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별미로 꼽히는 냉면의 주요 원재료인 메밀 가격이 하락세다. 하지만 올해도 냉면값은 고공행진 중이다. 일부 유명 냉면집은 한 그릇 가격을 1만6000원까지 올렸다. 소비자 부담은 매년 커지고 있다.
12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 지역의 냉면 한 그릇 평균 가격은 1만2269원이었다. 지난해 6월(1만1923원)보다 2.9% 올랐다. 5년 전 가격이 900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6.3% 올랐다.
특히 노포 맛집으로 소문난 서울 시내 유명 냉면집 가격은 평균을 훨씬 웃돈다. 필동면옥은 올해 초 1만4000원이던 물냉면 가격을 1만5000원으로 올렸고, 을밀대는 지난 3월부터 물냉면 가격을 기존 가격보다 1000원 올린 1만6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봉피양·평가옥·우래옥 평양냉면 가격도 1만6000원이다. 을지면옥·남포면옥 등도 1만5000원에 물냉면을 판매하고 있다.
문제는 냉면의 주재료인 메밀 가격은 하락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전날 기준 메밀 1㎏의 중 도매가격(월평균)은 3265원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5.53% 하락했다. 평년과 비교해도 19.42% 낮다.
업계에서는 메밀값이 내려갔다고 해도 냉면값을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한다. 냉면 육수를 내는 핵심 원재료인 한우(1등급) 가격이 올랐고, 돼지고기·양념 등 부재료 비용이 올랐다는 것이다. 여기에 인건비와 임대료 등 고정비용도 만만치 않다는 입장이다.
서울 중구의 한 냉면집 사장 박 모(68) 씨는 "메밀값만 떨어졌지, 한우 양지·사태 가격이 많이 올랐다. 고명으로 올라가는 돼지고기 가격도 마찬가지다"라며 "냉면의 핵심은 육수다. 한우 대신 수입산을 쓰면 맛이 달라져 한우를 안 쓸 수가 없다"라고 했다. 실제 축산유통 정보에 따르면 전날 기준 한우 1등급 부분육 1㎏ 가격은 1만5115원으로 전년 대비 9.28% 올랐다. 전주 대비로는 15.28% 올랐다.
서울 송파구의 한 냉면집 사장 최 모(73) 씨도 "메밀값만 내려가면 뭐 하나. 최저임금도 올랐고 임대료도 올랐다"라며 "전기요금과 시설 관리비 등 고정적으로 나가는 비용도 고려하면 냉면값을 유지하기가 어렵다"라고 했다.
소비자 부담은 커지고 있다. 직장인 남유경(32) 씨는 "평양냉면 한 그릇은 1만5000원이 기본이라 가족 외식 부담이 크다"라며 "음식은 작년과 비슷한 구성인데 해마다 가격이 오른다. '냉면 2만원 시대'가 곧 올 것 같다"라고 말했다.
주부 최영인(49) 씨는 "아이들이 평양냉면을 좋아해서 가끔 먹으러 식당을 찾는데 가격 부담이 크다"라며 "큰 딸이 '올해 먹는 냉면이 가장 쌀 테니까 많이 먹어야겠다'라고 하는데 마냥 웃을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평양냉면이 크게 유행하면서 유명 맛집·노포 중심으로 인기를 끌자 가격을 올린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가격을 올려도 일부러 찾아와 사 먹거나 줄을 길게 서는 등 수요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원재룟값이 떨어져도 바로 음식 가격에 반영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반면 원재룟값이 오르면 바로 인상하니까 가격이 계속 오르는 것"이라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냉면 가격을 선도하는 곳은 사실상 유명 맛집과 노포다. 이런 곳에서 가격을 올리면 일반 식당도 가격을 따라서 올린다"라며 "최근에는 평양냉면이 크게 유행해 그런 경향이 더 강했다"라고 했다. 이어 "치솟은 가격 탓에 집에서 먹을 수 있는 냉면 간편식과 밀키트 제품을 찾는 소비자도 많아지는 추세"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