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국민 커피'로 불리는 팀홀튼이 올해부터 국내 가맹 사업을 본격화한다. 한국 시장에 진출한 후 2년 동안 직영점 위주로 운영을 해 왔는데, 가맹 사업을 통해 매장 확장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북미에서는 스타벅스를 뛰어넘는 점유율을 자랑하지만, 국내에서는 현재 매장 수가 20여 개에 불과하다. 캐나다 현지와는 다른 프리미엄 전략이 소비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팀홀튼은 1964년 캐나다 온타리오 해밀턴에서 시작된 커피·도넛 브랜드다. 현재 전 세계 19개국에서 600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특히 캐나다 내 매장은 4000여 개로 스타벅스보다 2.5배 많다. 저렴하고 친근한 이미지와 더불어 커피와 도넛이 대표 메뉴인데, 한 끼 식사를 가볍게 해결할 수 있어 캐나다인의 일상에 녹아든 브랜드이기도 하다.
팀홀튼은 2023년 12월 서울 강남구 플래그십 매장을 시작으로 한국에 상륙했다. 국내에서는 BKR이 버거킹과 함께 팀홀튼 운영을 맡고 있다. 팀홀튼은 첫 매장을 열 당시 "적극적으로 점포를 확대해 5년 내 150개 매장을 열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팀홀튼 국내 매장 수는 23개다. 서울 내 핵심 상권인 강남역, 선릉역, 포스코사거리 등에 매장을 집중하며 브랜드 노출을 극대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팀홀튼은 올해부터 점차 가맹점 확장에 나선다. 앞서 팀홀튼은 지난 4월 1일 공정거래위원회에 가맹사업 정보공개서를 등록했다. 4개월 만인 오는 22일에는 서울 종로구 서머셋팰리스에서 예비 창업자를 대상으로 가맹사업 설명회를 연다. 브랜드 철학과 개설 절차, 수익 구조를 소개하고 창업 상담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다만 일각에선 팀홀튼이 국내에서 성공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6월에는 인천 청라에 있는 직영점을 폐점하기도 했다. 해당 매장은 작년 4월 개장했는데, 1년여 만에 문을 닫은 것이다.
팀홀튼이 한국 시장에선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는 캐나다 현지와는 달리 프리미엄 전략을 펼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캐나다에서는 미디엄(M) 사이즈 기준 아메리카노가 2500원(2.79캐나다달러)가량인데 한국에서 동일한 메뉴는 4000원이다. 문제는 한국에선 이디야, 메가MGC커피, 컴포즈커피 등 저가 프랜차이즈뿐 아니라 개성 있는 개인 카페까지 선택지가 다양한 상황이다.
예컨대 이디야 아메리카노 가격은 3200원, 메가MGC커피, 컴포즈커피, 빽다방 등은 2000원대다. 실제로 국내 저가 커피 브랜드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작년 말 기준 메가MGC커피의 매장 수는 3400개로 집계됐다. 컴포즈커피 매장 수도 2800여 개에 달한다. 팀홀튼 측은 국가별 메뉴 가격은 해당 국가의 경제 수준, 시장 상황, 고객 니즈, 운영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책정된다는 입장이다.
한 소비자는 "커피 맛이 뛰어나게 좋다거나 가격이 저렴하지 않고, 매장에선 도넛을 판매하고 있는데 도넛 전문점으로 보기에도 애매하다"라며 "도넛 역시 던킨도너츠, 카페 노티드 같은 대형 체인뿐 아니라 올드페리 도넛, 랜디스 도넛 등 유명 전문점이 여럿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북미 지역과는 달리 한국 소비자들은 대형 프랜차이즈뿐 아니라 개성 있는 소규모 카페, 디저트 전문점, 로스터리 카페 등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 해외 브랜드가 한국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특색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맹 조건으로 50평(165제곱미터) 이상의 대형 매장을 개설하도록 하는 것도 매장 확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언제든 편안하게 머물고 싶은 공간을 선보이겠다는 게 팀홀튼의 전략이지만 임대료가 상당할 것"이라며 "매장에서 직접 도넛과 샌드위치를 조리하기 때문에 인건비 부담도 다른 브랜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라고 말했다.
팀홀튼과 버거킹 운영사인 BKR의 부채가 불어나고 있다는 점도 브랜드 확장 속도나 규모를 제약할 수 있다. BKR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BKR은 매출은 7927억원으로 전년 대비 6.4%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60.4% 증가한 384억원을 기록했다. 그런데 부채 역시 같은 기간 3601억원에서 4366억원으로 21.2% 증가했다. 지난해 이자 비용으로만 201억원을 지출했다.
팀홀튼이 캐나다에서 쌓아온 국민 커피 이미지를 한국에서 재현하려면 단순한 매장 확장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한정판 메뉴·협업 메뉴·가격 프로모션 등을 통해 소비자와 접점을 넓히고 적극적인 현지 맞춤형 메뉴 개발, 마케팅이 필요하다"라며 "한국 소비자 취향과 트렌드에 맞춘 새로운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