 '포도를 자식처럼 생각하라'라고 늘 이야기한다."

(왼쪽부터) 슈퍼 아이콘 와인 '몬테스 타이타', 2005년 APEC 정상회담 만찬 와인 '몬테스 알파 M', 칠레 최초의 컬트 시라 와인 '몬테스 폴리 시라', 2011 오바마 미국 대통령 칠레 국빈방문 만찬주인 '퍼플 앤젤'./나라셀라 제공

ㅡ몬테스의 아이콘 와인 중 알파 M이 가장 먼저 출시됐다. 알파M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창업주는 와이너리를 세우기 전부터 세계 무대에서 프랑스·이탈리아 와인과 어깨를 나란히 할, 소위 '챔피언스 리그'에서 칠레를 대표할 와인을 만들고 싶어 했다. 몬테스가 가장 먼저 출시한 와인은 '몬테스 알파'였다. 이 제품을 출시한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프로젝트 X'라는 이름으로 10여 년의 연구 끝에 1996년 '몬테스 알파 M'을 선보였다. 칠레 와인이 프랑스 보르도와 같은 전통 명산지 와인과 어깨를 나란히 한 최초의 와인이다."

ㅡ아이콘 와인과 이보다 좀 더 대중적인 '몬테스 알파' 시리즈의 차이는 무엇인가.

"알파 시리즈는 일관성과 꾸준함에 중점을 두고 있다. 몬테스의 스타일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와인인 셈이다. 반면 아이콘 와인은 매 빈티지의 개성을 최대한 드러낸다. 포도가 생산되는 구획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해의 기후와 포도밭의 개성이 더 잘 드러날 수밖에 없다. 알파 와인은 60~80여개의 구획에서 수확한 포도를 사용하는데, 아이콘 와인의 경우 훨씬 더 정밀한 선별 과정을 거친다. 예컨대 알파 M에는 10개 구획에서 수확한 카베르네 소비뇽, 7개 구획에서 수확한 메를로, 5개 구획에서 수확한 카베르네 프랑, 3개 구획에서 수확한 쁘띠 베르도를 사용한다. 몇 개 구획인지 정확히 아는 이유는 직접 포도밭을 걸으며 확인하기 때문이다. 품질을 끌어올리는 데 있어 정밀한 구획 관리는 중요하다."

ㅡ포도를 수확하기 적합한 시기인지 어떻게 확인하나.

"포도를 일단 씹어본다. 당분과 산미, 폴리페놀을 입에서 느껴보면서 이상적인 균형을 이루는지 확인한다. 브릭스(과일의 당도를 나타내는 단위)도 측정하지만 어느 구획의 포도를 먼저 딸지 정하는 힌트 정도로만 이용할 뿐 절대적으로 맹신하지는 않는다."

몬테스의 아팔타 포도밭 전경. /몬테스 제공

ㅡ빈티지마다 어떤 차이가 있었나.

"예컨대 2010년은 겨울에 비가 많이 왔고 봄은 시원했다. 여름은 따뜻했지만 지나치게 덥지 않아 좋은 해였다. 2015년은 겨울이 비가 많았으나 봄은 이례적으로 기온이 낮아 생장 속도가 늦었고, 여름은 매우 더웠다. 반면 2020년은 겨울 강수량이 절반 수준으로 적어 포도밭 관리가 어려웠고, 여름에는 폭염이 찾아왔다. 이런 조건들이 빈티지별 차이를 만든다."

ㅡ지구 온난화에 따른 품질 변화도 예상된다.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2009년경부터 기후 변화에 대비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포도밭에서는 토양의 습도를 유지하기 위해 피복작물을 심고, 잎의 수와 캐노피 관리를 통해 수분 손실과 햇볕 피해를 줄이고 있다. 날씨가 건조하면 포도 알갱이가 작아지는데 양조장에서는 작아진 포도 알갱이에 맞춰 추출 방식을 조정하고, 오크통 사용 비율도 달리한다. 최근 5년간은 '재생 농법'에도 힘쓰고 있다. 토양을 건강하게 유지해 덩굴 자체를 더 강하고 회복력 있게 만드는 방식이다. 이렇게 해야 기후 변화 속에서도 포도가 잘 자랄 수 있다."

ㅡ한국에서 지금까지 몬테스 와인이 1700만 병 이상 팔렸다. 어떤 음용 방식을 추천하나.

"몬테스 와인은 새 빈티지도 바로 즐길 수 있다. 하지만 보관할 공간이 있고 시간을 기다릴 수 있다면 10년, 15년 후에 마셔도 훌륭하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복합적이고 부드러워지며, 마치 마법 같은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