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류 소비가 줄어들면서 지난 2분기 주류업계가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하이트진로(000080), 롯데칠성(005300)음료 주류 부문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세를 보였다. 주요 업체들은 국내 소비 진작이 단기에 이뤄지기 어렵다고 보고, 제품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함께 해외 시장 진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분기 하이트진로 매출은 6466억원, 영업이익은 64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8%, 5.5% 감소했다. 특히 소주 부문의 매출은 3824억원, 영업이익은 491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4.7%, 14.9% 줄었다. 외식업 부진과 기록적인 폭염이 소주 소비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맥주 부문은 매출 2082억원, 영업이익 117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0.9%, 13% 증가했다. 하지만 증권가에선 맥주 부문 실적이 선방한 이유가 제품 가격 인상 가능성과 관련한 선수요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쟁사 제품 가격 인상에 따른 '밀어내기' 판매와 테라와 켈리 등 주요 제품 출고가 인상을 앞두고 가수요가 발생했다"라고 했다.
롯데칠성음료 주류 부문 역시 지난 2분기 매출 1891억원, 영업이익 29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6.5%, 9.4% 감소했다. 세부적으로는 소주, 맥주, 와인 매출이 각각 3.6%, 31.2%, 7.3% 줄었다. 정한솔 대신증권 연구원은 "유흥 시장 위축과 주류 트렌드 변화에도 소주 '새로' 판매량은 전년 대비 6% 증가한 추정되나, '처음처럼'이 역성장하며 전체 소주 매출이 줄었다"라며 "맥주는 클라우드 생드래프트 단종, 크러시 판매 부진이 영향을 미쳤다"라고 밝다.
국내 주류 시장이 침체한 이유로는 내수 경기가 장기간 위축된 가운데, 주요 판매 채널인 음식점·유흥업소 매출 하락과 '헬시플레저(건강을 의미하는 '헬시(Healthy)'와 즐거움을 뜻하는 '플레저(Pleasure)'의 합성어로, 건강을 추구하면서도 즐거움을 잃지 않는다는 의미)' 열풍 등 비음주 트렌드 확산이 꼽힌다. 한국신용데이터의 '2025년 2분기 소상공인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소상공인 평균 매출은 4507만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0.8% 감소했다. 세부 업종별로 보면 외식업 부진이 가장 두드러졌는데, 이 중에서 술집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2% 감소했다.
한국신용데이터 측은 "외식·여가 분야의 소비 위축은 단순한 매출 감소를 넘어 소비자들의 생활 방식과 지출의 우선순위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라고 했다.
이처럼 내수 한파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주요 업체들은 해외 시장에서 반등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김정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주류 업황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하이트진로는 수출 소주 성장으로 점진적으로 성장의 축이 대체될 전망"이라고 했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롯데칠성은 해외 확장이 중장기적 기업가치를 반등시킬 것"이라며 "해외 실적은 호조세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1분기 적자를 기록했던 필리핀과 미얀마는 공장 이전 및 수입 통관 차질 문제가 해소되면서 큰 폭으로 이익이 증가했다"라고 했다.
실제로 하이트진로는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에 참이슬 시리즈를 곁들이는 소셜미디어(SNS) 콘텐츠를 만들었다. 지난 12일 진로의 글로벌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진로가 불닭을 만났다. 이 불닭 라자냐는 당신의 한계를 시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원하게 해줄 진로가 있어서 다행이다"라는 내용을 담은 영상이 게시됐다. 영상에는 불닭 라자냐를 만드는 레시피와 함께 과일소주 '자두에이슬'이 소개됐다.
하이트진로는 동남아 공략을 강화, 베트남에 연간 500만 상자(약 1억5000만 병) 생산 규모의 소주 공장을 건설 중이다. 지난 2월 베트남 타이빈성 그린아이파크 산업단지에서 해외 첫 생산 공장 착공식을 열었고, 2026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
롯데칠성은 지난 4월 제로 슈거(무설탕) 콘셉트를 강조한 과일소주 '새로 다래'를 출시했다. 이 외에 새로 살구, 새로 리치 등도 내놨는데, 특히 새로 리치는 해외 시장을 겨냥한 수출 전용 제품이다. 아울러 증류식 소주 '여울' 리뉴얼을 통해 수입 소주 시장을 타깃으로 한 해외 사업 비중을 더 확대할 방침이다.
오비맥주 역시 최근 소주 시장에 도전, 수출 전용 브랜드 '건배짠'을 출시하고 이달부터 동남아시아를 시작으로 수출을 본격화한다. 기본 소주와 더불어 최근 동남아 지역에서 인기 있는 복숭아, 자몽, 요거트, 청포도 소주 제품으로 구성됐다. 오비맥주는 작년 12월 신세계엘앤비로부터 제주소주 생산공장을 인수하고 오비맥주 제주공장으로 명칭을 바꿨는데, 여기서 건배짠을 생산할 예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주류 시장은 외식·유흥업 침체와 젊은 층의 음주 기피 트렌드가 겹치면서 단기간 반등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대신 해외에서 K푸드 인기에 힘입어 소주의 인지도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만큼 글로벌 시장 공략 성패가 향후 실적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