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완 매일유업 회장(68)이 본인 인스타그램을 통해 상하농원 소식을 꾸준히 전하고 있습니다. 상하농원에서 국내외 방문객을 맞이하는 모습부터 농원의 일상적인 변화까지 기록·공유합니다.

외부 노출이 많지 않았던 김 회장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현장을 공유하는 것은 단순히 홍보를 넘어 소비자 접점을 넓히고, 브랜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보입니다.

김정완 매일유업 회장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상하농원 내 수목원 관련 회의 장면. /인스타그램 캡처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김 회장은 최근 본인 인스타그램에 상하농원 내 수목원 관련 회의 장면을 올렸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국제수목원인증(ArbNet)과 국제식물원보전연맹(BGCI) 인증 추진 계획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국제수목원인증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수목원 네트워크가 식물 다양성, 교육·연구 기능을 갖춘 수목원에 부여하는 인증입니다. 국제식물원보전연맹은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국제기구로 전 세계 800여 개 식물원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습니다. 상하농원을 생태·문화 거점으로 발전시키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반 경영 체계와 방문객 중심 콘텐츠를 강화하겠다는 구상도 해당 게시물을 통해 전해졌습니다.

김 회장은 사업 관련 계획뿐 아니라 상하농원의 계절 행사와 소소한 변화를 SNS에 자주 올립니다. 김 회장은 지난 6월 진행된 '라벤더 정원' 이벤트 준비 과정을 사진과 함께 소개하며 "상하농원은 지금 처음 시작하는 라벤더 이벤트를 준비하는 중"이라고 적었습니다. 이벤트 기간 여러 차례 라벤더 농장 사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날에는 "평화로운 상하농원의 하루. 와서 즐기세요"라는 글과 함께 상하농원의 동물들 소식을 전했습니다. 농원에서 기르는 양들에게 새 보금자리를 마련한 소식도 김 회장이 인스타그램 게시글을 통해 알렸습니다.

김 회장은 상하농원 외에도 폴앤밀도, 지난달 서울 성수에 문을 연 삿포로 프리미엄 비어스탠드 등 그룹 내 다른 사업의 소식을 전하며 팔로워와의 소통 폭을 넓히고 있습니다. 김 회장이 지난해 11월 첫 게시글을 올린 이후 이날 현재 팔로워 수가 1200명을 넘었습니다. 김 회장이 이처럼 상하농원에 공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상하농원은 매일유업이 2008년부터 준비한 6차 산업 모델 사업입니다. 6차 산업이란 농·축·수산업(1차 산업)에 제조업(2차 산업), 서비스업(3차 산업)을 결합해 지역 자원을 복합적으로 활용하는 것 입니다. 농가 소득 증대와 지역 일자리 창출, 경제 활성화 효과가 큽니다. 매일유업은 상하농원 기획 후 8년 만인 2016년 전북 고창군 상하면 약 3만5000평 부지에 개장했습니다. 농산물 생산부터 가공, 서비스, 유통, 숙박, 체험까지 모든 활동이 한 곳에서 이뤄집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지난 7월 말 기준 누적 방문객은 167만명이며, 연말까지 178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습니다.

상하농원 전경./매일유업 제공

다만 상하농원의 경영 상황은 녹록지 않습니다. 상하농원은 개장 초 정부와 고창군이 각각 50억원씩 출자하고, 매일유업이 100억원을 투자해 출발했습니다. 이후 매일유업이 170억원을 추가 투입해 현재 규모를 갖췄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상하농원의 작년 매출은 316억원, 영업손실은 41억원입니다. 2019년부터 지금까지 내리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개장 직후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악재를 맞았습니다. 이후 다양한 사업을 실험하고 시설 투자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적자를 내고 있는 상하농원이지만, 매일유업은 브랜드 가치와 ESG 이미지를 높이는 상징적인 사업이라고 자평합니다. 지난해에는 1만5000평 규모의 '상하수목원'을 개장했습니다. 기존 숲의 생태를 보존하면서 상록·낙엽 교목, 관목, 초화류 등 14만그루를 식재했습니다. 지난달만 해도 디지털 노마드와 기업형 워크숍 수요를 반영한 공유오피스형 워케이션 공간 '파빌리온' 개소, 인근 골프장 4곳과 연계한 골프 패키지 등을 출시하며 다양한 소비자층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저출산과 식습관 변화로 국내 우유 소비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김 회장은 상하농원을 체험형 콘텐츠 거점이자 자사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삼으려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SNS를 통해 소비자들과 직접 소통하며 충성도를 높이고, 장기적인 사업 다각화를 뒷받침하려는 포석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